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보수통합의 열쇠, 황교안 대표가 쥐고 있다
강남훈 칼럼-보수통합의 열쇠, 황교안 대표가 쥐고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6.27 19:0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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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 칼럼-보수통합의 열쇠, 황교안 대표가 쥐고 있다


며칠 전 보수진영의 한 인사를 만났다. 현 정치권의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다가 내년 4월 총선(21대 국회의원 선거) 얘기가 나왔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겠나? 소속 의원 대부분이 자기 살기에 바쁜 것 같다. 내가 먼저 희생하겠다고 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 그래도 한국당을 지지했는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이제는 별 희망이 없다. 보수우파의 참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새 집’을 지을 수밖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 경기, 대구, 경북, 경남 등 전국 6개 지역에 조직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했다.

그는 오랜 세월을 보수진영에서 일을 해왔다. 총선,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대선 때도 사비를 털어 전국으로 돌아다니며, 보수진영의 후보 승리를 위해 도왔다. 소위 말하는 ‘뼈 속까지 보수’였던 사람이다. 때로는 ‘보수꼴통’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런 그가 한국당에 등을 돌렸다. 그리고 보수우파의 참된 가치를 살릴 새 집을 짓겠다고 나섰다.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겠다는 것이다. 성사여부를 떠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소리를 들었을 땐 쾌재를 부를 일이지만, 야당인 한국당은 당장 ‘보수분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한국당에서 희망을 찾지 못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대패에 이어 내년 총선에서도 한국당이 참패할 것이라고 예견(豫見)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로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다. 왜 일까? 이들이 하는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한국당이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렸다. 변화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 2월 황교안 전 총리를 당대표로 선출할 때만 해도 국민들은 한국당에 대해 새로운 정당으로의 탈바꿈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황 대표는 국민들의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당 대표로 취임한 후 황 대표는 주로 대여 투쟁에 몰두했다. 민생현장 방문도 민생투쟁이라고 했으며, 서울 대구 등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도 몇 차례 열었다. ‘좌파독재’ 타도도 줄기차게 외쳤다. 그 결과 황 대표는 ‘모범생’에서 ‘투사’로의 이미지 변신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민심(民心)을 얻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취임 100일을 맞은 소감으로 “어렵더라도 당이 변화된 모습으로 국민의 기대에 거듭나도록 노력 하겠다”고 했으나 ‘국민이 감동하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인재영입, 여성청년 친화정당 등을 내세웠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당의 명운(命運)이 걸려 있는 보수대통합에 대해서도 그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 그 자신이 먼저 다가가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당내 의원 중 어느 누구하나 ‘탄핵’ 등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총선불출마’를 선언하는 사람도 없다. 여전히 기득권에 사로 잡혀 내년 총선을 기다리고 있다. 그 또한 ‘당을 위해, 국민을 위해 우리가 먼저 희생하자’며 독려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과 아들에 대한 스펙 발언으로 당 지지율의 발목만 잡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선의 제22대왕 정조(正祖, 1752~1800)는 지난(至難)한 여정을 거쳐 왕위에 오른 인물이다. 왕위에 오른 뒤에도 반대파에 의해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그는 개혁과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 당시로선 생각하지도 못할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 등 서얼(庶孼)출신들을 등용했으며, 정치에 소외됐던 남인(南人)세력은 물론 정적(政敵)인 벽파(僻派) 세력까지도 협력세력으로 포섭해 정치적 통합을 이루고자 했다. 한국당이 내년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벤트도, 장외투쟁도 필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자기희생과 보수 세력 대통합이다. 그리고 그 열쇠는 보수우파 정당임을 자임(自任)하는 제1야당인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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