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핵 불똥이 일본으로 튀면
시론-북핵 불똥이 일본으로 튀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12 15:2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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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
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북핵 불똥이 일본으로 튀면

지금 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일본의 평화헌법, 미국의 핵우산, 국민의 피폭국 정서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북한의 핵무장이 인정되고 일본에 대한 위협이 특정되면 전혀 다른 상황이 된다. 일본 총리들도 핵무장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었고, 인터넷을 뒤져보면 지금도 핵무장을 요구하는 소리가 꾸준하다. 일본의 핵무장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과제인 것이다.

1957년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총리는 헌법의 자위권 행사 범위내에 있는 핵무기 보유는 위헌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총리도 핵무장론자였고,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는 1964년 중국이 핵보유를 선언한 것을 보고 실제로 핵무장을 향해 움직였다. 그후 미국의 압력으로 “핵무기를 만들지 않고 보유하지 않고 들여오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발표하고, 1970년 2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하였으나, 비서였던 쿠스다 미노루(楠田実)의 일기에 의하면 “차라리 핵무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총리를) 사임할까”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1969년 닉슨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중소분쟁을 이용하여 중국과의 수교를 모색했는데, 중국은 일본의 핵무장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는 미국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는데, 일본이 혹시라도 미국에 등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고, 또한 이것이 반드시 중국과의 핵경쟁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일본은 미국의 설득과 압력으로 핵무기를 포기했는데, 미국은 일본의 핵무장, 중국의 핵전략 확대, 소련이라는 ‘삼중봉쇄’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 때문에 상황이 바뀌고 있다. 지금도 중국 핵미사일의 대부분은 일본의 주요 도시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북핵까지 최종적으로 인정된다면, 일본은 마침내 핵무장을 자위적 조치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바마-트럼프시대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서서히 손을 빼고 있는데, 미국으로서는 안보 공백을 메워줄 동맹국이 절실하고, 일본은 그 역할을 자임하려 한다.

또한 일본 입장에서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나 크다. 핵우산은 적의 제1격에 대해 미국이 제2격을 대신할 것이기에 적으로 하여금 제1격조차 시작하지 못하게 한다는 개념인데, 과연 미국이 미국 본토에 대한 적의 제3격 가능성을 불사하면서까지 제2격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는 늘 있어왔다. 실제로 일본에 핵우산 제공을 약속하면서 미중 수교를 이끌어낸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는 “동맹국이 핵공격을 당했다는 이유로 미국이 소련과 핵전쟁을 벌이는 바보 같은 자살행위를 할 리 만무하다”고 논설했다. 그래서 중국핵에 이어 북핵마저 일본을 겨냥하면, 일본은 독자 핵무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내각관방 부장관때인 2002년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바가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 환구망은 2015년 8월 8일 일본의 핵무장 능력을 보도하면서, 일본이 세계 최대의 나선형 핵융합실험장치(LHD) 등 세계최상급 핵융합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핵폭발실험을 하지 않아도 고성능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으며, 일본은 미사일 탑재용 핵탄두를 개발할 능력도 있어, 매우 짧은 기간에 ‘세계 제3위의 핵무기보유국’으로 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제3위’는 아니더라도 경제력과 과학 기술력을 가진 일본이 핵무기 개발·보유에 착수하기만 하면 쉽게 실전 배치에 이를 수도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이를 중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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