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취미 낚시
도민칼럼-취미 낚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28 15:0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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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취미 낚시

삼면이 바다고 지역마다 큰 강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낚시는 오래전부터 인기가 있었다. 어릴 때 나의 아버지도 인천으로 바다낚시를 종종 가고는 하셨는데 망둥어를 잡아오면 어머니가 손질해서 줄에 매달아놓던 모습이 생각난다. 낚시를 하는 이들을 두고 강태공이라 부르기도 한다. 강태공에 얽힌 전설 중에 그 유명한 ‘세월을 낚는다.는 말이 나온다. 주나라 문왕이 될 희창을 기다리며 미끼가 없는 빈 낚싯대를 드리우는 그에게 누가 묻자, 그 말을 했다는데 낚시는 기다림의 정적인 면과 물고기가 걸려들었을 때 잡아채는 동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인지 마니아들은 늘 있었다. 더구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기도 했으니!
그러다 종편의 모 방송국이 낚시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박이 나고 여기저기 공영방송까지도 끼어들더니 급기야 우리나라 국민취미 1위인 등산을 제치고 낚시가 1위라고 한다. 주5일제가 되고 여가생활이 많아지다 보니 좋은 풍경을 만나 심신을 풀고 오는 낚시가 좋을 수도 있겠다. 예전에는 낚시과부라는 말도 있었지만 요즘은 남녀 함께 즐겨서 비싼 장비를 사는 문제도 갈등 없이 해결하기도 한단다.

그러다 얼마 전 해외로 나가서 낚시를 하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았다. 호수에 있는 물고기를 잡는데 매우 큰 대형물고기들이 많이 잡혔다. 편집을 해서 보여주어 그런지 그곳에 출연하는 출연자 대부분이 그 큰 물고기와 엄청난 힘 싸움을 하며 말 그대로 사투를 벌이는데 낚시에서의 가장 큰 쾌감은 옆 사람이 물고기를 다 잡다가 놓쳤을 때의 모습이라던가? 잘 끌려오던 물고기가 줄을 끊고 도망을 가거나 잡다가 힘이 떨어져 놓칠 때면 한바탕 웃음의 소란이 일었다. 그리고 그 큰 물고기를 들고서 위용도 당당하게 사진을 찍고 물고기를 다시 놓아주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입에 갈고리가 걸려 뜯겨져 나간 주둥이를 한 물고기가 풀어준다고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잡고 놓아주고를 반복하는데 낚시꾼들이 말하는 그 ‘손맛’이라는 것에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국민취미 1위인 대세에 고춧가루를 뿌려 미안하지만 내가 그리 생명운동이나 환경운동에 관여하는 사람은 못되지만 잡아서 먹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부가 아닌 이상 배가 부를 만큼 잡으면 멈추기는 할 텐데 그 ‘손맛’은 멈춰지지가 않는 듯이 보였다.

취미가 낚시라? 기다림의 여정은 없고 오로지 ‘손맛’만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리고 그 ‘손맛’을 느끼러 모두들 낚시에 열광하고 너도나도 없이 낚싯대 구입에 열을 올리는 사이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신학기면 늘 쓰던 취미 난이 생각난다. 별로 놀 거리가 없어서였을까? 우리들의 취미에는 독서 음악감상 운동 말고는 달리 쓸 것이 없기도 했고 취미에 독서를 쓰면 간혹 선생님들은 독서는 재미로 하는 게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아이들은 독서를 미디어로 하고 정말 책을 손에 쥐고 읽는 건 그것이 즐거운 아이들 혹은 어른들만 하는 특별한 취미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세상을 재미있게 즐기는 일은 많아졌으나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하여 영상에서는 더욱 자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독려한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것이 역동적인 것만은 아니다. 멍 때리기, 심심하게 있어보기, 낯선 음악 들어보기, 정태춘·박은옥40주년 공연을 가면 음악뿐만 아니라 생각할 이야기도 듣고 오는데 가서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고 아니면 밤하늘의 별 찾아보기, 연극 보러 다니기, 웃음이 필요하다면 개그쇼를 보러가기, 요즘 전유성의 쑈쑈쑈도 순회공연 중이라는데 거기 나오는 게스트들 때문에도 보면 대박이라는데 하면서 찾아다니고 좀 움직이고프면 자전거타고 강변에 나가기, 땀 날 때까지 춤추기, 바닷가에 가서 크게 노래 부르기 등등 좀 다양한 놀 거리를 스스로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TV에 조종되듯이 낚시를 하고 먹지도 않을 거면서 잡아서 죽이고 먹을 냥보다 더 잡아서 냉동고에 넣었다가 버리지도 말았으면! 곧 휴가철이 올 텐데 몽땅 낚시만 하러 나가는 건 아닐까? 뜬금없는 걱정으로 한마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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