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달빛을 깨물다 를 읽고
아침을 열며-달빛을 깨물다 를 읽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09 18: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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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달빛을 깨물다 를 읽고

<달빛을 깨물다>는 이원규의 시집이다. 이원규는 유명한 시인이다. 또한 인사동에서 사진전이 성황리에 열릴 정도로 아름다운 사진을 잘 찍기로도 유명한 시인이다. 지리산 시인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번 시집은 11년 만에 낸 시집이니 정말이지 귀한 시집이다. 그런 만큼 시집 속의 시 전부가 한 수 한 수 온 세상이 오롯이 담겨 있다. 아니 한 자 한 자에 온 우주가 살아 숨을 쉰다. 그렇다고 시인은 절대로 크게 말하지도 않고 구태여 힘주어 말하지도 않는다. 마냥 가엾고 안타깝고 마냥 소중하고 위대하고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 담겨있을 뿐이다.

시집 이야기보다 이원규의 사진전을 먼저 말하고 싶다. 말이라기보다는 외치고 싶다. 마치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한다’ 라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일 년 삼백육십오일 낮과 밤을 이어 말해도 다 못할 말이 막상 연인을 만나고 보면 사랑한다는 말도 아예 필요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이원규의 사진들은 아름답다! 라고 외치고 보니 머릿속을 맴돌던 그 많던 말이 다 사라졌다, 진짜로 그날 인사동 한 갤러리에서 전시된 그의 약 스무 작품들 모두 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밤에는 봐도 봐도 예쁜 달과 별이 있다.

이원규 시인의 마음을 거쳐 사진기에 담기고 작품이 되어 우리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온 별과 달은 우선 너무도 감사하다. 실제로 별과 달이 선명한 날은 년 중 그렇게 많지 않다. 게다가 달과 별을 볼 기회가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겐 좀처럼 많지 않다. 그것들이 총총 아름다운 때는 낮 동안 도시생활이라는 괴물과 싸우느라 녹초가 된 몸을 쉬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운이 좋아 맑은 날, 소주라도 한 잔 마시고 담배를 피기 위해 잠시 밖에 나와 올려다보는 그 감질나는 순간이 별과 달을 보는 전부다. 그런 귀한 것들을 액자에 담아 우리들 곁에 딱 가져다주다니.

이제 이원규 시인의 시집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지면이 부족하겠다. 당연히 그래도 시집 전부를 말할 수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시집 전부는 고사하고 시집 속의 시 한 수에 대해서 제대로 말하기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의 시는 그야말로 한 수 한 수가 온 우주니까. 절대로 내가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다. <달빛을 깨물다> 속의 어느 시를 읽어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머리가 반짝거리고 어디론가 멀리멀리 가고 싶고, 마구마구 남쪽으로 달리고 싶어진다. 어디 남쪽뿐이랴. 강으로 산으로 들로 바다로 우주로 별로 달로 끝없이 날아다니고 싶어진다.

그래서 이 시집 속의 시집이라고 볼 수 있는 시집 ‘제3부 일생 단 한 편의 시’에서만 아주 조금 말해볼까 한다. 이 속에만 해도 총 16편의 시가 실려 있으니 이 또한 다 말할 수는 절대로 불가능하겠다. 그 중에서 한 수 정도? (하이고, 그것도 버겁네. 글치만 억수로 행복하네) 시인은 이 16편의 시는 특별히 ‘뒷집 소녀 때문에’ 탄생했다고 시로 전해준다. “…아찌, 정말 시인이세요? 두 눈이 빨개, 밤새 시 쓰다 나왔어요?” (슬그머니 눈꼽을 닦으며) “마침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일생 단 한 편의 좋은 시를 써야겠다 오로지 뒷집 귀농자의 딸 가연이 때문에” (끝부분) 밤새 집들이로 진탕 술을 마신 아침에 만난 동네 소녀와의 만남을 계기로 쓴 시들인데 거의 그 동네 사람들 이야기다. 팔순에 한글을 배운 할머니 이야기, 소를 예뻐하는 소년이 소고기 국밥은 맛있어 하는 이야기, 산자야 누님 이야기, 옥이 씨 손을 잡고 매달리는 칠순 영감 얘기…

시인이 가엾어 하고 귀해하는 것은 한도 끝도 없다. 지리산으로 찾아갈까, 생각을 접는다. 시인이 그랬듯이 나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귀해하고 사랑하면 되겠다. 더 많이 격려하고 서로 돕고. 오래 오래 건강해서 더 좋은 시와 사진을 많이많이 생산해주길 진정 간절히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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