44년만에 해제된 함양 한들 ‘절대농지’…도심 활성화 ‘물꼬’
44년만에 해제된 함양 한들 ‘절대농지’…도심 활성화 ‘물꼬’
  • 박철기자
  • 승인 2019.05.26 17:52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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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에 걸친 노력 결실 농업진흥지역 해제
3만㎡ 새부지 확보로 도심 주차난 해소 계기
여러 활용 가능성…주민 삶의 질 향상 기여
2020엑스포도 ‘파란불’…군정 전반에 탄력
함양군은 1975년 ‘절대농지’로 지정된 이래 44년 동안 묶여 있던 함양 한들이 최근 일부 해제된 가운데 도심 활성화에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함양읍 도심 전경.
함양군은 1975년 ‘절대농지’로 지정된 이래 44년 동안 묶여 있던 함양 한들이 최근 일부 해제된 가운데 도심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함양읍 도심 전경.

지난 1975년 ‘절대농지’로 지정된 이래 44년 동안 묶여 있던 함양 한들이 최근 일부 해제돼 쇠퇴일로에 있던 함양 군세에 반등의 물꼬가 트일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함양군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도시재생을 위해 장기간 노력을 기울인 끝에 역대 최초로 얻은 농업진흥지역 해제 성과라 더욱 값지다는 반응이다. 더구나 이를 계기로 군력을 쏟고 있는 2020함양엑스포 개최에도 파란불이 켜지며 민선7기 서춘수 군정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도시 성장의 굴레, 한들 절대농지(농업진흥지역)
‘절대농지’는 1972년 정부가 ‘농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농지법)을 제정하고 주곡 자급에 필요한 농지 확보를 위해 농지보전시책을 강화하면서 토대가 놓였다. 1975년엔 우량농지를 ‘절대농지’로 지정해 타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기 시작했다. 함양 한들도 이때 함께 지정됐다. 1990년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 제정 후 1992년엔 종전의 절대·상대농지 지정제도를 폐지하고 집단화된 우량농지 전국 103만4000ha를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함양읍 면적은 69.41㎢로 거창읍(55.6㎢), 산청읍(68.83㎢) 등 인근 읍에 비해 작지 않다. 그러나 고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특성상 읍 외곽으로 도심이 확장되긴 어렵다. 이런 조건에도 읍 면적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들이 절대농지로 묶여있어 수십년간 시가지 확장은 답보상태다. 도시 요지에 새 건물이 들어설 부지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땅값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각종 국가기관과 공공기관 등은 천혜의 교통 입지에도 함양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함양 주민들은 60~70년대까지만 해도 이웃 거창과 군세를 겨루던 함양군이 활력을 잃고 쇠퇴하는 주 원인 중 하나가 이런 인문지리적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한들이 풀리지 않는 한 함양은 (큰 도시로) 발전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좁은 도로에 양면주차와 불법 주정차 등으로 주차난과 교통불편이 심각한 용평리 일대 상업지구.
좁은 도로에 양면주차와 불법 주정차 등으로 주차난과 교통불편이 심각한 용평리 일대 상업지구.

◆도시재생 실마리 찾다
그동안 함양읍내 상가가 집중적으로 몰려 지역경제의 심장 역할을 해온 용평리 일대 상업지구는 좁은 도로와 열악한 주차 여건 등으로 인해 시가지 확장과 활성화가 벽에 부닥쳤다.

게다가 함양군이 이 구역에 위치한 지리산함양시장 등 다중밀집지역과 도심의 재생과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터라 여러 가지 활용 가능성을 안은 대규모 부지를 확보한 것은 더욱 의미있는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함양군은 용평리 일원 약 15만㎡ 면적에 올해부터 4년간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원도심 재생과 골목경제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의 관건은 좁은 도로와 열악한 주차 여건 해결이라 군은 이 문제를 고심 중이다. 이런 가운데 도심에 연접한 약 3만㎡의 부지가 새로 확보되면서 고민 해소의 실마리가 보이는 터라 군은 더욱 반색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절대농지’ 지정 44년 만에 한들이 일부나마 풀린 것은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해제된 면적은 2만9587㎡(약 8950평)로 축구장 약 4개 넓이다. 군은 도심에 위치한 시외버스터미널과 보건소, 지리산함양시장 일원의 부족한 주차공간을 확보할 부지는 인접한 한들뿐이라는 데 착안해 한들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힘을 쏟아 왔다. 그 결과 최근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얻은 것이다. 함양군은 2020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를 앞두고 열악한 교통 및 주차여건을 해소하고 도심 확장과 도시 재생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된 한들 현장. 왼쪽이 국도 개통 후 폐쇄될 임시주차장.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된 한들 현장. 왼쪽이 국도 개통 후 폐쇄될 임시주차장.

◆출발은 ‘주차난’
함양군민과 관광객이 즐겨찾는 지리산함양시장과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은 주차난이 가중되는 곳이다. 이에 군은 인당교부터 시외터미널까지 1km 구간을 왕복 6차선으로 확장한 후 확장구간 내 차로를 임시 주차장(약 337대)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시외터미널에서 한우프라자까지 1.2km 구간에 대한 확포장 사업에 국비 100% 지원이 확정됐고, 사업 완료 후 국도가 개통되면 임시 주차장은 폐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주차장 대체부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읍내 주차공간 부족 가중과 상업지역 및 재래시장 쇠퇴, 불법 주정차로 인한 각종 도시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군은 지난 2017년 1월부터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군민들의 공공시설 이용여건 등을 종합 고려, 한들 농업진흥지역에 주차장 부지를 조성할 계획을 수립하고 ‘주차장 타당성 용역’ 등 기본계획 추진에 들어갔다.

가장 큰 걸림돌은 농지법상 농업진흥지역은 농업 생산 또는 농지 개량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에 따르면 군이 추진하는 주차장 조성은 불가능해진다.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할 경우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경남도의 농업진흥지역해제 심의 후 농림부장관의 결정을 받아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절차도 필요하다.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돼 주차장으로 활용될 함양 한들.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돼 주차장으로 활용될 함양 한들.

◆29개월간의 노크와 결실
함양군은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위해 전방위적 활동에 들어갔다. 2017년 3월 경남도와 농림축산식품부 사전협의를 진행하고 9월엔 주차수요 조사 용역, 12월엔 도시계획시설 및 실시설계 용역을 실시했다. 2018년 3월과 5월엔 2차례에 걸친 주민설명회도 열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지난 1월 31일 경남도 농업진흥지역 해제 원안가결을 이뤄냈다. 이어 군은 2월부터 4월까지 농림축산식품부에 농업진흥지역 해제의 당위성과 입지여건 등 4차례 설명방문을 한 끝에 4월 17일 최종적으로 농림부장관 승인을 얻었다. 29개월간의 노력 끝에 군 원안대로 해제 승인을 얻어낸 것이다.

지난 8일 함양군계획위원회는 해제된 부지에 대해 주차장시설로 최종 결정했다. 군은 2만9587㎡ 면적의 이 부지에 공사비 70여억원, 보상비 50여억원 등 모두 120억원가량을 투입해 한들 농경지와 도시미관이 조화된 생태환경주차장(473대 주차)과 관리동 2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불로장생 2020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있는 함양군은 이곳을 보조 주차장으로 활용함으로써 예상 방문객 129만명의 주차문제에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도심지 불법 주정차 문제를 완화하고 파생되는 각종 도시문제를 예방하는 등 주민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엑스포가 끝난 후 다양한 활용방안에 대한 즐거운 구상 또한 수반된다.

이처럼 이번 한들 농업진흥구역 해제의 파급효과는 함양군정 전반에 탄력을 안겨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군이 2025년을 목표연도로 용역을 진행 중인 군관리계획 재정비와 연계해 도심과 이 부지의 조화로운 활용방안을 잘 입안한다면 함양 군세 반등과 미래 활력 제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크다. 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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