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쇠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것처럼
칼럼-무쇠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것처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10 16:3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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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무쇠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은 큰 대양을 담을 만큼 되기도 하나 때로 작은 실개천도 담지 못할 만큼이기도 하다. 어떤 일에 도전할 때 마음가짐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는다. 절차탁마(切磋啄磨)라는 말은 옥이나 돌을 끊고 닦고 쪼고 간다는 말로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함을 의미한다. 어떤 목표를 위해 온 정성을 기울여 노력하는 체험은 역량을 높일 뿐 아니라 적극적 사고를 가지는 계기도 된다. 이와 비슷하게 인용되는 한자성어로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는 말이 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것처럼 인내를 가지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대학의 연례 프로그램인 토익집중프로그램을 십여 년 동안 진행하면서 영어에 완전 무지상태였던 학생들이 절차탁마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기대 이상의 성취를 해내는 모습을 많이 보고 있다. 취업에 필요하기 때문에 대학생활에서의 토익학습은 누구나 도전해야 되는 과제처럼 여겨지지만 영어기초가 없는 학생에게는 매우 막연한 일이다. 학습을 희망하는 재학생들에게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수준별로 운영되고 있는데 가장 하위반에 배정된 학생들은 남들보다 더 많은 학습량으로 고군분투해야 한다.

참가자 중에는 영어를 잘 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전혀 백지상태에서 도전하는 학생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 중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학생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려고 한다. 그 학생은 작년 입학하여 영어수업을 수강하였는데 기초 책인데도 온통 모르는 단어 투성이라서 수업 내용을 모두 적는 것도 모자라 별도의 노트에 책 내용과 설명을 빽빽하게 적어 공부하였다. 질문내용을 표시해두었다가 수업 마칠 때마다 찾아와 알려주는 대로 다 받아 적어 암기하였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 이어 올 여름에도 우리대학 기숙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오직 영어학습에만 몰입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면 분명히 이루는 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작년에는 최하위반으로 참가하였으나 올해에는 중상위 반에 배정되었다. 외국어는 실제로 원래부터 잘 하는 사람이 없이 동일한 조건에서 시작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수많은 학생들이 참가하지만 그 중 유독 기억에 남는 학생들은 이와 같이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인내와 노력은 비단 이 한 과목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 학생은 아마 다른 과목에서도 기초를 만들어내기 위해 동일한 노력을 들였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자신의 실력향상을 위해 끝까지 완주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스스로 지치고 힘들어서 중도에 퇴소하는 학생들도 있다. No pain, no gain. ‘고통 없이는 얻는 게 없다’는 말과 유사하게 No sweat, no sweet.‘땀 없이는 달콤함이 없다’라는 말처럼, 인내와 노력에 의한 절차탁마의 고비를 넘은 경험은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하게 하고, 그보다 더 어려운 산을 넘을 역량을 가지게 한다. 스스로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깊고 넓은 역량강화의 기회로 삼아 사회로 나갔을 때 자신감 있게 역량을 펼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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