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찾다(4)-함안 알리바바 농장 박재민 대표
강소농 현장을 찾다(4)-함안 알리바바 농장 박재민 대표
  • 황원식기자
  • 승인 2019.06.19 18:48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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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신뢰만 얻는다면 판매 걱정 없어요”
▲ 함안군 함주공원 내 푸드트레일러를 운영하고 있는 알리바바 농장 박재민 대표와 아내.

서울서 일본요리 셰프하다 막연히 귀농 결정

개별농가 한계 느껴 법인 만들어 함께 하기로
푸드트레일러 기획 재미있는 공간 만들기도
참깨·들깨 주작목…‘정직·신뢰’ 농업 강조


함안군에서 참깨, 들깨, 콩 농사를 하고 있는 박재민 대표는 서울에서 요리사를 하다 막연히 귀농하게 된 강소농이다. 혼자의 힘만으로 어려워 ‘함안농부협동조합’을 만든 박 대표는 ‘가치있는 가치’를 모토로 조합을 꾸려가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정직한 태도로 신뢰를 주면서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함안군 군북면 지곡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재민이라고 합니다. 귀농 7년차이구요,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우연찮게 함안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생산품목은 참깨와 들깨가 주작물이고, 콩 농사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귀농하시기 전 경력이 화려하시던데 잠깐 소개 부탁드립니다
▲일본요리가 너무 좋아서, 일본요리를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어서 대학을 중퇴하고 일본으로 넘어 갔습니다. 일본요리 전문학교에서 2년간 과정을 마치고, 우연찮게 일본 호텔에서 1년간 연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일본요리에 대한 경험을 다양하게 쌓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운 좋게 CJ라는 대기업에 의전팀에 소속되어서 일본요리를 담당했었습니다.

-일본요리도 종류가 많을텐데, 주로 어떤 음식을 하셨는지요
▲저는 코스요리 전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습니다. 찜요리부터 튀김, 조림까지 그야말로 일본요리 망라판입니다. 일본인 쉐프를 모시고 통역 겸 스탭으로 근무했었습니다.

-요즘 먹방이 유행이고 쉐프라는 직업이 뜨고 있는데
▲예, 지금은 쉐프가 유망직업인데, 이렇게 쉐프가 대우받게 될 줄 알았으면 안올 걸 그랬습니다...하하하

알리바바 농장 박재민 대표 가족
알리바바 농장 박재민 대표 가족

-혹시 귀농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서울이라는 곳의 생활이 만만하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하던 일은 정말 좋은데 서울에서 직장을 잡고 돈을 모아서 좋은 차를 사고 집을 사고 하는 것들.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일인데, 이런 삶이 행복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가치관에 따라서 다르기는 할 것인데, 저희 부부에겐 그닥 만족스럽지가 못했습니다.

저의 아내도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었고, 한식쉐프이면서 팀장이었고 저는 팀원이었습니다. 사내 커플이었지요. 둘다 서울생활에 너무 지쳐서 막연하게 귀농을 생각하고 있었지요. 우연한 기회에 귀농을 하기로 마음의 일치를 봤습니다.

-두 분이 부부 쉐프이시면 경기도 어디쯤에 귀농을 하셨을 법도 한데, 멀고 먼 함안까지 오시게 된 이유가 있으신지요
▲그렇지요? 제 아내의 고향은 전북 진안이고 저는 고향이 창원입니다. 중간쯤 어딘가로 귀농을 하면 부모님도 자주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지도를 펼쳐서 보니 중간이 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함양보다는 함안이 교통편도 좋고 도시도 가깝고 해서 함안으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절대로 이렇게 귀농지를 정하시면 안됩니다. 하하하하

-귀농해서 농사만 짓기에도 쉽지 않으셨을텐데, 함안농부협동조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요
▲농사를 지어보면 아시게 되듯이 농사가 절대로 만만하거나 쉽지가 않습니다. 저희 부부도 귀농하고 5년쯤 지나보니, 저희의 힘만으로 농업을 지속하기는 힘들 것 같고, 조만간 한계가 올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 질 것 같았고 저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체나 법인의 형태를 통해 사람들과 함께 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강소농 교육을 함께 받던 다른 대표님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분들께서도 개별농가 단위의 영농은 한계상황에 봉착했거나 봉착하기 직전이었던 시점이었습니다.

-함안농부협동조합 조합원분들의 면면을 보면 개별농장도 경쟁력을 갖추신 분들인데, 큰 바위들을 모아서 작품을 만들기는 쉽지 않은데
▲첫 강소농 교육을 이수하고 나서도 3년을 추가로 강소농 교육을 함께 받았습니다. 강소농 교육뿐만 아니라 받을 수 있는 교육은 가능하다면 함께 받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교육을 통해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고 비슷한 방향으로 사업 아이디어들이 모이게 된 것입니다.


준비하는 시간 3년을 함께 보냈으니 결속력이 남달랐습니다. 방향성도 정해졌고 법인 설립도 됐으니, 남은 것은 열심히 달리는 것만 남았지요. 그러다 보니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지향점이 있으시다면
▲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어떤 사업모델을 해야 좋을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판매나 유통도 좋지만 공동의 사업을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함안농부협동조합에서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은 가공사업 분야입니다. 저희가 협동조합을 만들 당시 저온착유 들기름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들기름의 사용용도가 다양하기도 해서 조합원 농가들이 공통적으로 들기름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푸드 트레일러를 보면서 상당히 특이하고 눈에 확 띄었습니다
▲그런 아이템이 나오게 된 것이 ‘조금 재미있게 전시장이나 판매장을 꾸밀 수 없을까?’ 이런 고민을 했었습니다. 소비자분들도 호기심을 끌만한 것이 있거나, 재미가 있어야 많이들 오실 건데 싶어서. 제철농산물을 이용해서 시식도 하고 조리하는 과정도 보여드리고, ‘이렇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푸드트럭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습니다. 푸드트럭은 여러가지 제약들이 있어서, 푸드트럭 대신에 푸드 트레일러를 기획해서 탄생시켰습니다. 판매장에 설치해서 소비자들도 재미있고 생산자들도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조합을 운영하시면서 대표님의 기준이나 소신이 있으시다면
▲저희 협동조합의 모토는 ‘가치 있는 같이’입니다. 다른 협동조합 대표자님들을 만나보면 혼자서 끌고 간다고 힘들어 하십니다. 저희는 출발할 때부터 책임있는 운영을 위해서 팀을 나눴습니다. 가공사업팀, 외식사업팀, 운영지원팀, 유통사업팀 이렇게 팀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합원은 7명 밖에 안되지만, 4개 팀으로 나누어서 각자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조합을 꾸려가는 대표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대단히 편합니다. 저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저도 좋고, 또 각 조합원들께서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게 됩니다, 그런 부분은 저희 조합에서 정말 잘 설정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요 판매처는 어디인지요
▲주로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희 조합원 농가와 인연을 맺고 있는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직거래 형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장터나 행사장에서도 판매를 하는데, 저희 조합은 주로 수도권에서 하는 행사에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는 것들의 분포도를 분석해보니 대부분의 소비자분들이 수도권에 있었습니다. 저희가 만든 저온착유 들기름과 기타 가공품들이 서울 경기지역에 계신 분들에게 호응도가 좋아서 판매활동도 주로 그쪽으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이사장이시기도 하지만 직접 농사를 지으시는데, 농부로서의 마음가짐이 있으시다면
▲지금 하고 있는 농사는 참깨, 들깨, 콩인데 이런 작물들은 고객으로부터 신뢰만 얻게 되면 판로걱정이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여서 판매하는 사례가 워낙 많이 보도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저희 참깨, 들깨는 전량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부부 쉐프이신데, 참깨·들깨를 주작목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는지요
▲저희 부부는 신선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처음부터 자신이 없었고, 보관해 두고 연중 판매하는 직거래는 자신 있었습니다. 생산되는 그때 그때는 판매하지 못하더라도, 지인이건 온라인이건 직거래는 자신이 있었지요. 직거래로 판매를 해야 수입부분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박재민 대표(왼쪽)와 함안농부협동조합원들과 행사장에서 함께한 모습.
박재민 대표(왼쪽)와 함안농부협동조합원들과 행사장에서 함께한 모습.

-협동조합을 운영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선배 농업인이나 기타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면
▲저희는 기관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금전적인 도움이라기 보다는, 처음 협동조합을 설립할 때에도 외부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 보다는 설립 후에 잘 꾸려나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협동조합 설립에 관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협동조합이 어떤 것인지, 저만 교육받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함께 교육을 받았습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바로 지정을 받는 방법도 있지만, 사회적 기업가 육성 지원 사업을 통해서 사회적 기업으로 가는 것에 있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사회적 가치를 갖고,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큐베이팅 과정입니다. 급하게 갈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과 같이 공유하고 함께 교육받고 그렇게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후배 귀농귀촌인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한마디
▲작물이라는 것이 본인에게 맞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하는 참깨 들깨만 해도 전부 수작업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분들은 절대로 안하겠다고 하는 작물인데, 저희 한테는 잘 맞거든요. 과수하시는 분들은 꼭 과수를 고집하시거든요.

그래서 본인이 관심 있는 작물, 잘 맞는 작물이 있다면 1년이던 2년이던 직접 농장에 가서 인턴형태로 하더라도 배워보시라고 권하고 싶구요. 그런 후에 작물이 정해지면 그 작물에 맞는 곳에 가서 농장도 구입하고 확장 시켜나가는 것이 그나마 수월하게 갈 수 있고,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황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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