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종교(宗敎)와 정치(政治)
진주성-종교(宗敎)와 정치(政治)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09 17:2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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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종교(宗敎)와 정치(政治)

한 종교단체의 회장이 현직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해 정치권은 물론이고 종교계, 국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종교인들이 한 정치인을 향해 칭송을 늘어놓아 또다른 논란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 종교단체 회장은 '시국 선언문'이라는 개인 성명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올 연말까지 하야할 것을 요구했다. 안동에서는 유림 대표들이 야당대표에 대해 국난극복의 구세주이자 100년만에 나타난 인물이라고 치켜 세웠다.

이런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새삼 정치와 종교의 관계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정교분리의 국가이다. 정교분리는 정치와 종교가 엄격하게 분리돼야 된다는 원리이다. 우리나라 헌법 20조 2항에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정치와 종교는 구분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 헌법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나아가 국교의 불인정과 정교분리원칙까지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은 종교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헌법은 국교 불인정과 정교분리 원칙을 규정해 국가의 종교개입이나 정치의 종교화, 종교의 정치화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런 원칙들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적 태도로 인해 정부와 종교단체 간의 갈등과 더불어 종교단체 간의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이번 사태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종교의 정치개입 사태라는 측면이 강하다.

물론 정치와 종교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정치와 종교는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인간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하기 때문이다. 종교라는 말을 한자로 풀이하면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종교는 사회의 올바른 가치가 무엇인지 제시해주고 사회가 올바로 가지 않을 때는 과감이 쓴소리를 내고 비판을 할 수 도 있다.

이번에 벌어진 종교계의 정치를 향한 발언을 두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란 속에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종교인이 해서는 안될 발언을 했다는 비난이 있는가 하면 용기있는 발언을 했다는 두둔도 있다. 판단의 기준은 각자가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발언 파문이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온당한지 여부를 떠나 정치든 종교든 서로 과도한 개입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대수 국민의 생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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