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잰걸음과 황소걸음
강남훈 칼럼-잰걸음과 황소걸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04 17:0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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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잰걸음과 황소걸음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일 내년 총선 공천룰을 확정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민주당은 87.8%의 찬성으로 원안대로 의결했다. 전날 ‘남북미 정상 판문점에서 사상 첫 회동’이라는 ‘빅뉴스’에 가려 언론의 주목을 덜 받았지만, 사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천룰을 정하기란 쉽지 않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계파(系派)까지 가세해 갑론을박(甲論乙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번 공천룰 확정은 달랐다. 총선 1년 전부터 큰 틀의 룰을 공개하고 권리당원 투표를 추가해 ‘상향식’을 추구하면서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어쩌면 내년 총선승리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민주당의 내년 총선 공천룰의 가장 큰 특징은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 정치소외계층 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역 국회의원 전원이 경선을 거치도록 했고, 전략공천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여성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청년과 중증 장애인, 당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사람 등에 대해 공천심사 시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정치 신인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규정을 새롭게 만들었고, 선출직 공직자의 중도 사퇴에 따른 경선 감산 비율도 높였다. 음주운전, 병력기피, 탈세, 성범죄 등을 부적격 사유에 해당하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 중대한 비리’로 규정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3일 민주당 기초자치단체장 연수에 참석, “내년 총선은 재집권 기반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선거로 반드시 이겨야 20년 장기 집권을 할 수 있다"면서 ‘20년 장기집권’을 다시 거론했다.

민주당의 내년 총선 전략을 두고 정치권에선 1996년 YS시절 신한국당의 공천 작업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당시 YS는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 15대 총선 공천 작업을 1년 전부터 시작했다. 정보라인 등을 총동원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인물을 샅샅이 뒤졌다. 홍준표, 맹형규, 이찬진 등을 영입했고, 민중당 출신 이재오, 김문수를 공천했다. YS는 자신에게 각을 세운 이회창, 박찬종씨를 영입해 선거간판으로 내세웠다. ‘개혁’과 ‘세대교체’로 ‘정권심판’이라는 총선이슈를 정면 돌파했다.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수도권 압승으로 원내 1당을 지켰다.

여당인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잰걸음’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반해 자유한국당은 ‘황소걸음’이다. 당내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가 석 달 넘게 논의한 공천룰 초안을 지난달 27일 최종 의결했지만, 아직까지 최고위원회 의결이라는 절차가 남아있다. 청년·여성 공천 강화, 막말 등 해당 행위자 불이익, 비례대표 후보 오디션, 현역의원 평가 등이 주 골자다. “민주당보다 더 혁신적인 안이 담길 것이다. 이기는 공천에 주안점을 두고 논의에 집중했다”(신상진 위원장)고 밝히고 있으나 당내 현역의원들이 공천룰에 얼마나 승복할지가 핵심이다. 신 위원장이 “(탄핵 등에)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물갈이 폭도 크게 있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자 벌써부터 영남권, 친박(親朴)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손자병법>에는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분석해야 할 5가지 항목이 있다고 했다.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이다. 우선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는 것(도)은 물론, 외부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천), 지형조건 즉 내부적 역량 분석(지),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가에 대한 분석(장), 조직의 시스템과 원칙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법) 등이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비박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만나 보수통합을 비롯한 당내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황 대표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 서청원 의원(무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도 만났다고 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옥새파동’으로 선거에서 패한 한국당은 ‘공천 잡음 최소화’라는 절대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것도 황 대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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