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의 경쟁력(2)
시론-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의 경쟁력(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21 15:2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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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의 경쟁력(2)

필자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2년 동안 싱가포르 한국대사관에서 주재관으로 근무했다. 열대지방이지만 사무실은 워낙 냉방이 잘되어 있어 카디건을 입고 일 할 정도였다. 관리사무소에 냉방을 약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실내온도 기준이 있어서 각 사무실별로 조절해 줄 수는 없다고 하였다. 궁여지책으로 테이프로 에어컨 송풍구 일부를 차단하고 근무를 했는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사무실이 더우면 일의 능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에서 일정온도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하였다.

오늘날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사계절이 분명한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북위 1도의 적도 근처에 있는 나라지만 쾌적한 근무환경과 일의 능률을 위해서 사무실 냉방온도를 낮게 유지하도록 하였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보다 일의 능률을 높이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계산한 것이다.

전력을 아낀다고 모든 공공기관 사무실 냉방가동을 중지하고 부채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근무했던 기억이 겹쳐지면서 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28위에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현재 싱가포르 관광의 랜드마크는 마리나베이센즈 호텔을 중심으로 한 복합리조트이다. 마리나베이센즈호텔은 투자유치를 통해 만든 것으로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건물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건물은 우리나라 회사가 시공을 하였다.

싱가포르는 도박, 마약, 범죄가 없는 국가건설이 국시일정도로 청정국가를 표방하여왔지만 2010년 마리나베이와 센토사에 두 개의 카지노를 건설하였다.

현 싱가포르 총리인 리센룽이 아버지인 리콴유를 끈질기게 설득하여 도박없는 국가 건설이라는 국시마저 바꾸면서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 경쟁력 있는 사업에 과감히 투자했으며 이로 인해 관광객은 증가했고 체류일수도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카지노 사업은 싱가포르 국민들의 해외원정 도박을 차단할 뿐 아니라 많은 외국 관광객을 불러들임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두었다.

세 번째로 교육시스템을 싱가포르의 경쟁력 요인으로 들 수 있다.
싱가포르의 교육제도는 우리나라와 크게 차이는 없지만 각 단계별로 경쟁을 거쳐 상위학교 진학 여부가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초등학교 졸업성적에 따라 중등학교 과정의 등급이 결정된다. 중등학교 졸업생들은 다시 성적에 따라 2년제 학교(Junior College) 또는 3년제 공업전문고등학교(Polytechnic)에 진학하며 성직 미우수자는 직업훈련원에 입학하거나 취업을 하게 된다. Junior College나 Polytechnic 졸업자 중 시험을 거쳐 최종 대학진학여부가 결정된다. 싱가포르에는 4년제 대학이 국립 싱가포르대학(ANUS), 난양공대(NTH), 경영대학(SMUR) 3곳뿐이다. 대학 진학률은 30%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대학의 등록금은 국비로 지원되며 졸업 후 일정기간 싱가포르 기업에 근무하면 상환의 의무가 면제된다. 우리나라의 GNP대비 교육비 투자율은 일본이나 독일보다 높으며 대학진학율은 80%로 세계2위에 달하지만 교육시스템의 질적 수준은 세계 75위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대학졸업과 동시에 등록금 대출로 인해 빚쟁이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산업현장에서는 많은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정작 일할 사람은 없어 외국인 근로자만 증가하고 있다.

물론 싱가포르가 다 좋은 면만 있는 것만은 아니다. 멀리서 보면 소담스러운 잔디밭도 가까이 가서 보면 잡풀도 있게 마련이다. 하나의 당이 지배하는 정치구도, 언론자유의 문제, 빈부격차의 문제 등 잠재된 모순을 많이 안고 있고 언젠가는 이런 것들이 발전의 장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객관적인 조건만 본다면 우리나라가 싱가포르보다 못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전년도보다 1계단 떨어져 28위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업의 투자유치를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와 노사간의 갈등, 경쟁력 없는 교육시스템, 비능률적인 정치체계 등이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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