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주필의 신인물기행-경남 거창 이수미팜베리 이수미 대표
강남훈 주필의 신인물기행-경남 거창 이수미팜베리 이수미 대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09 18:36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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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만든 농장에서 사람들이 즐기는 공간 만들 것”
▲ 거창 이수미팜베리 이수미 대표가 복분자를 수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사람들에게 건강을 나누어 주기 위해 베리체험농장을 시작했다”며 “농촌의 가치를 이어가는 농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꿈 접고 ‘처녀농군’으로 변신

18년 동안 양계사업, 4만 마리까지 늘려
복분자 색에 반해 베리류 체험농장 시작
6차산업 대표 농기업 ‘베리농장 정원’ 계획


경남 거창군 거창읍 가지리 ‘아홉산’. 이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취우령(해발 795m)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산을 ‘취우령’으로 부르기도 한다. 아홉산의 이름은 아홉 개의 큰 골짜기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로부터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소문난 곳이다.
이 아홉산 자락에 경남도내 6차 산업의 대표 농기업(農企業)이 있다고 해서 지난 1일 오전 찾았다. ‘이수미 팜 베리(Farm Berry)’다. 농장체험과 팜 스테이 등이 가능한 곳이다. 농장에 도착하니 거창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숨 쉬는 유기농 농장! 조그만 씨앗에서 정성과 사랑으로 큰 열매를 맺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탁 트인 전경과 맑은 공기, 조용하고 안락한 휴식 공간… 한 며칠 묵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농장 레스토랑으로 올라가니 한 중년여성이 반갑게 맞이했다. 이 농장의 대표 이수미씨(49)다.

-어떻게 이런 곳에 체험농장을 하게 되었나요?
▲아홉산 자락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후조건이 좋아 복분자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지요.

-그럼 복분자를 재배하겠군요.
▲전체 부지가 1만4000여평에 달합니다. 복분자(3000평)뿐 아니라, 블랙베리와 산딸기도 각각 2000여평, 아로니아 500평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산양산삼도 3만평을 따로 재배하고 있지요.

-판매는 어떻게 하나요?
▲농장에서 유기농 베리류를 직접 판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공공장과 냉동창고가 있어 여기서 생산한 유기농 농산물을 가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대부분 입니다. 농가레스토랑과 팜 스테이를 할 수 있는 펜션 등을 갖추고 있는 것도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농장 체험을 하며, 싱싱한 우리 농산물로 가공한 제품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거창 이수미팜베리 농장레스토랑 전경.
거창 이수미팜베리 농장레스토랑 전경.

-그래서 ‘6차 산업 대표 농기업’이라고 하는군요.
▲그렇죠. 저희 농장은 농장, 가공 상품, 농가레스토랑(2층), 펜션, 체험교육, 워크샵(1층) 등 요즘 정부에서 권장하는 농업의 6차산업화에 요구되는 조건들은 거의 갖추고 있습니다.

-농장 체험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요?
▲유기농 베리류 수확 체험과 베리 머핀 체험, 베리 발효 통밀빵 제조, 베리 식초음료 및 쨈과 소스 만들기 체험 등이 있습니다. 건강한 간장, 된장도 출시 예정인데 프로그램에 추가 할 예정입니다. 농장 체험은 보통 두, 세 시간 정도 하는데, 연간 4000여명이 저희 농장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등도 자주 찾습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어릴 때부터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지요.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농장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사천시에서 건강한 먹거리 현장체험을 위해 농장을 방문했다.
사천시에서 건강한 먹거리 현장체험을 위해 농장을 방문했다.

이 대표와 하던 인터뷰를 잠시 멈추고 레스토랑 밖으로 나왔다. 그녀가 자랑하던 펜션이 눈에 들어왔다. 숲속에 자리 잡은 2층으로 된 펜션은 아담했다. 펜션 이름도 하늘, 별, 땅, 구름 등 이었다. ‘오늘도, 한줄기 햇빛이 고맙고 고맙다!’고 쓴 걸개그림이 레스토랑에 걸려 있었다. 그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남편 박창구씨(57)과 함께 정성을 다해 가꾸어 놓은 정원이 무척 아름다웠다. 야외 결혼식장으로 종종 활용되는 공간이다.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은 후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다.

-레스토랑 음식은 모두 유기농으로 만든 것인가요?
▲저희 레스토랑은 유기농 레스토랑입니다. 베리치즈돈까스, 베리꽃비빔밥 등의 주메뉴가 준비되어 있고, 유기농베리젤라또, 유기농베리스무디 등 다양한 건강 디저트도 있습니다. 저희들이 생산한 유기농 농산물로 만든 것입니다. 2016년 유기가공식품 인증도 받았습니다.


-농장 체험 외에 다른 프로그램도 있는지요?
▲귀농교육, 소비자 소통교육 등은 물론 첼로음악회, 샹송음악회 등 음악회도 종종 합니다. 돌잔치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1층에는 각종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다 갖추어져 있습니다. 저는 2011년 농어촌 체험지도사 교육과정을 이수했고, 2013년 농촌교육농장 심화과정도 수료해 직접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소통교육은 왜 시작하게 되었지요?
▲2013년으로 기억됩니다. 블랙베리를 가공해 백화점에 납품을 했는데, 당시 TV에서 베리류를 가공한 액(液)들이 모두 ‘설탕물’이라는 뉴스가 방송되었습니다. 이 뉴스가 나가자마자 한순간에 소비자들이 외면했습니다. 그때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TV에서 방영된 뉴스의 사실여부를 떠나 이를 무조건 믿는 소비자의 인식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5년까지 소비자 교육을 위한 공간을 설계하고, 자본을 투입했죠. 소비자들을 오시게 해서 의식을 변화시키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소비자가)매체에 흔들리지 않는 능력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현명한 소비자는 매우 중요합니다.

-체험농장인데…연간 이 농장을 찾는 분은 얼마나 되죠?
▲3만~4만 명 정도 됩니다. 주로 단체로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70~80%는 외지에서 오시는 분들입니다. 오전 농장체험 후 레스토랑에서 점식식사를 하고 가시거나, 펜션에서 숙박을 하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숙박을 하시게 되면 아홉산의 맑은 공기와 주변 자연환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산딸기 따기 농장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산딸기 따기 농장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어떻게 체험농장을 하게 되었지요?
▲2006년에 이곳에 1만4000평의 부지를 구입할 때는 양계장을 짓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랫동안 야산으로 방치해 둔 땅이었습니다. 거창읍 가지리 인근에서 닭 4만여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경쟁력 있는 양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20만~40만 마리 정도 키울 수 있는 시설이 필요했습니다. 야산을 개간하고 양계장을 짓기 위한 허가 작업을 시작했지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양계장을 짓는 작업을 중단하고 베리류를 심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수미팜베리’ 농장을 하게 된 계기를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거창이 고향인 그녀의 꿈은 의상디자이너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해 의류회사에 근무하며 치열하게 공부하고 일하며 의상디자이너의 꿈을 키워 나갔다. 그런데 1992년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우울증에 시달렸고, 시골에 혼자 사시는 것을 무척 힘들어 했다. 효녀인 딸은 꿈을 포기하고 어머니와 함께 살기위해 거창으로 내려왔다. 사랑하는 딸이 곁에 있자 어머니는 차츰 건강을 회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와 산책을 하면서 휘어진 허리로 논밭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농부의 모습을 보자 문득 ‘뭔가 먹을 것을 만들어 내는 저 사람들의 모습이 참으로 귀(貴)하고, 훌륭한 모습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업에 대해 사회적으로 귀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처녀 농군’이 되기로 결심했다. 22살 처녀농군은 ‘노동으로 성공하는 당당한 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퇴직금 등 3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돈과 융자를 받아 3500만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자신이 직접 양계장을 설계해 6500마리의 무항생 산란계 사업을 시작했다. 18년 동안 비지땀을 흘리며 죽도록 일한 결과 4만 마리로 늘어났다. 결혼도 하고 2남1녀의 아이들도 키웠다. 하지만 2007년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지인이 전북 고창에서 가져온 복분자를 선물했다. 무의식적으로 복분자를 맨손으로 짜고 보니 그 색깔이 사람의 피보다 찐했다. “땅, 햇빛, 사람을 힘으로 이렇게 찐한 색을 만들어 내다니…” 그녀는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인간의 노동과 자연의 힘으로 찐한 색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건강함을 나누어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노동에 지쳐 아이들에게 배달 음식 등 인스턴트식품을 자주 안긴 것도 무척 후회스러웠다. 양계장 대신 베리류를 심게 되면서 ‘이수미팜베리’ 체험농장은 탄생했다.

거창 이수미팜베리에서 생산하고 있는 블랙베리, 복분자, 산딸기.
거창 이수미팜베리에서 생산하고 있는 블랙베리, 복분자, 산딸기.

-농장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까?
▲농사는 수많은 노동과 노하우, 자연 등 모든 것이 결합되어야 결과물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농업에 대해 참 쉽게 판단하고 쉽게 다룹니다. 지금도 가만히 있어도 긴장되고 두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함께 해주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어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함께 농장 일을 하나요?
▲큰 아들은 축산을 전공해 올해부터 거창에서 한우사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식품가공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를 전공하고, 배우고 있으니 앞으로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죠. 둘째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데 팜 디자인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수미팜베리를 어떤 농장으로 만들고 싶습니까?
▲우선, 전국 각 지역마다 체험농장이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기업이 만든 놀이공원이 아닌 농부가 만든 농장에 많은 사람들을 오게 해 쉬고 즐기면서 농산물(원물)이 제대로 소비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현재 베리농장을 정원으로 꾸밀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가족들, 연인들이 함께 거닐고, 보다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조성할 것입니다. 그러면 아마 전국적인 명소가 되겠죠(웃음).

이수미 대표는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그녀의 장점을 농장에도 십분 발휘하고 있다. ‘베리농장의 정원화’를 위해 그녀만이 그리고 있는 농장디자인이 있다고 했다. 지난 주말, 농장을 방문한 많은 방문객을 상대해서인지 그녀는 무척 지쳐보였다. “선두주자가 되다보니 힘든 부분이 많다”며 “올바른 농촌의 발전가능성을 보여주는 공간, 소비자 인식변화의 공간, 행복중심의 공간이 되고 쉽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2004년 한국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고, 2014년에는 경상대학교 대학원에서 식품공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지금은 경남벤처농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자신만이 꿈꾸고 있는 농촌의 가치를 이어가는 농장을 만들기 위해 그녀는 지친 몸을 이끌고 쉼 없이 노력하고 있다.

농장레스토랑에서 만든 베리를 활용한 건강한 디저트.
농장레스토랑에서 만든 베리를 활용한 건강한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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