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김태호 청문회와 윤석열 청문회
강남훈 칼럼-김태호 청문회와 윤석열 청문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11 16:5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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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김태호 청문회와 윤석열 청문회

MB정권 시절인 2010년 8월 국무총리 후보자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김 전 지사는 이 청문회만 통과하면 대한민국 헌정사상 다섯 번째 ‘40대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자 단번에 여권의 대권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 등 주가가 치솟았다. 여권핵심부는 당시 마땅한 대권주자를 찾지 못했던 시기였던 만큼 새로운 ‘대안(代案)주자’를 물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여권의 ‘차세대 리더’로 촉망받던 김 전 지사의 총리 발탁은 정치권은 물론 세간(世間)의 관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는 청문회에서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청문회 대책팀까지 꾸려 논란의 쟁점이 될 사안에 대해 샅샅이 살피고 챙겼지만, 정작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진실을 털어 놓지 못했던 것이다. 이틀간 실시된 청문회에서 ‘2006년엔 (박 전회장과)일면식도 없었다’, ‘첫 만남은 2007년 이후가 확실하다’, ‘2006년 가을부터 박 전회장과 아는 것 같다’는 식으로 그의 증언은 오락가락했다. 결국 박 전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공개되면서 그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후보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김 전 지사는 당시 여권 내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1962년 경남 거창군의 벽촌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자수성가한 정치인이었다. 거창농고와 서울대농대를 졸업하고 국회에서 잠시 몸을 담았다. 1998년 고향인 경남 거창에서 초대 도의원을 지낸 뒤 거창군수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불혹(不惑)이 막 지난 시점에 과감하게 도전했던 2004년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최연소 도백(42세)’ 으로 당선되어 정치권을 깜작 놀라게 했다. 그는 3선(選) 경남도지사 도전이 유력했으나 2010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MB에 의해 발탁돼 총리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인사청문회 위증논란으로 중도에서 하차하는 바람에 그의 정치인생은 더 이상 상승기류를 타지 못했다.

지난 9일 새벽 끝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윤 후보자의 위증 논란 때문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현직 법무부 검찰국장 친형(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문회 막판 변호사를 소개하는 취지의 언급이 담긴 육성 녹음 파일이 공개되자 “그냥 사람을 소개한 것이고, 그 변호사가 사건을 선임하지 않았다. 소개와 선임은 다르다”고 말을 바꾸었다. 청문회 내내 부인하다 증거가 나오자 ‘위법은 아니었다’는 식으로 해명한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윤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청문보고서 채택도 거부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과거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모른다고 하다가 골프를 친 사실이 확인돼 낙마했다. 윤 후보자도 같은 케이스”라고 공격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위증문제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윤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윤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재송부와 관계없이 윤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총장은 법을 수호하는 최고 책임자다. 청문회에서 사실과 다르게 국민을 속이려 했던 후보자를 검찰의 수장에 임명한다면 국민들은 과연 검찰을 신뢰할 수 있을까? 김태호 청문회와 윤석열 청문회는 닮은 점이 있다. 바로 팩트에 관한 점이다. ‘만났느냐’, ‘소개했느냐’의 사실관계에 대한 위증 논란이다. 이런 점을 간과(看過)하고, 자신들의 코드에 맞는 인사라고 해서 권력핵심부에 앉힐 경우 더 큰 화(禍)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여권핵심부는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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