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핵무장은 전쟁을 억지하나 유발하나
시론-핵무장은 전쟁을 억지하나 유발하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19 11:2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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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외교안보평론가
강원식/외교안보평론가-핵무장은 전쟁을 억지하나 유발하나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10조는 조약탈퇴권을 규정하기에 핵무장은 국가전략으로 고려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 주장의 타당성 즉 핵무장론이 필요하다.

핵무장 논쟁은 1970년대 미국의 케네스 월츠(Kenneth Waltz)가 “핵보유국이 많을수록 국제사회는 보다 안정된다”(More May Be Better)며 핵억지력을 주장하고, 이를 스콧 세이건(Scott Sagan)이 “더 많으면 더 나빠진다”(More Will Be Worse)고 비판하며 촉발되었다. 월츠는 핵공격에 보복 핵으로 반격할 수 있다면 선제핵공격을 억지할 수 있기에 완만한 핵확산은 세계 안정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세이건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동안에 공격 받을 수 있고, 상대가 감내할 수 없는 보복타격의 보장은 없다고 반박한다. 이 논쟁은 1995년 ‘핵무기의 확산’이란 단행본으로 발간되고, 그리고 월츠가 사망한 2013년 제3판까지 간행되었다.

두 사람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보유국간 충돌(카르길분쟁, 1999)에 대해서도 논쟁을 벌였는데, 세이건은 서로 핵을 보유해도 전쟁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월츠는 카르길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되지 않고 천수백명의 희생으로 그친 것이 바로 억지력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란의 핵무장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자기 입장을 고수했다. 세이건은 이란의 핵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월츠는 이란의 핵보유가 중동지역의 안정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월츠는 북핵에 대해서도 동일한 논리를 적용하여 “북한 핵무기에 대해 너무 많은 걱정을 하지 말라”(1995)는 논문을 쓰기도 했다. 나아가 월츠는 북핵이 촉발할 한국과 일본의 연쇄적 핵확산에 대해서도 전쟁은 주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국가들 사이에 발생하기에 북핵 보유와 동북아 핵확산이 불안정성을 가속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심지어 한국과 일본의 핵확산은 북핵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 감소 때문일 것이라고 논했다.

무엇이 옳은지 실증할 수는 없다. 핵전략이야말로 공격과 보복 가능성이라는 추론의 세계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안보는 최악에 대비하는 것이다. 월츠는 최선을 말하고 세이건은 최악을 상정한다. 그렇다면 세이건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월츠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첫째, 월츠는 억지로서의 핵무장 즉 방어적 목적을 강조하지만, 불신이 심화되는 안보딜레마 상황에서 공격적 결과로 발전할 가능성도 언제나 상존한다. 둘째, 월츠는 구조적 현실주의를 말하는데, 그 주장에 따르더라도 전쟁의 부재는 핵억지가 아니라 세력균형 때문이었다. 핵이든 재래식이든 균형이 깨지면 전쟁은 발생한다. 셋째, 국지전은 늘 있었고 이것이 쉽게 전면전으로 발전할 수 있음은 인류 역사가 증명해 왔다. 핵무장 논쟁은 내랭(Vipin Narang)의 연구로 이어지는데 이는 다음에 살펴볼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균형을 깨는 것이다. 그보다 중요하게도 전후 핵안보질서를 유지해온 NPT체제를 붕괴시킨다. 북핵이 한국 일본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느냐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질서와 패권의 문제이다. 월츠 말대로라면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만 한다. 그리하면 세이건 말대로 더 위험해지지는 않을까. 또한 과연 실현 가능할까. 그러나 핵무장은 지금 당면문제가 아니다. 아직 북핵 폐기의 목적과 수단이 작동하고 있기에, 어떻게든 이를 막는데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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