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개 팔자가 상팔자
진주성-개 팔자가 상팔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23 15:1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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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개 팔자가 상팔자

반려견 천만 시대래서 깜짝 놀랐다. 반려견에 주인이 물려 죽었대서 또 놀랐다. 반려견이 죽으면 동호인 끼리 서로 조문을 가고 부조금도 낸대서 또 놀랐다. 그런데 아침 TV뉴스를 보면서는 어리둥절했다. 반려견이 죽으면 묻어주는 정도로만 알았는데 장례화장장도 전국에 37개에다 반려견장의업이 성업 중이라며 반려견 납골당의 화면을 보고 얼떨떨했다.

누가 봐도 사람의 장례식인 줄 알지 개들의 사체처리시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우선 종사원의 복장과 태도에서 사람의 장례식 못지않게 정중해 보였다. 제복차림에 검정색 넥타이를 매고 흰 장감을 낀 여성인데 스튜어디서 만큼이나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 올리고 장례용품의 하나하나마다 손이 닿기 전에 목례로 예를 갖추고 동작이 끝날 때마다 역시 목례를 올리며 예를 갖추는 것을 보고 참 잘한다는 생각보다는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크기만 작을 뿐 미국이나 유럽의 조관과도 흡사한 사체의 상자를 화장로에 넣기 전에서부터 넣고 돌아서는 몸짓은 황제의 침소를 꾸며주고 돌아서 나오는 침전상궁의 모습과도 같았다. 땅에 묻는 것도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소각을 하는 것이야 타당하다지만 납골당의 화면을 보고는 어리둥절했다. 납골당의 모습을 보고 극락세계가 저런 건지 천당이 저런 건지 상상조차 안 되게 화려한 꽃장식이 무릉도원 같은 황홀경이었다.

상하좌우로 칸칸이 유리문까지 닫아서 사람들의 납골당과 유사하기는 해도 그 치장이 찬란하다. 이쯤 되면 보지는 못했지만 운반차가 아니라 운구차는 리무진이었을 거고 조문객(?)도 여럿이었을 같은데 이 모두는 겉보기지만 갖추는 예는 또 얼마나 엄숙하고 정중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렇게까지 해서 개의 사체를 처리해야하나 생각해 볼일은 아닐까. 장의시설업주는 방송 인터뷰에서 절차를 설명 중에 조관, 수의, 염습, 입관, 운구, 제물이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온다.

이러다가는 발인이며 성복이며 분향이라는 소리까지 나올 것 같은데 납골당이 있으니 삼우제나 사십구재는 물론이고 기제사며 축제사도 있을 것 같다. 반려견 천만시대라면 정도에 맞는 문화로 성숙돼야 한다. 사람과의 정을 붙일 수 없는 사연이야 모르지만 반려견은 주인에게는 애견이고 충견이어도 타인에게는 맹견으로 ‘개는 개이다.’ 라는 본질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칠월염천 삼복에도 개 팔자가 상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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