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동족방뇨(凍足放尿)
시론-동족방뇨(凍足放尿)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09 18:4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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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동족방뇨(凍足放尿)


언 발에 오줌을 누면 어떻게 될까? 우선은 오줌의 온기로 인해 언 발이 녹을 수 있지만 곧 이어 추위로 인해 발은 꽁꽁 얼어 동상이 걸리기 십상일 것이다. 멀리 보지 못하고 임시적인 방편 또는 근시안적으로 급하게 일을 추진하면 반짝 효과를 나타내다가 이후 상황이 더 악화되는 상황을 빗대어 표현하는데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소득주도성장의 논리는 그럴듯하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증대되고 소비확대로 이어지면서 전체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이다. 이론상으로는 맞다. 그런데 시장이 이론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영세 사업자나 자영업자는 그나마 채용하고 있던 직원을 감축하거나 폐업하게 되었고 당초의도와는 달리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게 되었다.

이웃나라 일본의 대졸자 취업률이 97%라고 한다. 취업의사가 있는 학생은 100% 취업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2017년 말 통계에 따르면 4년제 대졸자 취업률은 64%, 전문대졸 취업률은 70%선이다. 2018년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취업률이 더 나아졌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해서 대학의 낭만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어학공부, 봉사활동, 인턴활동 등을 통해서 스펙을 쌓고 있지만 취업할 곳이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필자의 아들도 인서울의 대학을 졸업하고 이미 두 곳의 인턴을 거쳐 일할 곳을 찾고 있지만 아직 취업의 문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다.
워낙 취업의 문이 좁다보니 지원서를 아무리 넣어도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의 경험만 늘어나고 그럴 때 마다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좌절하지 말고 꾸준히 노크하다 보면 어딘가에 너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라는 말로 위로를 해보지만 듣는 아들도 위로가 되는 것 같지 않고 말을 하는 부모도 이런 말밖에 해주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끼기는 매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정부에서도 청년실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대책은 없고 내놓는 정책이 임시방편에 불과해 청년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사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 내야하는데 최근의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은 신규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수당 지급, 면접비 지원 등 각종 시혜성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위 말해서 동족방뇨(凍足防尿)에 불과해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작금의 경제위기 원인이 최저임금 상승에만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경제의 큰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고 정부에서 관여하고 통제하는 관치경제의 시대도 지났다.

기업의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에서 생긴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만들어야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것이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면 굳이 해외에 공장을 건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제품은 중국산에 비해 가격은 다소 높더라도 품질에서 우위를 점해왔기에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 제품이 가격대비 품질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거나 동등한 수준으로 접근해 왔고, 어떤 분야에서는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제품의 품질이 비슷하다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는데 기업입장에서는 당연히 기업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 비용이 절감될 수 있는 곳에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여파가 우리 경제에 새로운 변수가 되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두 경제대국의 싸움에 잘 못 휘말리면 우리경제에 회복할 수 없는 충격이 다가올 수도 있다. 당장 미국은 중국의 화웨이 제제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올바른 판단을 해야한다고 위협하고 있다.

사면초가의 위기이다. 이럴 때일수록 눈앞의 현실에 급급해서 조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다보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무엇이 기업의 신규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지, 어떻게 하면 기업이 국내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 면밀하게 분석해서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청년실업대책이라고 생각한다.

계절은 봄인가 했더니 벌써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 봄꽃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야 피어난다. 봄에 꽃이 피는 나무를 추운 겨울에 온실 속에 두면 꽃을 피우지 못한다. 이 땅의 청년들에게 주는 각종 시혜성 정책들이 어쩌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혼자만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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