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우리는 남이 아니다
아침을 열며-우리는 남이 아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11 14:5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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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수필가
강영/수필가-우리는 남이 아니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아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게 되겠네’ 동요의 한 구절이 자꾸 입에서 맴돈다. 미국과 중국을 양대 축으로 신냉전 시대니 어쩌니 하면서 세계가 요동치면 그럴수록 더 자주 중얼거린다. 두 강대국을 향해 원망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국가 대 국가가 서로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체념할 수는 더더욱 없다. 설사 두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가 할 일이 없다는 게 뼈아픈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체념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양국을 무조건 적대시 하는 것 또한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중국이 가까운 이웃 나라인 러시아와 웃으며 만나서 밀담을 나누었다. 그것으로 부족했던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교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란듯이 친밀감을 과시하는 게 아니겠는가. 개인적인 시각으로 볼 때 유치하기까지 한 모양새다. 트럼프나 시진핑이나 푸틴은 서로를 자극하는 그런 노골적인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금기다. 트럼프나 시진핑이나 푸틴은 절대로 개인이 아니다. 그들은 국가, 그것도 세계 국가들 중에서 단연 지도자격인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단호히 말한다면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그 국가들이 행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예민한 시국에 서로를 자극만 해대니 세계가 걱정이다. 걱정하는 것으로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관계된 주변국은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고 피가 마른다. 못할 짓이다.

미국은 또 어떤가. 미국 국방부는 최초로 대만을 중국의 일부가 아닌 독립된 국가로 인정함으로써 마치 중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는 것 같은 형국이다. 어떻게 보면 미국이 바싹 긴장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시장을 가진 나라 중의 하나인 중국이 해보자고 들면 무엇이든지 내다 팔아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런 중국만으로 실은 힘에 버겁다. 그런 판에 중국이 러시아의 힘까지 합해서 미국을 공략하면 미국은 속된 말로 환장할 노릇이기는 하다. 죽이지도 못하고 살리지도 못하고, 빼도박도 못하고, 어쩔 것인가!

정말로 방법이 없을 것인가? 아니 그들이 이 따위 저급한 정치로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도대체 진정한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는가? 장기적 시각으로 불 때 트럼프와 푸틴과 시진핑은 실은 자기들의 현재의 정치 행위가 세계 시민들에게는 아무런 실리가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 실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댓가로 이토록 세계가 불안에 떨어야 하는 댓가를 지불하고 있다. 이것이 정치인가! 그들이 유치하다는 건 바로 이런 점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저들이 저러는 것은 자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겠다. 기가 찬다.

세 강대국은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진정한 강대국일 수 없다. 그래서는 진정한 이익을 창출할 수도 없다. 그저 일시적으로 부분적으로 이익이 왔다갔다할 뿐이다. 그런 이익은 사회악이 분명하다. 절대다수가 불안하고 손해를 보고 상대적으로 소수가 이익을 얻는 게 무슨 정치?

우리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혹자는 그렇다고 우리가, 우리 서민이 할 일이 무엇이 있는가 하고 무력해할 수도 있다. 가만히 있어서도 안 될 뿐더러 무력할 일은 더더욱 아닌 것으로 깊이 사료된다. 우선 저들이 하는 일이 아주 저급한 정치도 아닌 힘자랑이라는 것을 철저히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그 앎으로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무엇이 되겠느냐고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서로 통하는 주제로 이야기 하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연대로 이어진다. 그것이 진정한 힘이다. 어쩌면 힘은 오직 그것만이 힘일 것이다. 그 외는 폭력일 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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