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귀신 잡는 ‘향’
진주성-귀신 잡는 ‘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27 15:1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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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귀신 잡는 ‘향’

군대 동기들이 제대 후 진주에 모였다.

군 시절 소주와 병맥주를 박스채로 가져다 마시고는 아침 해 뜰 때까지 악으로 깡으로 폭탄주를 마셨던 동기들이었다.

워낙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지라 어떻게 대접을 할까 고민을 하던 중 단맛 감미료가 들지 않은 막걸리와 늘 준비되어 있는 와인, 프랑스 몽블랑 빙하수로 만든 맥주면 되겠다 싶어 서로간의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소주를 찾기에 준비 해 둔 술을 내 놓으니 다들 좋은 맛과 향이 난다며 음미하기 시작했다. 막걸리 청주에서는 부드러운 단맛이, 프랑스 맥주와 와인에서는 다양한 향이 나니 마시는 속도는 줄어들고 대화의 즐거움이 풍성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귀신도 잡는 다는 해병을 조용히 잡을 수 있는 방법은 ‘향“이었음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오래전 독일 라인강을 따라 여행을 하던 중 와인 양조장에서 신맛이 강렬한 리슬링 와인 맛에 반해 국내에서 그 맛을 찾았지만 결국엔 찾질 못하고 대신 메주 효모로 만든 사우어(sour beer) 맥주와 막걸리를 과발효 시켜 만든 신맛 막걸리를 대신에 많이 즐겨 마셨다.

그렇게 리슬링 와인 대신 막걸리나, 화이트 와인을 대표하는 쇼비뇽블랑, 샤르도네 와인을 고집하다 며칠전 2007년에 생산된 리슬링 와인을 맛보게 되었다. 자극적인 신 맛 대신 들판 꽃에서 맛 볼 수 있는 은은한 단맛과 꿀항아리를 찬장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다가 깜빡 잊고서 수년이 지난 뒤 뚜껑을 열었을 때 좋은 보이차와 꿀을 같이 보관했다 맡을 수 있는 숙성된 단향을 느낄 수 있었다. 리슬링 와인을 마시면서 지금 아니고도 더 시간이 지나 마셔도 좋겠다는 생각과 이 와인을 성년이 된 자녀들과 여름밤에 함께 마시면 좋은 추억꺼리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향은 추억을 만들고 추억을 기억하게 한다.

좋은 자리일수록 향을 대접하는 것이 더 값지고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최근에는 커피 산지에서도 재배기술과 가공방식이 뛰어나 커피에서도 아름다운 향과 쓴맛대신 감미로운 맛의 커피가 가득하다.

소개팅을 하거나 결혼 앞둔 사람들이 만남을 가졌을 때 맞은 편 사람이 마음에 든다면 좋은 향이 나는 커피를 주문해라.

어색한 대화자리가 풍성해지고 상대방으로부터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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