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선제핵공격의 시대와 한국의 핵무장
시론-선제핵공격의 시대와 한국의 핵무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26 13:5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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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외교안보평론가
강원식/외교안보평론가-선제핵공격의 시대와 한국의 핵무장

먼저 핵무기로 공격받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선제불사용(No first use)의 원칙은 이미 깨어지고 있다. NFU는 재래식 무기, 생화학무기 공격에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중국과 인도는 이를 공언하였지만, 미국과 러시아(소련), 영국, 프랑스, 파키스탄은 NFU 천명을 거부했고,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NFU를 선언했으나. 미국에 대한 선제핵공격을 위협한 바 있다.

비핀 내랭(Vipin Narang) 미 MIT 교수는 2014년 발간한 저서 ‘현대의 핵전략’에서 중위국가의 핵보유를 검토하고 그 핵전략 태세를 3가지로 나누었다. 선제공격과 보복에 대한 핵태세를 애매한 채로 유지하면서 위기시에 핵확산을 우려하는 후원 초강대국의 개입을 기대하는 ‘촉매형’(catalytic), 핵보복력을 통해 적의 선제공격을 억지하는 ‘확증보복형’(assured retaliation), 후원국도 없고 재래식 군사력도 열세인 상황에서 선제공격 가능성을 통해 전쟁을 억지하는 ‘비대칭확전형’(asymmetric escalation)이다. 내랭의 결론은 “핵무장만 하면 억지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으며, 반드시 선제핵공격을 전제할 경우에만 억지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내랭은 인도가 확증보복형 핵태세를 취하고 있었기에 1999년 인도·파키스탄간 카르길분쟁에서 파키스탄은 재래식 무기로 인도를 공격하였고, 파키스탄이 비대칭확전형 핵태세를 취하고 있었기에 인도는 재래식전쟁조차 확대할 수 없었다고 보았다. 촉매형 핵태세를 취하고 있던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4차 중동전쟁에서 비핵보유 아랍 국가들의 재래식공격을 막지 못했다. 결국 그 후 이스라엘은 재래식 무기에 의한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대규모 핵보복억지전략(삼손옵션)으로 전환했다.

사실 NFU는 문제가 있다. ① NFU는 적의 선제공격을 전제로 하는데, 이로 인한 희생을 국민에게 부과한다는 것은 도저히 정당화할 수 없으며, ② NFU는 적에게 자국의 보복용 핵전력을 궤멸시킬 기회를 허용하고, ③ 적의 선제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고비용의 대규모 핵전력이나 미사일방어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도 NFU를 버리고 선제핵공격 전략으로 이행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미 중국내에서 선제핵사용을 용인하는 견해가 나오고 있고, 또한 중국에 대한 공격을 탐지한 단계에서 핵을 사용한 즉시발사태세 강화가 본격 추진되고 있다.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다탄두형 ‘동풍41’에 대해 이동식 발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그 성능을 개량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도도 NFU를 사실상 파기하고 있는 듯하다. 비대칭확전형 파키스탄에 대응하고 중국의 NFU 폐기 가능성에 자극되어, 인도 정계에서도 NFU의 수정·철회를 요구하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북핵으로 인한 핵확산 위험 뿐 아니라, 선제핵공격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리하여 이것이 선제공격을 우려한 선제공격으로 이어져 오히려 핵전쟁을 유발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무기는 갖기만 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핵무장에 이르는 동안에도 경제제재를 견뎌내고 심지어 핵시설 파괴를 위한 적의 군사공격을 막아내야만 한다. 핵 완성 이후에도 확산균형을 이루기 위해 끝없이 핵 군비를 확장해야할 수 있고, 더구나 “먼저 죽인다”는 선제핵공격 의지와 능력을 보이기 전에는 그 효용성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으로 핵확산의 봇물이 터지게 되면 우리도 그 길을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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