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살의 분석(1)
칼럼-자살의 분석(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22 16:3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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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자살의 분석(1)

최근 명성을 날리던 군 장성과 국회의원의 자살로 우리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국민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애석해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인간의 자살에 대해 음미해 보기로 한다.

인간은 어떤 이유로, 어떤 때 자살을 생각할까?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에 빠지거나 갑자기 가까운 사람이 자살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깊은 우울증이나 무기력, 고립된 생활에 오랫동안 잠겨 있을 때도 그럴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서있는 것보다 앉는 것이, 앉는 것보다 눕는 것이 좋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좋다. 어떤 형태로든 자살을 다룬 책은 5천 권이 넘는다. 또 세계 문학의 절반 이상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죽음과 관계가 있다.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72세)는 <자살예찬론>이라는 글을 써서 자살을 조장하기도 했다. 그는 “하루라도 일찍 죽는 것이 더욱 낫습니다. 사람은 어린 시절에 죽는 것이 낫고, 그보다 더 나은 것은 태어나자마자 죽는 것이며, 최고로 좋은 것은 아예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것입니다”라는 자살예찬론을 강조했지만 그는 72세까지 살았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 자살을 감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의 삶 가운데 희망과 약간의 성취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내일 더 나아질 것 같은 희망 속에서 살아가며, 또 약간의 성취로 인하여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인생을 계속 연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성취는 자살을 방지할만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성취는 거지에게 던져 준 동냥과 같아서 비참한 삶을 내일까지 연장시키기 위해 오늘의 목숨을 연명시키는 것이다”라고 했으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384~BC322·62세)는 ‘국가에 반역하는 과오’라고 지탄했고, 고대 로마제국 시대의 사상가 세네카(BC4~AD65·69세)는‘인간의지의 성공’이라고 예찬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998년의 전 세계 사망자 5400만 명 가운데 1.8%에 해당하는 97만 명과 2012년에는 80만4천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고 한다. 또 2012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보면 1위 북한 39.5명, 2위 대한민국 36.6명, 100위 알바니아 6.5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은 대체적으로 개인의 선천적 기질과 유전적 취약성인데 심각한 정신질환, 극심한 정신적 압박감에 있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살을 하기 전에 자살의도를 다른 이들 의사나 가족이나 친구들 한테 알린다고 하는데, 안 그런 사람도 많다. 미국에서는 총기에 이어 독약이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자살수단이며 17분에 한 명씩 자살을 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1858~1917)이 1897년 쓴 내용에 의하면 19세기의 러시아인들은 목매기를 선호했고,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인들은 독약을, 이탈리아인들은 총기를, 미국인들은 총기(60%이상)와 약물을 선호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5분에 한 명씩 자살기도를 하고, 45분에 한 명씩 자살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33분에 한 명씩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124명 중 한 명이 가족 중에 자살자가 있는 자살 피해 가족이라고 한다(범국민 생명존중 운동본부의 자료).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살은 죄라는 인식이 강하여 자살한 사람은 장례식을 치르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종파에 따라서는 자살로 죽은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고 믿는 나라도 있다.

자살의 방법에 대하여…지금까지 발간된 5000여 종의 자살연구서를 종합하면, 989가지의 자살 동기에 83종의 자살 방법이 있다고 한다. 유의할 것은 삶이 풍요해질수록 자살률이 상승되고, 사회가 위기에 처할수록 감소된다는 것이다. 전쟁 중에는 자살자를 오히려 찾아보기가 어렵다. 19세기 말부터는 ‘자살클럽’, ‘죽음협회’도 탄생했고, <자살법>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살의 요인을 80%이상이 ‘우울증’이고, 그 중 60%이상이 ‘사랑’의 결핍이라고 한다. 그래서 물질적 풍요가 인간관계의 핵인 ‘사랑’을 고갈시켜, ‘자살’은 곧 ‘사회적인 타살’이라는 말이 성립된다. 예전에는 개인적인 고뇌가 자살을 촉발했지만, 갈수록 사회적인 갈등 요인들이 자살 충동을 조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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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쟤쥰 2019-08-17 03:27:36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