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통합 vs 증오
아침을 열며-통합 vs 증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17 16:0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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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통합 vs 증오

참으로 오랜만에 온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쾌거(快擧)를 보았다. 바로 '2019 FIFA U-20 남자 월드컵'의 거침없는 행보에서였다. 맨 첫 경기 포르투갈에 1:0으로 질 때만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이처럼 커다란 성과를 가져오리라 예측도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을 거듭할수록 팀들은 하나로 엮어지는 이른바 ‘원팀’으로 혼연일체가 되었고, 마침내 사상 처음으로 준우승을 차지하였다. 비록 국민들은 마음 한 칸에는 은근한 요행으로 우승을 기대하여 보기도 하였지만 우승을 위해서는 우리가 좀 더 갈고 닦아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어떻든 결과적으로 ‘준우승’을 하였고, 이강인 선수는 ‘골든 볼’을 거머쥐었으며, 따라서 국민들은 정정용 감독과 묵묵히 이름 없이 최선을 다한 대표팀 스태프 진에게도 아낌없이 격려와 찬사와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 사람의 모습이다. 물론 심층(深層)에는 피아(彼我)의 대치적 상황에서 아군의식(我軍意識)이라는 전투적 심리가 꿈틀거리고 있고, 이순신을 비롯한 위대한 전쟁영웅들은 모두 이런 ‘우리 의식(We feeling)’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이를 잘 살려내어 전쟁에서 승리하는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주기ㅗ 하였지만 이것이 사람의 감정이고 정서다.

이런 적대적 상극감정을 자극하여 아군의식을 가진 자기 세력을 결집시켜 권력투쟁과 국제정세 헤게모니 장악에 악용하는 사례들이 있기는 하다. 예컨대 권력기반의 심리적 기반이 아직 견고하지 못하였던 도요도미 히데요시의 조선침략 시도, 2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된 아돌프 히틀러의 라이란트 침공 감행 등은 피아(彼我)를 구분하여 적군에 대한 적개심(敵愾心)을 고취(鼓吹)시켜 아군 세력을 결집시키는 시도다. 이런 것들이 국가 간의 적대관계에서 매우 당연한 것으로 횡행하고 있다. 범세계적 평화를 바라는 평화주의자들이나 위대한 종교에서는 이런 것들조차 사악한 것으로 규정하여 배격하지만 범인(凡人)들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국가 관계에서 이런 일들은 늘 일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런 상극 대립적 방식을 국내문제에 적용할 땐 그 내용이 달라진다. 국가를 위협하는 뚜렷한 적대세력이 국가 밖에 있거나, 또한 그런 세력들이 국가 안이 있을 때에는 당연히 이들을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물리치는 전략 전술을 활용하는 것이 용인될 수 있으나, 그 대상이 더불어 이야기하고 뜻을 보아야 할 국내의 대화 상대방일 경우에는 상대를 죽여야 할 전쟁에서의 전략전술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의 독선에 취하여 상대를 궤멸시키려든다거나, 정권장악과 유지라는 정치적 야욕을 위해 상대방을 음해 모략하는 행태는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결코 취해서는 안될 정치행태다.

지금 우리 앞에 밀어 닥치고 있는 세 개의 무서운 파고(波高). 즉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발굴허여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당면 과제, 영화 ‘기생충’에서 고발되듯 빈부격차에 의한 국민 분열과 예측되는 사회적 혼란 등이 엄존하고 있음에도 정치권에서는 이런 위기들에 대한 위기의식이 전혀 없다. 국민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먹먹하게 미어질 뿐이다.

국민들을 상처난 마음을 헤아려 어루만지고 치유하며, 국민들의 분노를 충분히 안아 들여 속으로 감싸안하 위무(慰撫)하며, 국민들의 고픈 배를 채워줘야할 정치집단이 오히려 괴물 집단으로 변모하여 자기들끼리의 먹이 싸움에 ‘국민’이란 명분을 붙여 국민들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 매우 아프게 하고, 고픈 배를 더욱 고프게 만들고, 국민들을 편 갈라 서로 증오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는 정글법칙의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잘 못된 것이다. 애냐면 정글의 법칙은 차라리 순진하고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이다. 먹이사슬의 구조에서 일정한 먹거리와 위상만 정립되면 자연은 숨 막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대한 생명의 터전이 되어 그 자체로 숭고하게 영존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정글 속에 들어간 사람들은 위대한 자연의 향연에 오히려 경건하고 숭배의 감탄사를 쏟아 낸다. 그리하여 지금 눈에 보이는 정치판을 ‘정글’이라고 묘사 하는 것은 그래서 ‘자연의 위대한 조화’를 오히려 모독하는 행위다.

정치판에 바란다.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선전 선동이 아니라 국민들을 통합하는 봉사와 헌신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증오의 감정을 쏟아 넣는 악다구니가 아니라 부드러운 용서와 따스한 포용의 언어를, 국민들을 지레짐작 겁먹게 만들어 스스로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게 하는 살벌한 비판과 비난의 소리가 아니라, 이번 월드컵 응원에서처럼 용기와 희망을 부추기는 말들을 정치권에서 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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