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꼭 통일을 해야 하나요?
시론-꼭 통일을 해야 하나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14 16:27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회/문학평론가·박경리 토지학회 회장
김종회/문학평론가·박경리 토지학회 회장-꼭 통일을 해야 하나요?

지난 11일 필자는 여의도 이룸 센터에서 ‘통일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사단법인 미래복지경영이 주최하고 서울특별시가 후원한 행사다. 이날 필자는 대학 강의실에서 젊은 세대의 학생들이 던지던 질문을 소개했다. 우리가 아무리 북한에 호의적인 도움의 손길을 건네어도 북한에서는 철저하게 이익이 계산된 반응만 보이는데, 굳이 어렵고 힘들게 통일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반문을 했다. 오늘과 같은 북한의 어려움을 두고 그 잘못을 물어야 할 대상은 북한의 위정 당국이지 피해자인 인민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그 북한 주민 가운데 내 가족이나 친지가 남아 있다고 생각해 보았는가.

남북문제는 그 안건 자체가 무겁고 우울하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그러한 부담을 덜고자 시작 전에 서민정 씨 등 연극배우들이 등장하여 공연 시간을 가졌다. 21세기 들어 창작된 북한 시인의 시 2편과, 6.25동란 중에 서로 반대편으로 엇갈린 어린 시절 동무의 이야기를 그린 황순원의 <학>을 입체낭독으로 읽었다. 1967년 주체사상과 주체문학의 형성 이후 북한문학을 일관한 창작 주제는 ‘수령형상화’에 관한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이른바 ‘사회주의 현실주제’가 등장하는데, 그러한 연유로 문선건의 <50년 그해 여름>과 박세일의 <시인과 통일>은 상당 부분 이념적 색채가 가려진 편이었다. <학>은 주지하다시피 이념의 갈등을 인간애의 발현으로 넘어서는 수발한 작품이다.

통일문화에 관한 강연은 왜 통일문화이고 통일문학인가, 시대적 당위로서의 통일문화, 통일문화와 남북한 문화이질화의 극복, 한민족 문화권 문학의 가능성 등의 항목에 따라 진행되었다. 이 강론의 순서 가운데 필자가 애써 강조한 대목은, 남북의 소통과 교류에 있어 정치와 국토의 통합은 맨 마지막 단계이며 가장 앞쪽으로 내세워야 하는 것이 문화 통합이라는 논리였다. 사람이 빵 만으로 살 수 없다면, 정치는 눈앞의 빵이요 문화는 그 삶의 길을 지탱하게 하는 정신이다. 동서로 분단된 두 나라를 통합한 독일 통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두 정치 체제가 문화적 사회적 접근을 앞세워서 점진적으로 민족적 문제를 해결한 역사의 교훈이 있다.

근자의 남북관계를 보면 이 오랜 분단극복의 방정식이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도할 수 있다. 문화 예술 체육 등 보다 쉬운 분야의 교류를 건너 뛰어, 양국 정상이 만나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새로운 방식이 문제풀이의 정답을 도출함으로써 필자의 논리와 주장이 잘못된 것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고. 그런데 겉으로 휘황찬란한 이 도식이 자칫 속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국민의 환호 속에 만남을 이어가면서도, 비핵화나 이산가족 상봉 등의 원론적인 숙제는 전혀 진척이 되지 않는 현실이 이를 말한다. 그래서 여전히 ‘문화’인 것이다.

이 근본적인 바탕이 폭넓게 펼쳐지지 않고서 70여 년 해묵은 문제가 쉽사리 풀릴 길이 없는 터이다. 그런데 정작 참석자 모두가 눈시울을 적신 순간은 마지막 질의토론 때였다. 한 여성 참석자가 왜 통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리고 통일이 결코 남한에 손해가 아님을 간곡하게 설명했는데 그는 온갖 우여곡절을 다 거친 탈북민 이었다. 또 한 사람, 갑자기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라는 노래를 부르며 말을 시작한 노인은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실향민이었다. 이처럼 마음이 궁벽한 이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정치여야 하지 않을까. 이들의 마음이 모여 민심이 되고 국론이 되는 것이 아닐까. 북한과의 미래는 그야말로 정권적 차원이 아니라 민족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수행해야 마땅하리라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