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돈, 돈, 돈!
아침을 열며-돈, 돈, 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04 15:24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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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돈, 돈, 돈!

우리는 돈 없이는 살 수 없다. 이 절대적 명제에 이의를 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돈이 이토록 우리 생활의 전부를 차지하는 현실을 우려하는 것 또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나는 대체로 우려하는 쪽에서 끊임없이 말해왔다. 오늘도 다르지 않지만 우려하는 수준은 거의 경악되는 수준이다.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다.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사람은 거리로 가장 가까운 사촌이기 때문이다. 바로 앞집의 여자 이야기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우리 카페 이야기마을과 그녀 마트가 자리하고 있다. 마트가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 싫든 좋든 하루 몇 번은 마주해야 한다.

그녀는 거의 30년째 마트를 운영하고 있고 성공한 축에 든다. 작은 슈퍼로 출발해서 지금은 중형마트를 탄탄한 단골 고객들을 상대로 운영하고 있으니까. 그 동안에 그녀는 부자가 되었다. 요소 요소에 땅을 사고 집을 사고 자식들 유학도 척척 보낸다. 그만하면 부자가 분명하다. 게다가 늙으막(그녀는 이제 환갑)에 국악대학을 진학해 올해 졸업했다. 장구를 전공했는데 카운 테이블에 장구채를 두고 짬이 날 때마다 연습한다. 그래서 이웃들이 그녀의 얘기를 할때마다 성공한 축에 든다고 인정해준다. 나도 기회 있을때마다 인생은 저 정도는 돼야 한다고 칭찬했다.

아, 그런데 요 돈이란 것이 아주 오래 전부터 그녀의 머리와 검지 끝에 독버섯으로 자라고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함께 마트를 운영하는 그녀의 남편마저도 까맣게 모르고 있을 것이다. 혹여 그런 점이 보였을지라도 그야말로 실수겠거니 했을 것이다. 그녀 자신마저도 오래 전 처음으로 그런 짓거리를 할 때는 그것이 버릇이 되어 성공한 자신의 인생을 갉아먹어 결국에는 인생 전부를 추악한 모양새로 만들어버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추악하지 않은가, 자신을 도와주는 고객을 매일 속이고 있으니.

처음 그녀가 고객을 그 따위로 감쪽같이 속일 때만해도 자신을 추악하게 만들기는커녕 알바직원의 월급을 쌩으로 벌 수 있는 기치를 발견한 자신의 수완에 오히려 즐거웠을 것이다. 그녀가 추악할 수밖에 없는 게 그녀가 속일 상대를 고르는 기준이다. 늘 바빠서 대형마트나 시장에 가지 못하고 자신의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을 골랐다. 그런 고객들은 대개 영수증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 대충 맞겠거니 하고 영수증도 챙기지 않고 물건만 사서 횡하니 나가버리기 일쑤다. 그녀는 자신을 믿고 사고 까탈부리지 않고 돈주는 나같은 착한 고객을 골라 속여왔다.

그녀가 그런 고객을 속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내가 직접 당한 방법만 서너 가지다. 세일 품목을 세일이 안 된 가격으로 받는 것, 여러 품목을 구매한 고객의 영수증에 사지 않은 품목을 슬쩍 끼워넣기, 카드 고객의 카드 승인을 아예 두 번으로 해버리기. 올해들어 카드에 같은 시간 같은 품목 금액이 찍여 알게 되었다. 그 외 그녀가 고객을 속일 수 있는 방법은 많았겠다. 중요한 건 그녀가 속이는 고객선택이 탁월(? 기가 찬다)했기에 같은 방법을 무한 반복할 수 있었다. 바빠서 비싸지만 그냥 동네마트에서 사서 먹고사는 고객들은 마트에 올 때마다 도둑을 맞은 것이다.

커게든 적게든 돈을 벌어 부자가 된 사람들은 모두 다 그렇게 속임수를 쓴다고 말하지 말자. 우리, 그럴 때가 되었다. 멀리 갈 것없이 한국전쟁 이후부터 한번 짚어보자. 전쟁 직후에 비해 우리는 정말이지 많이 배워 똑똑해졌고 많이 벌어 부자가 되었다. 나만 하더라도 유년기에는 점심을 밥으로 제대로 먹어본 기억이 없다. 삶은 고구마 몇 개이든가 보리밥을 넣고 물을 많이 잡아 김치를 썰어 넣은 김치국밥이었다. 오죽하면 그게 습관이 되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김치국이다. 암튼 우리 이제 속지말고 속이지도 말고 올바르게 살아 깨지지 않고 단단하게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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