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립주의 미국도 북핵은 폐기해야
시론-고립주의 미국도 북핵은 폐기해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5.29 15:0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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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
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고립주의 미국도 북핵은 폐기해야

미국이 국제주의적 역할을 끝내고 있다는 전망이 있다. 미국 최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체결해온 무역협정을 재조정하고 동맹관계까지도 종종 무시한다. 미국 정치학자 피터 자이한(Peter Zeihan)은 저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2014)와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2017)에서 셰일혁명으로 미국이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되면서 유일 수퍼파워가 되었기에, 국제질서의 틀은 완전히 바뀌어 미국이 2차대전 이후의 세계경찰 역할에서 손을 떼는 고립주의 경향이 강화될 것이라 주장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보유국이 되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유입되고 있는 젊고 유능한 이민 인구를 바탕으로 한 건강한 인구 구조를 갖고 있으며,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과학기술력 및 유무형의 네트워크 장악력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다. 군사적으로도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태평양과 대서양이 자연적 국경으로 완충지대가 되어, 두 대양을 넘어 미국을 위협·공격할 수 있는 해군력을 갖춘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G2로 미국과 패권경쟁을 해온 중국은 지리적으로 적대적인 이웃들에게 포위되어 있고, 14억2천만 인구에도 불구하고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심각한 에너지난도 겪고 있어 미래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매우 단정적이지만 나름의 설득력이 있어 검토해 볼 만 하다.

그러나 자이한은 대량살상무기(WMD)와 테러리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륙간탄도탄(ICBM)은 말할 나위 없지만 민간항공기로 뉴욕 무역센터 빌딩을 파괴한 9.11테러로 입증되었듯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수단은 수없이 많고 미국 국민들은 실제로 이를 크게 두려워하고 있다. 사람을 매개로 한 테러리즘은 국경 검색을 강화하여 일부 억제한다 해도 핵이나 생화학 탄두를 실은 미사일은 그럴 수 없다. 더구나 자이한의 예측대로 앞으로 세계 최강 미국이 유유자적 독야청청한다 해도, 그런 미국을 시샘하고 적대하여 이판사판 덤빌 국가와 조직은 한둘이 아니다.

미국이 바다를 넘어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막는데 주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국이 북한의 ICBM만 제거하고 미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한 북한의 핵무기와 미 본토에 도달하지 못하는 중단거리 미사일 보유는 묵인할 것이라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단거리 핵미사일도 폐기대상이다. 1987년 미국이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은 사거리 500~1000km의 단거리와 1000~5500km의 중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시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었다. 물론 미국은 지난 2019년 2월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명분으로 INF를 탈퇴했는데, 이는 이스칸데르 등 러시아 신형미사일도 포함하거나 조약 대상을 중국과 북한 등으로 확대하려는 조치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중단거리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어쨌든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도 핵탄두가 장착되는 한 견제·폐기대상이다.

북한의 핵보유는 ‘NPT 무력화-무용론’와 핵확산으로 이어진다. 중동은 물론이고 지구 곳곳에서 핵의 판도라상자가 열리게 된다. 핵 봇물이 터지면 생화학무기도 걷잡을 수 없다. 그래서 북핵은 미국의 안정을 좌우할 시금석이 된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역사의 필연이지만, 패권국이 뻔히 보이는 필망의 길로 걸어갈 것이라 볼 수는 없다. 미국은 북핵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폐기’(FFVD)를 위해 그 어떤 대응도 불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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