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낙도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
진주성-낙도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07 16:0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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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낙도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

거제 해금강은 지금이야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40~50년 전만 해도 한적한 시골 바닷가에 불과한 곳이었다. 노납이 새삼 거제 해금강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해금강에 살던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50여년 가까이 지난 일이지만 너무 소중하고도 보람된 경험이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1972년 봄이었다. 당시 진주 비봉산 자락의 의곡사에 있던 노납은 해인사에서 동문수학하던 스님이 주지로 있던 거제 학동의 실상사를 방문하게 됐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학동 인근의 갈곶리에 위치한 해금강초등학교에 들르게 됐다. 마침 학교에서는 교장 선생님이 호미를 들고 밭에서 농작물을 가꾸고 있었다. 노납은 이 모습에 감동을 받아 이들을 위해 뭔가 도와야 겠다는 결심으로 교장 선생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고 학교에 앰프시설을 비롯해 책과 노트 등 학용품을 수시로 전해 주었다.

그 후 학생들이 아직 육지 나들이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진주로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시기는 당시만 해도 전국 최고의 문화예술축제인 개천예술제 기간으로 잡았다. 학교 측과 의논해 5~6학년 학생 50여명과 교사, 학부모 등 70여명을 의곡사 절로 초청하기로 했다. 낙도 어린이들의 개천예술제 나들이를 위해 의곡사 동료스님 10명이 허리띠를 졸라 매면서 10여만 원의 경비를 저축하고 틈을 내어 꼬마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절간방의 도배를 하는 등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이렇게 준비를 마친 후 마침내 10월7일 교장 선생님의 인솔로 70여명의 일행들이 난생 처음으로 육지를 밟았는데 아이들은 너무도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책에서만 보던 버스도 탄 아이들을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해 곁눈을 팔다가 넘어지곤 했던 기억이 난다. 개천예술제 축제기간을 맞아 밤새껏 켜져 있는 진주시내의 휘황찬란한 불빛 속에 밀리는 사람의 홍수가 신기한 아이들은 연신 탄성을 연발했다. 아이들은 진주에 머무르는 동안 촉석루와 진양호 등의 관광지와 신문사 방송국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해금강초등학교 학생들의 개천예술제 초청은 이웃 학동초등학교 학생들에게까지 이어져 8년에 걸쳐 이뤄졌다. 불문(佛門)에 들어 그동안 좋은 인연을 참 많이 만났다. 허나 5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생각해도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이 소중한 추억의 스크린으로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 10살을 갓 넘긴 까까머리 아이들도 지금은 환갑에 가까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을 터다.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참으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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