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별 볼 일 없는 세상
도민칼럼-별 볼 일 없는 세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25 14:0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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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별 볼 일 없는 세상

우리 어릴 때 모깃불 옆 평상에 누워 보던 별은 어디로 다 사라졌을까? 한겨울 꽁꽁 싸매고 제사 지내러 큰 집 가던 밤이면 어둠보다 별이 더 하얗게 쏟아지고는 했는데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윤동주 시인처럼 우리도 모두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을 말했는데 그 별이 몽땅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누가 별들을 다 데려 갔는지 어느 날 몹시 궁금하여 살펴보니 빛이 별을 삼키고 있었다. 섬진강자락 이 촌에도 어느 길손을 맞으러 그리하는지 가로등이 밤새 유난하게 켜 있고 하동읍 섬진교 다리 너머에는 ‘아이 키우기 좋은 광양’이라는 커다란 네온사인이 해질녘이면 광채도 화려하게 밤새 빛나고 있으니 별이 들어올 틈이 없다.

화려한 빛도 쉬지 않고 비추면 공해라는 것을 알겠다. 허리띠 졸라매고 밤낮없이 일하던 산업사회를 지나친 지가 한참인데도 빛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은 탓인지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의 거리도 아닌데 시골길 가로등이 빼곡하다. 종종 그런 생각한다. 한밤중 저 가로등만 좀 꺼줘도 여름이면 전기가 모자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래서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는 게 나은가? 화력발전소가 나은가? 태양광발전소가 나은가? 고르는 사이, 지난 5월 10일 영광원자력발전소에서는 무시무시한 사고의 전조가 있었고 엊그제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한빛1호기 출력급증 사건의 36일간 중간조사 결과 발표가 나왔다.

영광원자력발전소에서는 왜 갑자기 출력이 급증했던 것일까? 일각에서는 체르노빌 사고와 맞먹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을 거라고 걱정하지만 그 정도로 공포심을 가지고 예민하게 대응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교육을 받지 않은 무자격자의 운전과 계산 착오 등의 결과를 들으면서 원자력 발전소 이대로 괜찮은가를 다시 한 번 더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자력발전소를 많이 지어 운용해야 해외로 수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오류 한번으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나라의 원자력기술을 어느 나라가 원하겠는가?

국민의 안전이 담보가 되어있는데 사건 당일 징후가 나타나 원자력안전기술원 조사단이 즉시 수동정지 하라고 했는데도 한수원이 수동정지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버텼다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기술적인 수치는 우리들은 모른다. 문제가 있으면 당장 멈춰야지 그 문제로 공방을 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작업자들이 25시간 이상 근무한 상태라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려웠다는 것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안전을 담보로 에너지를 만드는 곳에서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니? 이건 또 어찌된 영문인가?
이런 걱정을 하는 사이, 다시 가로등을 본다. 밤의 불야성도 따라 본다. 밤새 일을 해야 먹고 사는 이들의 노고도 본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아끼는 것에는 생각을 갖지 않고 소비하는 것에만 치중할까? 이런 소비만이 경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편안한 소비를 위한 담론에만 치중해 있는 이때, 별이 없어졌다고 투덜대는 이때도 사실 별은 있었고 있어왔고 지금도 있다. 우리가 전기를 쓰든 쓰지 않던 우리의 삶이 진행되어 온 것처럼!

지금 나는 별 볼 일 없는 세상에 우리의 별을 찾아 밤새 카메라를 들이대는 한 남자가 그 별을 들고 서울을 오는데 덩달아 와있다. 지리산의 별빛 몇 줌과 고고한 나무가 있는 산의 별빛을 들고 ‘별 볼 일 없는 세상, 별을 보여 드립니다’로 오늘 26일부터 일주일동안 <별나무> 전시를 인사동 마루갤러리에서 하는 시인이자 사진가 이원규씨 를 따라 올라온 서울, 지리산이 여전히 안녕하시듯 서울도 다행히 안녕하시지만 빛과 소리는 한밤중이 되어도 눈이 부시고 끊임없이 소란하다.

우리는 지금 제대로 소비하고 사는가? 자기 욕망만이 우선인 상태에서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좌우 진보 보수가 기준이 되지 않는 사안에도 편을 나눠 무조건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사이, 우리들의 별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이제 무엇이 중요한가를 스스로 돌아보아야 하는 시간, 고요한 별 앞에서 잠시 멈춰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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