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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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24 15:3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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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접촉

사람들은 평생 동안 접촉에 의존하면서 살아간다. 신체 접촉은 태어나면서부터 계속해서 면역 체계를 구축하고, 결속력과 안전함을 느끼게 하는 데 기여한다.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은 품에 안길 때 안정과 위로를 느낀다. 성인들 역시 쓰다듬거나 가만히 올려놓는 손길이 주는 쾌감의 효과를 알고 있다. 몹시 뛰던 맥박도, 올라가던 혈압도 가까운 사이의 다정스러운 타인에 의해 진정된다. 사람들 간에 인간적인 접근의 수단은 많은 경우 신체접촉이 된다. 팔에 전해오는 사소한 접촉도 신뢰감을 일깨워준다.

접촉의 허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관계는 그만큼 더 밀접해진다. 반대로 접촉을 거부하면 관계는 멀어지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접촉함으로써 살아 있음을 느낀다. 접촉은 일종의 관심이다. 이것이 없다면 인간은 영적으로, 육체적으로도 피폐해지고 소외된 것처럼 느낀다. 우리가 나이를 먹게 되면 우리를 돕는 것은 접촉이다. 좋은 향이 나고 티 없는 피부만을 인정하는 문화에서는 나이든 사람과의 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노인을 죽음을 옮기는 죽음의 감염자인 양 만들고 있다. 시각이나 청각 같은 감각들이 약해질 때조차도 촉각을 통한 기초 소통은 아기 때처럼 여전히 가능하다. 생을 마감하면서 숨을 거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이마의 땀을 닦아주는 손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없다.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접촉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기본적인 돌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직 가능하다면 스스로를 돌보는 것, 그리고 이 단계를 넘어섰다면 타인의 돌봄을 확보해야 한다. 우선 그것은 신체적 접촉에 해당한다. 예컨대 평상시보다 좀 오래 다른 사람의 손에 내 손을 얹어두기, 때때로 오해를 사지 않을 만큼 포옹하기, 정기적으로 마사지와 물리치료 받기, 동물과 사귀기, 목욕이나 수영으로 물과 접촉하기, 사물 만지기 등이다. 그래서 만지는 접촉뿐만 아니라 쾌적함을 주는 모든 형태의 감각도 마음을 침착하게 해준다. 아름다운 얼굴이나 한 폭의 그림 또는 경치를 바라보는 일,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는 일, 노래를 부르거나 합창대 활동을 하는 일, 냄새를 맡는 일, 음식을 맛보는 일, 산보하거나 운동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일, 그리고 구체적으로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직관을 통해 사물을 파악하는 일이 그렇다. 매우 많은 의미가 감각적인 것에서 생긴다.

신체적, 감각적 체험 하나하나가 영적이며 정신적으로 효과를 발휘한다. 주도적으로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 항상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 하려면 속을 터놓아야 하고, 이에 대해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능동적으로 접촉하는 것의 반대는 수동적으로 접촉하는 것이다. 이 둘이 서로 섞여 구분할 수 없게 되면 피부에 피부가 닿으면서 어느 순간 서로 하나가 되는 포옹과 같이 특별한 마력이 생기게 된다. 이때 상대가 접촉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접촉되면서 신체의 접촉과 똑같은 의미를 갖는 영적인 접촉이 된다. 이 영적 접촉에서는 감정이 중요하다. 감정은 삶의 양념이다. 감정은 영혼의 언어다. 말뿐만 아니라 눈길, 표정, 몸짓, 태도 등을 통해서도 표현된다. 사색하는 가운데 얻는 정신적인 접촉 역시 마음에 평정을 준다.

인간은 대화할 때마다 타인의 생각에 접촉되며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타인의 생각에 접촉한다. 대화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침묵을 통해서도 정신적인 접촉은 일어난다. 조용히 침묵하면서도 생각은 교환될 수 있다. 고요 속에서 사람들은 생각에 의해 접촉되고, 환상이나 예감, 그리고 상상에 의해서도 접촉된다. 왜냐하면 사람은 현실적인 것뿐 아니라 비현실적인 것과도 접촉하기 때문이다.

독서는 무언의 형식으로 이뤄지는 정신적인 접촉이자 접촉 받음이다. 사랑과 우정으로 맺은 관계는 살아가는 데 있어 마음의 평정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관계를 통해 정신적이고, 영적이며, 육체적인 측면에서 균형 있게 접촉하고 접촉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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