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사의 문학적 가치
초사의 문학적 가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29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지리산막걸리학교 교장
굴원 이외에도 초사의 저자들로는 송옥, 경차, 동방삭 그리고 왕포 등이 있는데, 그중 문학적 가치가 뛰어난 작가가 바로 송옥이다.

송옥(B.C 약 290~223)은 자가 자연(子淵), 초 위왕(楚 威王), 회왕(懷王), 경양왕(頃襄王) 때에 벼슬했고, 혹 굴원의 제자라고 전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한서예문지’에는 그의 부(賦) 16편을 기록하고 있지만 오늘날 남아 있는 그의 작품으로는 다만 ‘구변(九辯)’, ‘초혼(招魂)’뿐인데 이 두 작품조차 그의 작품으로 믿을 수 없다고 하는 학자들이 있다. 그 밖의 송옥에 대한 일은 모두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통해서 보면 역시 굴원의 사상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그래서 ‘사군(思君)’의 문장을 썼고 또 ‘비수(悲愁)’의 문장을 썼을 것이다. 실로 그의 ‘구변(九辯)’ 중의 ‘비수’는 그의 대표작인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가 있다. ‘구변’의 내용은 대체로 ‘사군(思君)’·‘탄궁(歎窮)’·‘감회(感懷)’·‘차물(嗟物)’·‘비수(悲愁)’·‘감우(感遇)’등이며 ‘초혼(招魂)’은 그가 남방의 무가(巫歌)에 의탁하여 굴원의 혼백(魂魄)을 부른 것이라고 한다.

초사의 형식은 대체로 6언(言)이 가장 많은데, 6언(言)은 3언(言)을 거듭한 것이며 이 6언(言)의 예(例)를 벗어나서 5언이나 칠언(七言)이 간간이 있기도 하므로 역시 초사의 형식도 한 마디로 단언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한 연(聯)의 중간에 혜(兮)자를 두는 것은 초사 형식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초사는 ‘시경’에 비하여 그 조구면(造句面)에 있어서 훨씬 자유롭다. 굴원이나 송옥의 작품 가운데에는 3언 4언, 3·4· 7언, 3·3·6언 등, 자유자재로 표현하기 적합한데로 조구(造句)해 나가고 있으며 이러한 점은 그 후 한대(漢代) 의 부(賦)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였다. 또 송옥은 이미 부(賦)의 작가이기도 하였으므로 송옥의 부로 ‘풍부(風賦)’, ‘고당부(高唐賦)’, ‘신녀부(神女賦)’, ‘등도자호색부(登徒子好色賦)’, ‘적부(笛賦)’, ‘대언부(大言賦)’, ‘소언부(小言賦)’, ‘풍부(諷賦)’, ‘조부(釣賦)’, ‘무부(舞賦)’ 등이 ‘문선(文選)’, ‘고문원(古文苑)’, ‘전상고삼국육조문(全上古三國六朝文)’등에 보인다. 그러므로 그는 가의(賈誼)·장기(莊忌)·동방삭(東方朔)·유향(劉向) 등과 더불어 굴원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한부(漢賦) 발전(發展)의 선성(先聲)을 울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도 보여 진다.

그럼 여기서는 굴원의 작품들 중에 한편인 ‘회사(懷沙)’의 본문을 우선 기술해 본다.

회사(懷沙)
울적한 초여름, 초목은 무성한데,/한없는 슬픔안고 강남 땅 벽지로 가네.//
자연을 바라보니 깊숙하고, 그리도 적막한데,/우울하고 원통한 심정, 가슴 아파 괴로움만 되는 구나.//
감정은 누르고 뜻을 헤아려,/억울함일랑 억지로 참아보세.//
모난 것 깍아 둥근 것 만든다지만,/변할 수 없는 법도는 버릴 수가 없네.//
초지(初志)나 상도(常道)를 바꾸는 것은,/군자가 수치스럽게 여기는 바이요.//
동그라미를 잘 그리고 먹줄을 치는 것은/선인들의 법도를 바꿀수가 없네.//
마음새가 도탑고 곧은 것은/대인군자가 옳게 여기는 바이요/교수(요임금 때 유명한 목수)라도 연장을 써서 깎지 않는다면/뉘라서 그 굽고 바른 것을 알 수 있으리?//
검은 것도 어두운 곳에 있으면/눈 어두운 사람 안 보인다 하고/리루(離婁: 황제 때 시력이 가장 좋은 사람)도 가는 눈으로 보면/눈 뜬 장님은 보지 못한 줄로 아네/흰 것이 변해 검은 것이 되었고/위가 거꾸로 아래로 되었네/봉황은 조롱 속에 갇히고/닭과 꿩이 하늘을 나네//

상기 작품의 내용에는 현대 문학적 특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즉, 낭만성, 적극성, 귀족성 그리고 허구성까지 포함됨으로써 명실 공히 중국고대 문학의 꽃이라고 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