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길(3)
칼럼-길(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17 16:0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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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길(3)

길은 구조상으로 로면(路面)과 갓길(路肩)과 측구(側溝:물이 잘 빠지도록 차도와 인도의 경계를 만든 도랑)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대전회통』 〈교로조(橋路條)〉에는 측구(側溝)의 규격까지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시인 장순하(張諄河:1928∼)는 길을 제재로 한 시를 10여 편 연작으로 발표한 바 있는데 그 중 ‘길 시리즈 ②’라고 부제가 붙은〈지쳐 누운 길아〉 한 편을 보면 여기에 표현된 길은 실체로서의 길과 인생이라는 상징적 길이 뒤섞여 나타나 있다. 「어디에나 길은 있고/어디에도 길은 없나니/노루며 까막까치/제 길을 열고 가듯/우리는 우리의 길을/헤쳐가야 하느니. 땀땀이 실밥 뜨듯/잇고 끊긴 오솔길/신발 끈 고쳐 매며/한 굽이는 왔다마는/호오호 밤 부엉이가/어둠을 재촉한다.//날 따라 다니느라/지쳐 누운 길아/한심한 눈을 하고/한숨 몰아쉬는 길아/십자가 건널목에는/신호등도 없어라」라고 했고…

가수 최희준(1936∼2018)은 히트곡 〈하숙생〉에서 「인생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나그네 길」이라고 했고, 가수 윤태규(1964∼)는 〈나의 길〉에서 「누구나 한 번쯤 넘어질 수 있지만 내가 가야 하는 이 길」이라고 했다.

오스트리아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는 젊은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북소리에 발 맞춰 자신의 길을 가라」고 했고, 독립운동가 이며 시인이었던 한용운(1879∼1944)은 「길을 가다가 힘이 든다고 돌아서서 다른 길을 갈 때에 그때도 힘이 든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라고 했고, 불멸의 거작 『신곡』을 남긴 13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1265∼1321)는 「잊지 마라, 나의 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이라고 했다. 현대를 창업했던 고 정주영(1915∼2001) 회장은 「길이 없으면 찾고 그래도 없으면 만들어 나가라」고 했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을 지낸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은 「나는 승리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그릇된 길을 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성공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양심에 어긋나는 길은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으며, 『한비자(韓非子)』 〈세림(說林)〉편에서는 「노마식도(老馬識途:늙은 말이 갈 길을 안다).」라고 했다. 즉 경험 많은 사람이 지혜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길을 가다가 만난 돌을 ‘걸림돌’이라고 하는 이도 있고, ‘디딤돌’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역사를 이끌어 온 사람들은 자기 앞에 가로 놓였던 장애물들을 밟고 넘어가는 ‘디딤돌’이라는 의지를 가지고 극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간 사람들이다. “어디 가니?” “발길 닿는 대로 간다.” 그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어디 가니?” “바람 부는 대로 간다.” 세 번째 만났을 때 “어디 가니?” “시장에 간다.”라는 해학적인 깊은 철학도 되새겨 볼만 하다.

현대에서 하드웨어적인 길은… 고속도로·국도·지방도·군도·농로·마을길·안길·임도·소방도로·항로(비행기 길)·해로(뱃길)·기찻길·자동차 길·자전거 길·포장도로(콘크리트 길, 아스팔트 길)·비포장 도로·산복도로·지하도·해안도로 라고 할 수 있으며, 소프트웨어적인 길은… 가시밭길·가서는 안 되는 길·갈 수 없는 길·강변 길·과거보러 가는 길·관광 길·꽉 막힌 길·귀경길·귀향길·극락 가는 길·꼬부랑 길·낙향 길·낯선 길·내리막길·넓은 길·내가 가고 싶은 길·답사 길·되돌아가는 길·되돌아오는 길·되돌아 올 수 없는 길·도망가는 길·들길·둘레길·뒤안길·뒷길·등 떠밀려 가는 길·마음의 길·막다른 길·물길 ․ 밤길·밝은 길·방황의 길·비단길·빙판길·빗길·산길·산책길·삼거리 길·상상의 길·성묫길·소로 길·순례길·순탄한 길·숲길·시골 길·시장가는 길·앞길·오솔길·어두운 길·여행 길·오르막길·저승 가는 길·좁은 길(고샅길)·지옥 가는 길·직선 길·지름길·진창길·천당 가는 길·출세 길·탄탄대로·탐색하는 길·툭 트인 길·한길·험난한 길·흙탕길 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 걷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길이 아니고 그의 길이다. 내가 걷고 싶고 걸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선택한 길이 ‘나의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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