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작은 암자에도 훌륭한 수행승은 있다
칼럼-작은 암자에도 훌륭한 수행승은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25 14:0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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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작은 암자에도 훌륭한 수행승은 있다

불교는 역사적 실존 인물인 서가모니부처님께서 직접 창시하신 종교이다. 경전에서는 수많은 불보살님이 등장하시지만 그분들은 모두 서가모니부처님의 변화불이시다.

사람 몸으로 직접 중생들 앞에서 설법하신 분은 오직 서가모니부처님 한분뿐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불교인들은 부처님 뒤를 따르는 수행자이기에 마음부터 고요히 가라앉혀야한다.

조용히 걷고, 조용히 앉고, 조용히 일어서며, 자신을 낮추고, 말수도 줄이며, 말도 골라하면서, 안팎을 똑같이 청정하게 하여, 공덕을 몸과 마음에 가득 채워나가야 한다.

참된 희망을 주는‘성품을 기르는 데는 욕심을 적게 가지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가진 것이 많더라고 우쭐대지 말고, 가진 것이 적다하여 기죽지도 말자. 수행자는 그런 것에 초연하고, 어떤 칭찬이나 비난, 그 어떤 고통 앞에서도 바위처럼 늠름해야한다.

불자들 중에는 사경도 많이 하고, 경전공부도 많이 하여, 교육수준은 높지만 배운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부족한 면도 있다. 어떤 보살은 남편이 애먹인다하여 조석으로 삼배를 올려드리라 하니까, 지금껏 눌려 산 것만 해도 억울한데 조석으로 삼배까지 하라시면 나만 죽어 살라는 말씀이냐며 일어서버렸다. 나를 낮추면 평화가 오고, 나를 높이면 불화가 온다.

미혹과 망상이 마음을 청정하지 못하게 만든다. 일부불자들 중에는 성지순례 시에도 대형 사찰만 고집하며, 작은 암자와 그곳에 계신 스님들을 약간 무시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치심(癡心)은 무명심(無明心)이어서, 어두운 마음이다. 병원도 대형병원만 찾고, 대형마트만 찾으며, 대형음식점만 찾는 것도 개인의 허영심의 발로이다. 마음이 어두우면 어리석은 삶을 살게 된다. 대형사찰에 가서 스님을 친견한 적이 있는가? 겉모습에만 매달리지 말자.

절이 작다고 수행까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성철스님과 법정스님도 작은 암자에 계셨다.

작은 암자에도 훌륭한 수행자는 많이 있다. 대형병원에 가서 원장선생님과 마주앉아 친절한 설명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제대로 대접도 못 받고, 거액을 지불하면서도 대형병원만을 선호한 것은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취급한 결과이다. 동네의 작은 병원에서도 치료는 잘 해주고, 친절한 설명까지 들을 수도 있는데도, 겉의 허상에 따라가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다.

대형병원에서 모든 환자를 싹쓸이하고, 대형사찰에서 모든 불자들을 싹쓸이하여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모임도 작은 음식점에서 가져보라. 작은 곳이 더 알찬 경우가 많고, 어느 곳에나 스승은 있다. 돌에서는 강인함을 배우고, 물에서는 유연함을 배우며, 대나무에서는 올곧음을, 달을 보면 밝음을 배울 수가 있다. 마음에 따라 만나는 존재가 모두다 스승이 될 수 있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금 수저나 흙 수저를 고를 수 없지만, 태어난 이후에는 갈고닦는 각자의 노력에 달려있다. 작은 절에 다닌 불자들은 그 암자의 부처님을 떠올려보라.

그 부처님의 미간에서 백호상의 광명이 일만 팔천세계를 비추시다가 자신의 정수리로 들어와서 어두움과 아픔과 좌절, 외로움을 환하게 채워주신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 자비광명과 미소를 성장의 디딤돌로 삼아 무한한 발전을 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람은 배운 것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가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종교인이라면 첫째, 참회를 생활화하라. 어제까지의 일을 참회하지 않는 것은 어제와 똑같이 살겠다는 것이다.

둘째, 보시하라. 주는 사람은 다 좋아하지만 받기만한 사람에게서는 모두가 등을 돌린다.

셋째, 기도하라. 종교인이 기도를 하지 않으면 종교인이 아니다. 모든 종교인들은 참회하고, 보시하고, 기도하면서 그늘진 구석구석을 밝혀나가는 지혜로운 삶의 등불이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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