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시선-이쪽과 저쪽(8) ‘외국인’
아침을 열며-시선-이쪽과 저쪽(8) ‘외국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12 15:2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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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현 베이징대 外籍敎師
이수정/창원대 교수·현 베이징대 外籍敎師-시선—이쪽과 저쪽(8) ‘외국인’

북경에서 한국의 뉴스를 살펴보다가 ‘인구절벽’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미국의 신용평과 기관들도 한국의 인구감소를 한국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지적하는 모양이다. 우연이지만 며칠 전엔 같은 화면에서 일본의 뉴스를 살펴보다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규제철폐 기사를 읽게 되었다. 근대화 이후 우리보다 조금 미리 달려온 일본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모양이다. 이곳 중국도 같은 문제로 그 유명한 ‘1자녀 정책’을 수년 전 폐기했다. 그래도 쉽게 인구증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모양이다. 이러다보니 산업생산을 위해,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외국인의 유입은 불가피한 현실이 된 듯하다. 한국도, 중국도, 일본도, 정주 외국인이 넘쳐난다.

이런저런 연유로 태어난 조국을 떠나 외국에서 삶을 살게 되는 건 인류사의 한 보편적인 현상이다. 당장 떠오르는 사례만 해도 신라를 떠나 당에서 살았던 최치원, 조선을 떠나 일본에서 살게 된 심수관, 인도를 떠나 가야에서 살게 된 허황후, 페르샤를 떠나 신라에서 살게 된 처용, 중국을 떠나 미국에서 살게 된 린위탕, 그리고 영화에도 나오는 수많은 초기 이민자들, 일본을 떠나 미국에서 살게 된 혼다 의원, 한국에서 살게 된 호사카 교수, 그리고 일일이 손꼽기도 힘든 저 베트남 필리핀 출신의 결혼 이주민들…참 많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을 대하는 이른바 ‘원주민’들의 태도에는 참 여러 가지가 있다. 선대와 박대가 있다. 선대 내지 환대는 당연히 긍정적이다. 그런데 이 ‘박대’가 문제다. 이건 윤리적인 문제가 된다. ‘그들’의 ‘사정’이라는 것이 고려되지 않는 것이다. 그 무고려가 무배려로, 무례로, 차별로 이어진다. 무고려의 바탕에는 무사려와 오만이 있다. (나는 그런 것을 ‘저질’로 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일본 우익들의 혐한적 ‘차별’이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예전에는 우리사회에서도 ‘화교’들에 대한 은근한 차별이 있었던 모양이다. 적지 않은 화교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본인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쪽바리’라는 놀림과 왕따다. 심지어 최근에는 탈북민에 대한 국내의 ‘차별’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철없는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이건 말이 안 된다. 북조선은 원래 같은 민족, 같은 ‘우리’가 아닌가. 사정은 여하튼 나는 탈북현상을 ‘작은 통일’이라 여기며 반기는 입장인데 그 자녀들이 차별대상이 된다는 소식엔 정말 가슴이 아파온다.

그런 점에선 한국사회도 일본사회도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차별행위가 원천적으로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사회가 어떤지는 오래 살아보지 않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은, 내가 외국인이기에 느끼는 부당하고 불쾌한 차별 같은 건 별로 없었다. 워낙 외국인이 많아서 그런 걸까? 일본과 독일에선 몇 번 저질인 인간들로부터 그런 불쾌한 대우를 당한 적이 있다. 중국은 좀 다르기를 기대한다. 내 친구 K는 이곳에서 20년을 넘게 살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오래 산 일본에서 내가 그 친구처럼 살기는 쉽지 않다. 최소한 그 점에서는 중국이 일본보다 좀 나아 보인다. 또 내가 아는 지인 Y는 이곳 국영기업체의 고급간부로 일하고 있다. 그것도 일본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이라면 그룹 부회장 격인데...”하고 말하니 그분은 쑥스러워하시며 “그런 타이틀이라도 달아줘야 사람들이 말을 들을 테니 달아준 거겠죠”라고 몸을 낮추셨다. 중국인 특유의 어떤 사업적인 계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 주변의 많은 지인들은 큰 ‘차별’ 없이 이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부디 중국의 ‘품격’이기를 나는 기대해 마지않는다. 중국의 그런 ‘다름’이 만일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그건 우리가 이들에게서 배워야할 점이 아닐 수 없다. 어차피 우리도 외국 출신의 이민자들과 더불어, 그들의 기여로 한국의 미래를 꾸려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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