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살생(殺生)과 방생(放生)
진주성-살생(殺生)과 방생(放生)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02 15: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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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살생(殺生)과 방생(放生)

불가(佛家)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것이 살생(殺生)이다. 불교의 가장 근본이 되는 계율(戒律)이 오계(五戒)로 그 첫 번째가 살생하지 말라는 것이요, 나머지는 거짓말하지 말고, 도둑질하지 말고, 음행하지 말고, 술 마시지 말라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 다섯 가지를 엄중히 경계한다. 살생의 범위는 매우 넓다. 반려동물 유기도 하나의 살생이다. 내 손으로 직접 죽이거나 죽길 바라지는 않더라도 독립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곳에 산 생명을 내던지는 것 자체가 살생이다.

살생과 반대되는 말이 방생(放生)이다. 방생이란 다른 사람 혹은 본인이 잡은 물고기·새·짐승 따위의 생명이 있는 것들을 산이나 하천, 강, 바다에 놓아 살려 주는 일이다. 방생은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듯 다른 생물의 목숨도 다 같이 소중하기 때문에 생명을 구제해야 한다는 것으로 생명존중 사상의 실천이자 생명의 존엄성을 깨우쳐 주기 위한 가르침이다. 생명을 존중하는 것은 모든 종교에서 추구하는 근본적인 이념이다. 하지만 방생기도를 대부분 불교에서 하는 것은 부처님이 강조한 자비사상을 실천하는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방생의 유래는 금광명경(金光明經) 유수장자품(流水長者品)에, 유수장자가 빈사상태에 빠진 물고기를 구해내어 물과 먹이를 주고 또한 경을 들려주자 나중에 물고기는 모두 하늘에 태어났다고 하는 이야기와, 모든 살아있는 것은 전부가 우리들의 부모이므로 죽이거나 먹지 말아야 하며 방생을 하라고 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사찰에서는 불자들이 해마다 일정한 때에 잡혀있는 물고기나 새를 사들여, 하천이나 강, 바다나 산야 등에 도로 놓아주는 일을 행하는 방생법회를 열어 오고 있다. 방생법회는 딱히 정해져 있는 날은 없지만 주로 정월 대보름, 3월3일, 사월초파일, 8월 한가위에 널리 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방생은 살생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살생을 금하는 것은 소극적인 선행이고 방생하는 것은 적극적인 선을 행하는 일로 권장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방생은 공덕을 짓는 으뜸 행위로 꼽힌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미물이든, 모든 생명은 자신의 목숨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어서 죽음 직전에 풀려난 생명의 입장에서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생의 참된 뜻이 왜곡되어 다른 사람들이 잡은 물고기, 새, 짐승 등을 구입해서 산에나 못과 강물에 놓아주는 일부 불자들의 행사로 되어버린 탓으로, 일부 좋지 않은 시선과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비록 돈으로 구입한 물고기와 짐승을 방생하더라도 방생 그 자체의 의미는 숭고하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연생태계 보호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살리는 방생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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