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노벨상 수상자의 30%가 유대인인 이유(2)
칼럼-노벨상 수상자의 30%가 유대인인 이유(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08 14:46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노벨상 수상자의 30%가 유대인인 이유(2)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영화 산업이 시작된 20세기 초엽, 유대인은 슬럼가의 작은 영화관 주인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영화 산업의 자본과 기술은 모두 미국으로 초기에 이민 간 사람들의 자손들로서 미국 사회의 주류를 이루어 왔던 앵글로색슨계 백인 프로테스탄트(WASP)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유대인은 타고난 사업 감각을 무기로 삼아 영화 산업의 심장부에 파고들었다. 그래서 자신들이 직접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와스프의 독점 체제를 타파할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 영화 산업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 칼 램믈(1908~1979)과 윌리엄 폭스(1879~1952)이다. 그들은 와스프의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기 위해 뉴욕과 시카고 등 동부 해안의 제작 거점을 버리고 캘리포니아 주의 할리우드를 개척했다.

할리우드는 연중 맑은 날이 많고 비가 적어서 영화 촬영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램믈과 폭스가 제작에서 배급, 상영까지 총괄하는 형태의 거대 영화사 유니버설픽처스와 20세기 폭스를 만들었고,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영화 산업에서는 할리우드의 전성기가 도래했다. 그 후 할리우드에서 영화 산업의 주역으로 활약한 사람들도 거의 유대인이었다. 즉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로 꼽히는 파라마운트·유니버설·워너브라더스·20세기 폭스·MGM·콜롬비아·유나이티드아티스트의 창립에 하나같이 유대인이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감독들도 마찬가지이다.〈사느냐 죽느냐〉·〈천국의 말썽〉의 배우 겸 영화감독인 에른스트 루비치(1892~1947), 〈모로코〉·〈상하이 익스프레스〉의 영화인 조셉 폰 스턴버그(1894~1969)·〈로마의 휴일〉·〈벤허〉로 전 세계에 많은 팬을 확보한 영화감독 겸 제작자인 윌리엄 와일러(1902~1981) 등 많은 유대인 감독이 영화 산업의 괄목할 발전을 견인했다. 유대인은 영화 산업에서도 역경을 딛고 비즈니스를 성공시킨 것이다.

또 비밀 정보기관 또는 스파이와 같은 말을 들으면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처럼 유능한 정보원이 활약하는 화려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정보원들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정보를 수집하는 등 여러 가지 공작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비밀 정보기관으로는 미국의 CIA, 구소련의 KGB 등이 있지만, 세계 최강의 정보조직이라면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의 모사드를 빼놓을 수 없다.

모사드는 이스라엘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스의 집단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을 팔레스타인에 이주시키기 위해서 1951년에 설립했다. 모사드의 이름을 일약 유명하게 만든 것은 나치의 전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1906~1962)을 끈질기게 추적해 1960년에 체포한 사건이었다. 독일 항복 후 아르헨티나로 도망가 숨어 있던 아이히만을 납치해 이스라엘로 압송한 다음 교수형에 처한 것이다. 이로써 모사드는 나치가 저지른 홀로코스트 범죄에 대한 이스라엘의 깊은 분노와 끝까지 응징하겠다는 집념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또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이 검은 9월단이라는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도 이스라엘 수상의 지령을 받은 모사드가 7년 동안 추적, 팔레스타인 측에 이 사건을 보복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모사드가 가진 막강한 힘의 비밀은 유대인의 전통적인 정보력에 있다.

고대부터 자기가 살던 나라에서 쫓겨난 유대인들은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확한 주변 정보를 많이 얻어야만 했다. 이주한 곳의 정치, 생활환경, 식량 사정 등에 정통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생존을 위해 친구, 거래처 등 가능한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여 정보 수집에 전력했다. 모사드의 정규 정보원은 약 200명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IA을 비롯해 다른 국가의 정보원에 비해 상당히 적은 인원이지만, 온 세상에 흩어져 활약하고 있는 유대인을 정보원으로 생각하면 총인원으로 세계 최고가 될 것이다. 유대민족의 유랑생활은 무려 1,900년의 긴 세월이었던 만큼 그들이 이주하고 정착한 땅도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다. 이것이 인구 800만 밖에 되지 않는 나라의 저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