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탈 노동의 시대에 대한 가능성
도민칼럼-탈 노동의 시대에 대한 가능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09 17: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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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에듀맥스 대표
김병진/에듀맥스 대표-탈 노동의 시대에 대한 가능성

한국 사회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직업을 갖고 일을 한다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였고, 그렇지 않는 경우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적어도 팀 던롭의 “노동 없는 미래”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팀 던롭(Tim Dunlop)’은 정치 및 철학박사이며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책 <노동 없는 미래>는 일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생가의 방식을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고대 그리스의 시민들은 예술과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고, 뭔가를 배우는 데 성취감을 느꼈으며, 사회와 정치참여에 몰두 했고, 모든 노동은 노예들에게 맡겼다. 21세기의 시민인 우리는 그런 삶을 살 수 없는 것일까? 모든 노동을 로봇들에게 맡기고 인간은 평등하게 생산적인 일을 하며 사는 삶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일까? 팀 던롭의 이 질문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생각해볼 만한 질문일 것이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 전기로 인한 2차 산업혁명, 정보기술 혁명을 통한 3차 산업혁명시대를 거쳐서 이제 우리는 ‘클라우스 슈밥’이 이야기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제조업과 ICT의 융·복합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표상인 듯한 로봇과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기술 발달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노동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팀 던롭은 미래에 이르는 세 가지 접근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가 이야기 하는 3가지 접근방식 중 한 가지를 택하여 미래에 대비하게 될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세 가지 접근방법은 1) 평상시와 다름없는 (business-as-usual) 접근 방식 2) 미래로 돌아가는(back-to-the-future) 접근방식 3) 탈 노동(postwork) 접근 방식이다. 이 세 가지 접근 방식들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평상시와 다름없는 (business-as-usual) 접근 방식의 핵심은 우리는 앞으로도 현재의 우리와 같을 것이며, ‘시장’ 역시 현재와 다름없이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노동자의 자유가 결여되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신자유주의 질서를 계속 유지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 접근방식에는 ‘부의 소득세 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이것은 복지비용을 줄이고,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하다. 이 접근 방식은 세계 여러 나라의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접근방식은 산업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긱 경제(gig economy)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접근 방식이다.

둘째, 미래로 돌아가는(back-to-the-future) 접근방식이다. 이 방식은 신자유주의 국가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려는 접근방식이다. 이 접근 방식은 완전고용과 풀타입 고용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임시직 화와 거기에서 비롯되는 불안정성에 특히 반대한다. 그런데 이 접근방식은 첫째, 여성 노동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결여되고 있고, 둘째, 경기가 가장 좋은 시절에도 일자리는 경기 싸이클에 영향을 받는데 하물며 경기 좋지 않을 때는 비현실적이며 셋째, 여전히 직업윤리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의 등장과 같은 기술발달에 따른 일이 없는 미래에 대한 무대책이 가장 큰 문제이다.

세 번째는 탈 노동(postwork) 접근 방식이다. 이 접근 방식은 ‘완전 실업’을 공식 정책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며, 인류가 번영하려면 사회의 생산적인 일은 거의 다 기술(로봇, 인공지능 등)에 떠넘기고 인간은 자유롭게 다른 활동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제 일에 대해 생각할 때 더 견딜만하고 더 많은 돈을 받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며, 일이 인간다운 삶의 중심이라는 생각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대 그리스 시민들이 모든 노동은 노예들에게 맡겼듯이 모든 노동은 로봇과 인공지능에 맡기고 인간은 평등하게 생산적인 일을 하며 사는 삶이다.

위에서 말한 미래에 이르는 세 가지 접근 방식을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그 적용가능성은 어떠할 것인가? 기존의 고정관념에 가까운 직업윤리 개념에 도전하거나, 기술을 받아들이고 그 기술이 인간들이 했던 일을 대신하게 하는 개념은 역동적인 한국 사회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라 본다. 다만 문제는 기본 소득일 것이다. 기본 소득(basic income)이란 정부가 국민에게 매달 조건 없이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 충분한 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 기본소득제도야 말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나타나게 될 일자리의 상실과 실업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기술을 소유하고 좌지우지하는 엘리트들뿐 아니라 대부분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현실에 대처할 방법이라고 이 책의 작가 ‘팀 던롭’은 보고 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을 살아가는 우리는 반드시 밥 먹으면 반드시 일을 해야만 한다는 ‘직업윤리’를 다시 생각해야 하고, 로봇과 인공지능의 기술에 대해 신속히 적응해야 하고, 기본소득 개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하는 시점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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