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한가로운 사람들
도민칼럼-한가로운 사람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11 14:5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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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한가로운 사람들

‘한가롭다’와 ‘여유롭다’라는 말이 있다. 두 낱말이 비슷하지만 내 느낌에는 한가롭다는 건 한량의 느낌이 들고 여유롭다는 건 일꾼이 일을 끝내고 쉬는 모양 같다. 바쁜데 놀고 있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흔히 “한가하냐?”라고 비꼬고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안쓰러워 보일 때면 ‘한가함을 가져봐’ 라고 하기 보다 여유를 좀 가지라고 말하듯 이 두말에는 미세한 느낌의 차이가 있다.

요즘 참 한가한 사람들이 있다. 국민소득(GDP)의 다섯 배가 넘고 이탈리아 일본 다음으로 년봉이 높은 이들이 정쟁하느라 바빠서 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데 이름하야 고귀하신 ‘국회의원’님들이시다. 정쟁이라고 대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은 알지도 못하는 패스트트랙인지 뭔지로 난리를 쳐서 들여다보니 그 패스트트랙이라는 것이 박근혜 정권때 만든 국회 선진화법 중의 하나로, 발의된 법안이 무한정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생긴 법이라고 한다. 일명 ’안건 신속 처리 제도‘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안건을 올리는 것이지 안건이 결정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다른 안건보다 빨리 표결에 붙여진다는 뜻일 뿐이다. 나 같은 문외한은 그 패스트트랙으로 국회가 난리를 피워서 뭐가 다 결정이 난 줄 알았다.

국회위원이란 무엇인가? 한사람 한사람이 국민이 뽑은 입법기관이다. 그 자부심 또한 대단하고 그래서 잘 사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우리가 더 연봉도 많이 준다고 하지 않는가! 평소 나는 그런 입법의 권한을 가진 이가 지역의 민원에나 매달리고 단체장들 공천에만 관여하는 모습이 마땅치 않아 정말 나라를 큰 틀로 보고 법치국가답게 규칙을 정하려면 어차피 우리나라는 정당정치니 정당의 정책을 보고 그 당에서 추천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본 후 뽑는 비례대표가 많은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상 국회에 들어와서 성과 있는 일을 하는 국회의원 중에는 비례대표가 많다. 때 묻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일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일은 지역 단체장이 주관하고 법은 국회의원이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국가에서는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젊은이들이 살아갈 세상이니 선거 나이도 만18세로 가는 것이 옳다. 만18세면 우리나이로 20세인 셈인데 만18세면 혼인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선거를 못한다는 것이 우습지 않은가!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미국도 만18세면 선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좀 젊은 정치인 좀 나왔으면 좋겠다. 국회의원 7선 8선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물론 경륜이야 필요하지만! 공수처 설치도 반대를 하려면 여당이 자기들 조사 나올까봐 반대해야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이 제일 야당이 반대를 하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그리하여 검경 수사권 조정 등등 이 세 가지 법안이 소위 특급 열차를 탔다는데 그 패스트트랙 때문에 국회를 열지 못하겠다고 하니 그 놈의 경제는 다 같이 어렵다고 살리라고 아우성을 치면서 추가경정예산 의결을 해야 하는 국회는 지금 무엇을 하는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나온 노후 경유차도 바꿔야 하고 애들 학교 공기도 정화해 줘야하고 지진피해 화재피해 입은 지역도 지원해야 하고 돈 쓸 일이 천지인데 나라 살림의 의결과 입법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허구한 날 막말 타령이고 거짓뉴스로 사람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나 내고 느닷없는 약산 김원봉 논쟁까지 하니 이미 이전부터 밀양시는 백범 김구 선생보다 현상금이 더 높던 김원봉 선생의 생가 터를 복원하려고 한 마당에 이제와 또 망령 같은 이념 논쟁이나 일삼으니 세상 참 한가한 사람들이 모두 여의도에 있구나 싶다.

이 와중에 전쟁을 대신한다는 축구가 U20 월드컵,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 후보 세네갈을 이기고 36년 만에 4강에 들어서는 쾌거를 보았다. 경기가 끝나고 정정용 감독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 팀은 스탭부터 선수까지 모두 하나입니다, 라고 하는데 국회의원들은 뭐하나? 중국과 미국의 경제 싸움과 일본의 패권주의가 넘실대는 이때 최소 우리도 외교, 경제에서는 한 목소리가 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국회의원님들이여! 한가한 국회 말고 일하는 국회, 여유로운 국회 좀 만들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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