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경제발전에 기여한 숨은 공로자들
강남훈 칼럼-경제발전에 기여한 숨은 공로자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06 18:4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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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경제발전에 기여한 숨은 공로자들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책 한권을 전달 받았다. 기획재정부, KDI(한국개발연구원) 등에서 펴낸 2018년 8월 학예연구지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숨은 공로자> 이다. 이야기경영연구소 김하영 편집장이 저자다. 모두 168페이지 분량의 이 책은 제1부 자기자리에서 역사를 만든 사람들, 제2부 프로필 너머의 인생 등의 순으로 구성됐으며, 모두 31명의 ‘숨은 공로자’를 소개했다. 세계로! 세계로! 등 모두 7개 분야에 걸쳐 이들의 개인적인 삶과 국가의 경제발전 과정에서의 미시적 상관관계를 밝혀내는데 주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역사는 소수의 특정 개인들에 의해 완성된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저마다의 위치에서 자신의 소임을 묵묵히 수행했기에 오늘의 경제발전이 가능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분들 중 우리에게 낯익은 분들이 많다. 그러나 전혀 생소한 분들도 있다. ‘기적의 볍씨’ IR-667(통일벼로 명명)을 개발한 허문회 박사(1927~2010)는 ‘민족의 염원’인 쌀 자급을 달성한 장본인이다. 국제적 임업육종 학자로 ‘산림부국론’을 주창했던 현신규 박사(1912~1987)의 얘기도 있다. 그는 ‘기적의 소나무’로 불리는 ‘리기테타’와 개량 포플러인 ‘현사시나무’를 개발해 황폐해진 우리나라 산림(山林)을 울창하게 만들었다. 경남 거제출신으로 첫 국산 라디오를 개발한 김해수씨, 33종의 신차를 개발,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의 기초를 닦은 이창구씨,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박사, 경운기, 트랙터 등을 개발해 우리나라 농업기계화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진주 출신의 대동공업사 김삼만 회장(1912~1975), 가난한 자들의 의사 장기려 박사(1911~1995), 우리나라 제1호 기생충학 박사로 기생충 박멸에 일생을 건 임한종 박사, 독일에 간호사와 광부로 갔던 박영숙씨와 권이종씨 등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특히 ‘사막에서 난로를 판 사나이’ 김달호씨와 ‘열사의 땅 건설역군’ 김철빈씨 이야기는 더 큰 감동을 자아낸다. 김달호씨는 1947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진주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그는 그의 꿈인 ‘상사(商社)맨’이 되기 위해 1973년 종합상사인 삼성물산에 들어갔다. 5년 뒤인 1978년 리비아 지점에 발령을 받으면서 그의 ‘무역인생’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에게 떨어진 첫 번째 임무는 난로 판매였다. “푹푹 찌는 아프리카에서 무슨 난로를 파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는 건조한 사막 기후의 특성상 난로 수요가 꽤 높은 편이었다. ‘알레스카에서 냉장고를 팔고, 사막에서 난로를 판다’는 상사맨 이었기에 이 같은 도전이 가능했다. 당시 그는 리비아에서 3년 동안 2000만 달러어치의 난로를 팔았다. 1973년 터진 중동전쟁으로 석유 값은 폭등했다. 중동국가들은 오일머니로 발전소와 고속도로, 항만 등을 짓기 시작했다. 이른바 ‘중동특수’가 시작됐다. 국내 건설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등 오일머니를 벌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1982년 우리나라는 82억달러의 오일달러를 수주 했고. 중동파견 근로자수도 한때 20만명에 달했다. 김철빈씨는 모래폭풍과 무더위를 이겨내며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10여년간 일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18만1000여 무명용사를 비롯해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참전용사, 경찰관과 소방관 등 수많은 순국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내외 각 분야에서 맡은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피땀 흘린 숨은 주역들의 공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선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된 사회’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분들이 흘린 피와 땀, 자신의 소임을 묵묵히 수행해 온 것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회가 됐을때 진정한 통합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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