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주필의 신인물기행-한우 번식농가 구현농장 강정우 대표
강남훈 주필의 신인물기행-한우 번식농가 구현농장 강정우 대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28 18:31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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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축산도 과학이다…철저한 기록 관리 필요”
▲ 구현농장 강정우 대표는 “이제 축산도 과학이다. 우량한 번식 암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철저한 기록에 의한 관리가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일요일인 지난 19일 한우 번식농가인 경남 고성군 거류면 구현마을 구현농장을 방문했다. 이 농장의 강정우 대표(75)를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강 대표는 축사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집 거실로 안내했다. “대표님, 축사로 가셔야죠?”, “보여줄게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CCTV를 켰다. 네 개의 화면이 동시에 나타났다. 축사에서 한가롭게 되새김질을 하며 편안하게 누워있는 암소와 송아지의 모습이 보였다.


“보시는 것처럼 이 화면으로 밤낮으로 소의 상태를 체크한다. 소가 아주 편안한 상태로 누워 있다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위험(불편한) 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 한다”는 강 대표는 “축사 안에 카메라 네 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소의 이표(耳表)까지 식별이 가능하도록 세밀하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제 축산도 과학이다. 우수한 암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철저한 기록에 의한 관리가 있어야만 한다”면서 “한우의 개량(改良) 수준이 상당해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우 개량 수준 우수 세계적인 경쟁력 충분
CCTV로 관찰하며 소의 상태 수시로 관리
육종개량인증 농장…평균 4계대 우량 품종
수출 판로 개척에 제도화·네트워크 필요


-축사에 CCTV까지 설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방범용인가요?
▲번식을 주목적(육종, 育種)으로 하는 한우의 경우는 비육우(肥肉牛)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소의 상태를 수시로 파악해야 합니다. 즉 발정(發情)이 왔는지, 축사 안에서 소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등을 철저하게 관찰해야만 합니다. 방범용은 아닙니다.(허허…)

-그럼 여기서 모든 것을 컨트롤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소가 분만을 할 때도 CCTV를 통해 모두 체크합니다. 송아지를 낳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면서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하지요. 어미 소가 40㎏이 넘는 송아지를 낳는데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분만은 생(生)과 사(死)를 다투는 순간이니까 그때그때 잘 대처 해야지요.

-축사의 상태 등도 모두 체크가 되겠군요.
▲소의 엉덩이에 분비물이 묻어 있으면 안 됩니다. 깨끗한 상태가 지속되어야 송아지든 암소든 편안히 쉴 수가 있습니다. 즉 습도와 온도가 중요합니다. 축사 바닥의 습도는 60% 정도가 가장 적당합니다. 더 이상 올라가면 바닥이 질퍽거려 소가 편안히 쉴 수가 없습니다. 소의 한계온도는 영하 15도부터 영상 25도 입니다. 경남에서는 여름을 대비해서 축사를 지어야 합니다. 영상 25도 이상 올라갈 때는 선풍기를 튼다든지 지붕에다 스프링쿨러를 설치해 일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온도를 낮추어야 합니다. 그래야 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구현농장은 CCTV를 통해 소들의 모든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구현농장은 CCTV를 통해 소들의 모든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그럼 여름철에 대비, 축사의 형태도 바뀌어야 되겠군요.
▲옛날에는 소를 키울 때 추위에 대비, 사방으로 막아주고 했는데 그건 잘못된 상식입니다. 소는 추위에 강합니다. 축사는 완전히 오픈 되어야 합니다. 지붕이 낮으면 불리합니다. 경남지방의 경우 지붕의 높이가 5m 이상은 되어야 하지요. 그래야 통풍이 잘 되어 암모니아 가스가 체류하지 않습니다. 시원한 공기가 항상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표님 말씀을 들으니까 ‘축산은 과학’이네요.
▲그렇습니다. 옛날에 하던 방법으로는 비육이든, 번식이든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비육, 번식 상관없이 궁극적인 목표는 ‘돈이 되는 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철저한 관리와 분석이 필요합니다.

축산은 과학? 여기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강 대표의 두 눈은 빛났다. 고성에서 동물성 유지 제조업을 하다 그만둔 뒤인 지난 2006년 3월부터 소를 키워온 강 대표는 자기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번식우를 관리한다. “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하지만 ‘개량’이라는 말이 축산농가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마구잡이로 소를 키워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내가) 키우는 소가 어떤 소인지 확실하게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자리를 컴퓨터가 놓여있는 서재로 옮겼다. “한번 보시겠습니까?”라고 컴퓨터를 켜고 엑셀 관리 프로그램을 보여 주었다. 그는 “번식을 위해 암소를 키운다는 것은 모두 기록이다. 개량 역시 기록에서 출발한다. 엑셀 프로그램에는 모든 기록이 다 있다”고 말했다.

우수한 한우인지 여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소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을 엑셀 프로그램에 기록하고 있다.
우수한 한우인지 여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소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을 엑셀 프로그램에 기록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입니까?
▲10년 전에 제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관리 프로그램입니다. 처음엔 아들(강태윤)과 함께 시작을 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하나하나 만든 기록들입니다. 아마 국내 육종농가 중 제가 유일하게 이 같은 관리 프로그램을 운용할 것입니다. 소의 개체별 정보, 수정, 분만, 육종가, 건강상태유무, 도축후 성적, 초음파 결과 등을 바탕으로 어미의 능력까지 비교추이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시기에 어떤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지, 영양 상태에 따라 사료는 어떤 것을 주어야 하는지 등등.

-소위 말하는 소의 ‘족보’ 관리를 하는 것이네요.
▲네. 우리 집에 있거나 우리 집을 거쳐 간 소의 모든 기록이 여기에 다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보면 우량소인지 여부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데이터에 나타난 결과에 따라 계속 번식용으로 쓸지, 아니면 도태 시킬지 등을 결정합니다. 분명한 것은 좋은 어미 소에서 우량 송아지가 탄생한다는 사실입니다.

-기록들이 아주 상세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기록들을 보면, 소의 육종가(育種價)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선 소의 월령(月齡)별 성장상태를 알 수 있고, 근내지방, 등심단면적 등 육질상태, 도체중 등 육량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고 있습니다. 또 소의 키, 체장, 체고, 가슴둘레까지 파악, 이 소가 키만 크고, 체중이 적게 나가는 홑소 인지, 살이 찌는 겹소 인지 등을 알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미 소의 성질, 예컨대 새끼를 낳은 뒤 흥분을 하는지, 젖은 부족하지 않은지 등에 대해서도 기록해 놓고 있습니다.

-그럼, 구현농장에서 생산한 송아지는 비싸겠네요?
▲그렇습니다. 족보를 가지고 있는 우량 송아지다 보니 다른 농장에서 생산한 송아지 보다 마리당 평균 20~30만원은 더 받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집에서 나간 송아지는)실패가 없다는 것입니다.

-육종을 하시다보면 기록도 중요하지만, 암소의 관리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임신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운동입니다. 정부는 10㎡당 한 마리를 권장합니다만, 저는 15㎡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사료를 먹는 곳, 물 먹는 곳 등을 따로 설치해 소가 가급적 많이 움직이도록 해야 합니다. 임신한 소의 관리는 사람(임산부)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강 대표와의 인터뷰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지난 무렵 근처 축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1300여평의 농장부지에 650여평의 축사에는 송아지를 포함 130마리의 소들이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저마다 되새김질을 하며, 바닥에 누워 눈을 껌벅거렸다. 소의 외모에는 윤기가 자르르 흘렸다.

-축사 관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바닥관리입니다. 저는 그 비중이 70% 정도는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야 소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냄새(악취)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저의 농장은 해썹(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운용 모범농장으로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상을 받았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소의 육종가는 어디서 결정합니까?
▲축산과학원에서 매년 2월, 8월 두 차례 발표합니다. 족보를 알고 있다면 누구나 자기 소의 육종가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육종가는 소의 후대 검증까지 다하여 계산된 것입니다.

-구현농장의 소들은 계대(繼代)가 어떻게 되지요.
▲저의 농장은 평균 4계대 이상 입니다. 계대는 높을수록 좋습니다. 그만큼 검증이 된 소이지요. 저희 농장 육종가는 고성군내 최상의 1000마리 암소의 육종가와 비교해 보니 우리 농장의 소가 52%를 차지했습니다. 다른 농장에서 30%정도면 아주 많은 것에 속하지요.

-이쯤해서 한국 소(한우)의 경쟁력에 대해서 말씀 좀 해 주시죠.
▲저는 개량동우회 회원들과 1년에 한 두 차례씩 해외 견학을 다녀옵니다. 뉴질랜드, 호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그런데 이들 나라를 가보면 우리 한우가 절대 꿀리지 않는다, 승부를 걸어볼만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개량은 오히려 한우가 더 앞섭니다. 이들 나라에서 주로 키우고 있는 소와 한우를 비교해도 마블링과 도체중 등에서 (한우가)뒤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럼, 소 사업도 괜찮겠습니다.
▲현재 육류소비량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시장이 굉장히 안정되어 있습니다. 농가당 평균 3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데, 현 추세라면 큰 파동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현농장 축사에 송아지들이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구현농장 축사에 송아지들이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우도 수출할 길이 열릴까요?
▲저는 품질 면에서는 한우가 우수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우를 수출하기 위해선 몇가지가 필요합니다. 우선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호주나 뉴질랜드 등은 육류협회에서 모든 것을 관장합니다. 우리도 그런 것이 있어야지요, 두 번째는 세계에 퍼져 있는 한상(韓商) 네트워크를 이용할 필요가 있고, 그 다음 중요한 것은 고기 숙성(熟成)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합니다. 고기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숙성입니다.

구현농장은 한우개량사업소로부터 육종농가인증을 받은 농장이다. 육종농가 인증을 받은 농장은 전국 100여개에 달하나 서부(남부)경남 일대에서는 구현농장이 유일하다. 그래서 강 대표가 길러낸 송아지는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높다. 소위 말하는 ‘틀이 잡혀 있는 소’이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한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축과 가공쪽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한다”면서 “행정당국에서 이에대한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강 대표는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일할 생각이다”며 “저승에 갈 여가가 없다”고 껄껄 웃었다. 사진/이용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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