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핵소국 핵전략(1) 핵대국과 전략적 제휴
시론-핵소국 핵전략(1) 핵대국과 전략적 제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10 16:3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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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
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핵소국 핵전략(1) 핵대국과 전략적 제휴

전통적 핵전략은 적의 선제적 제1격에 대해 생잔 보복핵능력으로 제2격을 가하여 적을 궤멸할 수 있으면 핵억지력을 갖는다는 상호확증파괴(MAD)의 개념이다. 그리하여 보복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무기를 대량화·고도화하면서, 적의 선제공격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경보체계를 확충하고, 적의 핵미사일을 대류권 밖 고고도에서 파괴하는 사드와 SM-3 등 요격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약소국이 충분한 요격력과 보복력을 갖추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미북협상의 실패로 북핵이 인정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와해되고 세계는 불행히도 핵확산의 시대로 이어진다. 국가뿐 아니라 테러조직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 핵무기는 강대국의 전유물이었으나, 인도 파키스탄 등의 핵보유로 중위국 핵무장론이 연구되었다. 이제 약소국 핵무장과 핵전략을 논의해야 한다. 먼저 기존 핵강대국과의 관계를 나름대로 살펴본다.

첫째, 핵소국은 선제·예방전쟁을 추구한다. 약소국은 경제·외교·군사력도 핵무장력도 초강대국은커녕 중위국보다 열세이다. 약소국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그 보복력은 미약하며 심지어 적의 공격으로 완파될 수도 있다. 따라서 MAD 전략개념은 유효할 수 없다. 더구나 약소국이 핵무기를 대륙 밖 공격목표에까지 운반하는 미사일을 개발하고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핵소국은 소량의 핵무기와 미사일로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이나 심지어 예방공격(Preventive Attack)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선제’는 적의 공격이 임박한 비교적 정당한 상황을 전제하고, ‘예방’은 향후 공격받을 다소 애매한 상황을 상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핵보유국이 선제핵공격을 감행하는 상황은 두 가지이다. ①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상쇄하기 위해 선제적 핵사용을 위협하는 경우이다. ② 적의 선제공격으로 보복공격력이 심각하게 파괴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핵소국의 경우에는 모두 해당한다. 이에 더해 그 보복력도 매우 제한적이거나 거의 없는 핵소국 입장에서는 핵대국이 도발하면 어차피 파멸하기에 핵무기 한 발이라도 쏘아놓고 죽겠다는 이판사판 의지를 천명할 수밖에 없다.

둘째, 핵소국은 특정 핵대국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갖는다. 핵대국간에는 갈등·대립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모든 핵대국을 적으로 삼는 어리석은 약소국은 없을 것이다. 핵소국은 핵대국(또는 핵보유국그룹)의 보호하에 들어가길 원한다. 이는 핵대국에게도 좋은 그림이다. 현재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그러하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핵확산의 시대가 도래하면, 세계 차원의 핵대국간 핵대립(또는 핵균형)의 하위구조로서 지역 차원의 핵대립·균형이 존재할 수 있다. 다만 핵소국도 핵보유국이기에 상위 핵대국에 일방적으로 종속되는 관계는 아니며, 핵소국이 보유한 핵위력이 외교·경제적으로 투사되어 다른 핵대국과의 제휴로 전환될 수 있는 취약성을 가질 것이다. 이는 향후 세계의 역학구조가 매우 다층화·복잡화될 것임을 뜻한다. 그럴수록 안정적이라 주장하는 이가 나올지 모르겠으나, 복잡계 질서가 아니기에 인위적 복잡화는 반드시 불안정성을 배가하고 결국 전쟁 위험도를 높이게 된다.

북핵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 기존 핵안보 질서의 다층화·복잡화를 초래하고 또한 선제·예방공격을 공식화하는 핵소국의 출현은 결코 핵대국에게도 유리하지 않다. 모쪼록 미국도 중국도, 그리고 여타 NPT 회원국도, 우리도 북핵 폐기를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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