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산청 지리산 계곡으로 오세요
무더운 여름, 산청 지리산 계곡으로 오세요
  • 양성범기자
  • 승인 2019.06.06 18:47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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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계곡·백운동계곡·선유동계곡·고운동계곡
▲ 산청군 대원사 계곡길 생태탐방로

어느새 여름으로 접어드는 계절, 올해도 어김없는 무더위와의 전쟁을 예고한다. 특히 산청지역은 지리산을 중심으로 피서객들이 눈여겨 볼만한 아름다운 계곡들이 많다. 산청2경의 대원사계곡을 비롯해 백운동, 고운동계곡 등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과 남명 조식(南冥 曺植) 등 큰 선비들이 그 풍경에 매료돼 머물며 글을 남긴 곳들이 즐비하다. 선녀가 내려온다는 선유동계곡의 경치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여름, 지리산 깊은 숲속 계곡에서 무더위를 피해보자.


◆대원사계곡 = 지리산 등산로의 초입인 대원사계곡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구니 참선도량인 대원사를 끼고 있으며 깊고 울창한 수림과 반석이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계곡 물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봉과 하봉을 거쳐 쑥밭재 새재 왕등재 밤머리재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산자락 곳곳에서 발원해 12km를 이르는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린다. 신밭골과 조개골 밤밭골로 모여든 계류는 새재와 외곡마을을 지나면서 수량이 많아지고, 비구니 도량인 대원사가 있는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에서부터 큰 물을 이룬다.

지리산 천왕봉 동북쪽에 위치한 대원사는 수덕사의 견성암과 석남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비구니 참선수행 도량으로 신라 진흥왕 때 연기조사가 창건해 그 후 여러 차례 화재로 부분적으로 보수했다가 여순 사건 때 빨치산 토벌로 모두 불타서 1955년 법일스님에 의해 재건됐다고 한다.

대원사계곡은 원래는 마을 이름을 따와서 유평계곡이라 불렀으나 대원사 비구니 사찰의 깨끗한 이미지가 더해져 지금은 대원사계곡으로 불리고 있으며 가야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피난길에 소와 말의 먹이를 먹였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남명 조식 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선비들이 천왕봉에 매료돼 그 모습을 보려 지리산으로 오른 유람길이기도 하다.

산청군과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 2018년 11월 15일 삼장면 대원사계곡 입구에서 대원사를 거쳐 유평마을에 이르는 총 3.5㎞의 ‘대원사계곡 생태탐방로’를 개통했다.

생태탐방로로 만들어진 대원사계곡길은 계곡 입구 주차장(삼장면 평촌리 유평주차장입구)에서 대원사를 거쳐 유평마을까지 왕복하면 7km 정도의 코스다. 살짝 오르는 길임을 감안하면 3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로 걷기에 딱 좋다.

시리도록 맑은 계곡물, 기암괴석을 감도는 옥류소리, 울창한 금강 소나무의 바람소리, 산새들이 우짖는 대자연의 합창을 사시사철 느낄 수 있으며, 특히 대원사 앞에 설치한 길이 58m길이의 교량은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에 설치된 다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계곡에는 선녀탕, 옥녀탕 등의 용소등과 소(沼)와 세신대, 세심대가 있으며 사시사철 밤낮으로 물에 싯긴 바위들이 눈이 부실 정도로 희고 깨끗하다.

백운동계곡
백운동계곡

◆백운동계곡 = 웅석봉에서 내려 운산 자락이 길게 뻗어 나와 덕천강가에 닿으면서 계류를 쏟아 내는데 이 계곡이 백운동계곡이다.

의령군에서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로 이어지는 20번 국도를 따라가다 하동군 옥종면으로 갈라지는 칠정삼거리를 지나 1㎞여 지점에 있는 백운동계곡 푯말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지리 산록 중에도 남명 조식의 체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계곡으로 일찍이 남명이 남겼다는 백운동(白雲洞), 용문동천(龍門洞天), 영남제일천석(嶺南第一泉石), 남명선생장지소(南冥先生杖之所) 등의 글자가 암석에 새겨져 있으며 ‘푸르른 산에 올라보니 온 세상이 쪽빛과 같은데 사람의 욕심은 그칠 줄을 몰라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도 세상사를 탐한다’라는 글을 지은 현장이기도 하다.

사림 학파의 거두로 조선조 선비들의 정신적 자주였으나 조정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평생 벼슬길에 나서지 않고 은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쳐 임진왜란 때 가장 많은 의병장을 배출한 큰 스승답게 세상의 탐욕보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며 학문에 몰두한 산림처사(山林處士)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글을 남긴 것이다.

계곡을 따라 단성면 백운리 점촌 마을에 들어서면 ‘백운동’이란 글자를 새긴 기암절벽과 ‘용문동천’임을 알리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는 널찍한 암반이 반긴다. 그 위로는 목욕을 하면 절로 아는 것이 생긴다는 다지소(多知沼)가 있다. 폭이 26m, 길이가 30m에 달하는데 주변이 모두 바위라 여름에는 피서객들이 줄을 잇는다. 또한 높이 4m여의 백운폭포와 다섯 곳의 폭포와 담(潭)이 있다고해 오담폭포인 곳을 비롯해 ‘영남제일천석’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 등천대(登天臺)는 정말 계류의 물보라를 타고 하늘로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물살이 거세다.

이외에도 옳은 소리만을 듣는다는 청의소(聽義沼), 아함소, 장군소, 용소 등의 소(沼)와 탈속폭포, 용문폭포, 십오담폭포, 칠성폭포, 수왕성폭포 등이 있다.

 

선유동계곡
선유동계곡

◆선유동계곡 = 산청 신안면 안봉리 수월마을 뒤쪽에 있는 선유동계곡은 이름 그대로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고, 선비들이 그들의 공부됨을 시험했다는 곳이다.

진주에서 산청읍에 이르는 3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나라에 처음 목화를 전파한 삼우당(三憂堂) 문익점(文益漸)을 기리는 도천서원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 첫마을에서 구 월성초등학교 쪽으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선유동계곡이 시작되는 수월마을에 이른다.

굽이 진 시냇물에 술잔을 띄워 보내며 술잔이 닿기 전 시 한 수 지어 읊는다는 곡수유상(曲水流觴)의 멋스러움이 있었던 계곡으로 사람들은 계곡에 선녀가 술을 빚어 담아 두었다는 동이 2개가 아직도 있다고 하는데, 실제 폭포 위쪽에 있는 거대한 반석에 보면 지름이 50cm, 깊이가 2m여에 이르는 장독 모양의 커다란 홈이 있다.

대나무와 소나무가 언제나 푸르름을 뽐내는 수월마을은 선녀가 놀다간 절경 아래 위치한 마을답게 소담스런 풍경을 하고 있다. 마을 앞을 흐르는 계류따라 1km 정도 가면 암벽 깊숙이 감춰져 있는 수월폭포가 보인다. 수량은 많지 않으나 높이 15여m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수가 모이는 소(沼) 역시 명주 실타래를 세 개나 풀어도 끝이 닿지 않는다는 말처럼 깊은데다가 주변에 소나무 숲이 울창해 신비감까지 자아낸다.

특히 폭포를 이루고 있는 바위 위쪽에는 용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용이 승천하면서 물 양쪽 바위를 걸어가며 천천히 하늘로 올랐는데 그 발자국이 이어져 두 줄로 길게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선유동의 이름을 낳은 계곡은 폭포에서 다시 1km 정도를 더 올라가야 한다. 선녀들이 빚은 술을 담았다는 동이 모양의 홈을 비롯해 자연스레 생긴 바위의 굴곡을 두고 선녀들이 한 잔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면서 남겼다는 발자국이라는 그럴듯한 해설을 들으면서 음주가무(飮酒歌舞)를 즐겼다는 우리네 민족성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고운동계곡-산청군
고운동계곡-산청군

◆고운동계곡 = 고운동계곡은 덕산에서 중산리 방면으로 가다 외공리의 정각사 안내 표지판을 조금 지나 서지 관광농원 안내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머물렀을 정도로 계곡이 빼어난 고운동계곡은 고운동이란 지명도 최치원의 호에서 따왔다. 고운선생이 피리를 불며 거닐었다는 피리골에서 내려오는 계류와 계곡의 본류가 만나는 배바위에서부터 참맛을 느낄 수 있으며 바위에 서서 수정처럼 맑은 물이 바위들 사이로 흐르는 모습을 보노라면 뱃고동 소리를 울리면서 떠나는 것 같다. 뱃머리에 해당하는 곳에는 주암대(舟岩臺)란 글자가 음각돼 있다.

지리산록에는 옥천대, 문창대, 세이암, 환학대 등의 고운과 관련된 지명에 친필이라고 알려진 쌍계사 진감선사 대공탑비, 쌍계석문(雙磎石門), 광제암문(廣濟癌門) 등의 글씨가 남아 있지만 그의 호를 딴 지명은 고운동이 유일하다. 그만큼 고운동의 경관이 뛰어나다는 뜻일 것이다.

고운이 지리산의 산신령이 됐다는 전설 때문인지 그곳에 들어가면 전쟁도 없고, 먹을 것이 풍부하며, 상놈과 양반의 나눔이 없이 장수한다는 ‘청학동’이란 이상향을 찾는 사람들은 고운동을 이상 세계 속의 ‘청학동’으로 여겼다.

계곡 군데군데에는 야영터도 조성돼 있으나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 계곡물이 갑자기 넘치므로 한나절의 피서가 아닌 야영을 하려면 조심해야 한다.

구름처럼 물보라가 일어난다 해서 운여폭포를 지나면 너럭바위인 배바위가 나온다. 길이 20여m, 폭 10여m의 배바위에 오르면 골짜기 아래쪽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개 산행하는 사람들은 고운동계곡으로 고운동에 올라 산방에서 차 한잔을 하고 계곡 들머리에 있는 배바위와 연결되는 피리골로 하산한다. 피리골은 아기자기한 맛이 돋보이는 계곡으로 아직은 깊숙이 감추어져 있다. 양성범기자·자료제공/산청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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