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시 오지 않는 신나는 운동회
기고-다시 오지 않는 신나는 운동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17 16:0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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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합천 쌍백면
김호연/합천 쌍백면-다시 오지 않는 신나는 운동회

초등학교 때 가을 운동회를 위해 학년마다 연습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운동회란 전체 학년의 단합과 유대를 강화하고 평소의 운동 학습결과를 가족이나 이웃들 앞에서 연출하여 성장하는 모습과 어린이들이 자주성이나 협력심, 책임감 등을 몸에 익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운동종목이 다양하게 연출된다. 줄다리기, 모래주머니 던지기, 예쁜 옷 입고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는 멋진 악대부들, 엿을 입에 물고 달리기, 바톤 받으며 이어달리기, 남자는 넘버링과 기마전을 하고 여학생들은 음악에 따라 예쁜 율동으로 무용 연습을 한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예쁘고 고우신 석경숙 무용부 선생님! 연습 중에 내 이름을 호명하시며 선생님 파트너가 되어 연습을 해보자 하신다.

무용하는 여학생들은 파트너를 정하여 두 줄로 큰 원을 만들어 선생님과 나와 무용하는 것을 보고 연습을 했다.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내 손에서 정말 향기로운 냄새가 코를 자극 한다. 향수인지 화장품인지 어찌나 냄새가 좋던지 그날은 손도 씻지 않았다.

석경숙 선생님께서는 서울 말씨 표준어로 상냥하고 고운 목소리로 말씀을 하시는데 어쩜 그렇게 예쁘게 하시던지 나는 넋이 나간사람 마냥 듣고 있었다. 어떻게 사람의 입에서 저렇게 고운 말을 할 수 가 있을까? TV도 없던 시절이라 표준어는 책에서만 봤지 실제로 들어본 적 없었고 처음으로 고운목소리로 상냥하게 말씀하시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무뚝뚝한 경상도 말씨 외엔 들어보지 못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아름답게 들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된다. 어떻게 해서 지방마다 말투와 언어가 다른지? 사투리의 유래가 어떻게 생겼는지 단어와 뜻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하는 부분이 지금까지도 많이 있다.

방과 후 운동회 연습 중에는 가장 하기 싫은 종목은 행진이다. 머리위로 내리쬐는 햇볕이 얼마나 따가운 지 땀을 뻘뻘 흘리며 발을 맞춰 연습을 하는데 그중에 발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시 연습을 하고 완벽해질 때까지 반복을 하다 보니 운동장에 쓰러지는 아이도 발생한다. 남자들의 종목 중에 기마전이 참 재미있었다. 우렁찬 목소리로 상대의 말을 무너뜨리려고 있는 힘을 다하여 열심히 싸우는 모습을 볼 때 남자들의 활기찬 모습의 기백(氣魄)이 보기 좋았다.

드디어 운동회 날이 되었다. 학교 교문 밖으로 울러 펴지는 음악소리 운동장 위에는 만국기가 휘황찬란하게 바람을 타고 펄럭이고 운동장에도 각종 경기에 필요하는 색색이 그려져 있는 선들,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운동회 날에는 면민 전체가의 축제다. 김밥, 삶은 계란, 고구마, 단감, 또 삭힌 감밀빵 송편 등등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소박하지만 그 당시에는 최고의 먹거리였다. 무용시간이 되었는데, 지금은 의상들이 참으로 예쁘고 화려하지만 그 시절 무용복은 상의는 하얀 러닝 하의는 검정 주름치마 입고 선생님과 파트너가 되어 원 안에서 예쁘고 멋지고 자신감 있게 그동안 배운 순서대로 열심히 했더니 선생님께서 참 잘했다고 칭찬하셨다.

운동장에 모이신 관객들이 예쁘게 잘했다고 박수 소리가 운동장을 울러 퍼졌다. 모래주머니 던지기를 하는데 긴 나무기둥에 매달려 있는 큰 공을 모래주머니로 던져서 터지게 하는데 어쩌다 모래주머니가 터지면 모래가 공중에서 날려 눈에 들어가 혼비백산이 되기도 하고 마침내 큰 공이 터지는가 싶더니 공속에서 오색 종이가 호화찬란하게 운동장으로 떨어졌다. 큰 공속에서 ‘경축’이라는 글자가 허공에서 휘날리면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졌고 아이들은 절로 신이 나서 어깨춤이 둥실거린다.

운동회 하면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릴레이 선수들이 바통을 받아 이어 달리기다. 선 두자가 준비를 하면 화약총소리를 듣고 출발하고 운동장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일어나고 뒤에 있는 사람들은 까치발을 하고 응원하느라 목이 쉴 정도로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다. 어쩌다 실수로 넘어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땅과 무릎을 치며 안타까워하고, 이기면 하늘을 찌를 듯이 함성을 지르며 펄떡 펄떡 뛰기도 한다. 마지막엔 마라톤 뛰는 청년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면 함성 소리가 운동장이 떠나 갈 듯이 울려 퍼진다. 목이 마를까봐 인정의 물을 건네며 격려도 하는 훈훈한 정이 오고가는 모습들 얼마나 힘이 드는지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 들어오는 선수들께 조금만 더 힘을 내어 마지막 운동장 한 바퀴 돌 때까지 힘차게 박수를 치며 응원한다.

모든 경기를 마치고 집에 가는 도중에 자기편이 이긴 팀들은 흥분의 도가니고 안타깝게 진 팀은 아쉬움의 괴성이 좁은 산골짜기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학생들 상품은 주로 학용품이고 어른들의 상품은 주로 농기구 들이었다. 우리가 다닐 때는 운동장에 학생들이 꽉 찼을 정도였고 교실이 모자라 오전반 오후반이 있었고 학생 수가 약 2000명이였던 자랑스러운 우리 모교가 학생이 줄어들어 전교생이 32명밖에 되지 않아 정말 안타깝다.

모교 측과 총 동문들이 학생들을 유치하려고 많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출산율도 미약뿐만 아니라 농촌총각들의 결혼문제도 심각하다 보니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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