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엉덩이춤
아침을열며-엉덩이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01 14: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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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엉덩이춤

지난 달 26일 자유한국당은 '2019 한국당 우먼 페스타'를 열었다. 전국의 여성 당원들을 모아 정치교육을 하고 정치적 참여를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리고 2부 시도별 장기자랑을 열었다. 여기에서 경남 여성당원들이 엉덩이춤을 추었다. 리듬에 따라 율동을 하고 노래를 부르다가 일부 여성 당원들이 바지를 내리고 속옷을 연상케 하는 옷에다 ‘한국당 승리’ 라는 글자를 보였다. 그리고 이 사실보도는 한국당의 성인지 감수성 실태에 대한 커다란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 비판 여론에 대하여 황교안 대표는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시대정서와 너무 동떨어진 언급이라 그냥 애달플 따름이다.

필자가 중2때 영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사내아이의 성기를 만지며 덕담을 해주는 모습은 그저 아무렇지 않아도 미국에서는 큰 범죄행위야”하시는 말씀을 듣고 우리들은 ‘그 참 이상한 나라 네’하고 키득거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소송으로 들어간다.

그렇다. 시대가 바뀌니 많은 부분들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문화의 내용과 그 문화에서 배태된 감수성의 내용과 수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날에는 별 저항 의식 없이 용인되었던 ‘말과 행동’들이 지금은 엄청난 비난과 심지어 범죄행위로 까지 비춰질 수도 있다. 이래저래 지난날의 향수에 젖어, 지난날의 가치기준으로 현재를 마름하고 있는 세대들에게는 무척이나 곤욕스런 세상이 아닐 수 없다.

하여 시대변화의 ‘상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냥 ‘꼰대’로 낙인 찍혀 ‘뒷방 늙은이’ 신세로 밀려난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동안 힘 중심의 권력 지향과 돈 중심의 성취 지향적 행태로써 밀어붙이기식 개발독재가 성공을 이뤘다. 이를 ‘한강의 기적’으로 자화자찬하였다. 우쭐한 기분으로 영광스런 성공향수에 젖어 있는 세대들에게 지금의 세태는 너무 억울하다. 힘없고 돈 없는 약자들에 대한 퍼주기식 배려와 지나친 인권강조의 부적응 공포, 무심하게 지나쳤던 성 몰인지 행동과 자랑스럽게 떠벌이며 낄낄거렸던 음담패설 등이 온통 범죄행위로 다뤄지며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다.’ 중절모를 눌러쓴 장폴 벨몽도와 알랭들롱 주연의 갱스터 영화 볼사리노2에 나오는 명대사다. 조직과 기관단총과 살상의 폭력방식으로 세력을 장악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선언이다.
지금은 또 ‘시대가 변하고 있다’ 자유 시장 경제를 내세웠던 미국이 지금은 오히려 미국 중심의 보호주의 경제를 주장한다. 공산주의 통제체제를 지향하는 중국은 이제는 오히려 공정한 무역경제를 주장한다. 이번 일본 오사카 G20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과거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냉엄한 국제관계에서 사상과 주장이 뒤바뀌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증대시키는 데 있어서 지난날의 이념이나 관행에 얽매인다는 것이 오히려 우스꽝스러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변하는 시대에서의 표상(表象)과 상징(象徵)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여기에 세심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국가의 패망(敗亡)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기 때문이다.

30일 더 나은 미래와 평화를 위하여 미국, 한국, 북조선 정상들이 ‘임진’ 왜란 시 선조의 피난을 돕기 위해 저마다의 집에 있는 널판 문을 뜯어 ‘임진’ 강에 만든 다리가 있는 동네 널문리 즉 판문점에서 모였다. 겉으로 드러난 표상은 ‘평화로운 미래의 무궁한 번영’이다. 그러나 표상 속에 감춰진 본뜻이 정말 그러한 가 두렵기만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만 날지 않으면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의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 돈 한 푼 들지 않고 남한과 일본이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변핵시설 폐기를 언급하면서 북조선을 위한 제재완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북조선 외무성 권정근 국장은 오지랖 넓은 짓하지 말라며 노골적으로 남한정부를 비하(卑下)하며, 남한을 깔보고 무시하였다. 미국과 직접 거래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변치 않는 북조선 외교의 기본 노선을 노출시켰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북조선은 머잖아 핵보유국가의 지위를 확보하여 누리면서, 동북아 지역의 세력 판도 헤게모니를 장악할 것 같다. 남한과 일본 위에 군림하며, 우리들의 목숨 줄을 거머쥐고 필요한 물자들을 필요할 때마다 시시콜콜 요구해올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지금으로서는 이런 예측이 제발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시대가 이처럼 엄중한데 그저 엉덩이 춤이나 추거나 이를 냉소적으로 비꼬고 탓하는 데만 머물고 있을 때인가?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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