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안인득 피해자 신고 대처 미흡 드러나
경찰, 안인득 피해자 신고 대처 미흡 드러나
  • 김상목기자
  • 승인 2019.06.13 18:35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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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소극 처리·대수롭지 않게 생각”…조치 미흡 인정
강제입원·신변보호 요청에 경찰 “검사에게 문의해라”
안인득에 의한 방화 살인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현장모습
안인득에 의한 방화 살인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현장모습

안인득이 방화 살인을 저지르기 전 수 개월간 이웃 등을 향해 폭력 성향을 드러내 피해자들의 도움 요청이 잇따랐지만, 경찰이 소극적이거나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방화 살인 전 안인득을 상대로 이뤄진 각종 신고 처리 등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2개월 가까이 조사한 경남지방경찰청 진상조사팀은 13일 이를 공식 인정했다.

앞서 경찰 일각에서는 경찰관들의 대처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참변 발생한 이후 제기된 결과론적 비판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진상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경찰이 소극적이거나 대수롭지 않게 업무를 처리한 탓에 안인득을 막을 수차례의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잇단 신고 대처·범죄첩보 처리 제대로 안해
안인득 집 위층 주민은 방화 살인 발생 전인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경찰에 4차례나 신고했다.

신고자는 안인득이 폭언을 퍼붓거나 오물을 뿌려놨다며 “불안해서 못 산다”라거나 “무서워서 집에 못 가겠다”며 불안함을 호소했다.

경찰은 신고 처리 과정에서 신고자 입장과는 달리 화해나 자체 CCTV 설치를 권고하고, “다시는 만나지 않게 해달라”는 신고자 요청에는 안인득을 만나 구두 경고하기만 했다.

3월 12일 발생한 오물 투척 사건을 당일 CCTV로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신고자가 “(1시간여 전에는) 조카를 쫓아와서 욕을 하고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도 있다”고 했지만, 경찰은 이 부분은 확인하지 않고 별도 사건으로 처리하지도 않았다.

진상조사팀은 이를 두고 “(경찰관이) 욕설하는 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3월 13일에는 한 경찰관이 잇단 신고 대상이 된 안인득을 수상히 여겨 같은 달 3일·12일 사건뿐 아니라 안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9월 오물 투척 사건을 묶어 범죄첩보를 작성하기도 했다.

해당 경찰관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고 의견을 냈지만 정작 범죄첩보를 처리하는 경찰관은 이미 형사과에서 수사 중이라며 ‘참고 처리’만 했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관련 부서 간 정보 공유를 해야 했지 않았느냐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제입원·신변보호 요청에 경찰 “검사·경비실에…”
이웃과 잇단 마찰을 빚던 지난 3월 10일 안인득이 술집에서 망치를 휘두르는 등 소동을 벌여 특수폭행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선 안의 형이 등장한다.

안의 형은 다음날인 11일 경찰서를 찾아 모 형사에게 “우리 동생이 정신질환을 앓아서 치료한 경력이 있다”고 진술했다.

현행법상 개인정보 보호 등 한계로 안인득의 정신병력을 공식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경찰 해명이 궁색해지는 대목이다.

안의 형은 해당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직후인 지난 4월 4일과 5일에도 “동생을 강제입원 시킬 방법이 없느냐”고 해당 형사에게 재차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사건이 송치됐으니 검사에게 문의해라”였다.

진상조사팀은 이를 토대로 “(형사가) 매뉴얼에 따라 최소한 행정입원을 추진할 여지가 있었는데, 그 점이 미흡했다”며 “형이 그렇게 물어봤을 때 행정입원을 본인이 하든지, 제대로 설명을 하든지 정도는 돼야 했었다”고 설명했다.

위층 주민으로부터 마지막 신고가 있던 3월 13일에는 신고자 딸이 직접 경찰서 민원실을 찾아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받아들여 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성은 전날인 12일 안인득이 사촌 동생을 쫓아오는 영상을 보여주며 보호를 요청했지만, 당시 경찰관은 “요건이 안 돼 안타깝다. 경비실이나 관리실에 부탁해보면 어떻겠냐”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경찰관은 당시 CCTV 영상을 본 적이 없고 신변보호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진상조사팀은 앞뒤 상황에 미뤄 여성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신변보호 대상이 됐을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최소한 해당 요청을 접수해서 심사위원회를 통해 판단을 받아봐야 했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팀은 지난 4월 18일부터 최근까지 경찰관 31명을 조사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11명을 경남경찰청 인권·시민감찰 합동위원회에 넘겨 감찰조사 대상자를 확정하기로 했다.

경찰은 확정된 대상자에 대해서는 감찰조사를 벌여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김상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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