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한의 핵전략(1) 북핵은 대남 선제공격용
시론-북한의 핵전략(1) 북핵은 대남 선제공격용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24 15:5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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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
강원식/정치학 박사·외교안보평론가-북한의 핵전략(1) 북핵은 대남 선제공격용

북한은 2016년 2월 23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중대 성명’에서 “적들의 …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경우 그를 사전에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의의 작전수행에 진입할 것”이라 밝혔다. ‘청와대와 반동통치기관들’을 1차 타격대상,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제침략군의 대조선 침략 기지들과 미국 본토’를 2차 타격대상으로 지목했다. 더구나 이들을 ‘세계가 가져본 적이 없는 강위력한 최첨단 공격수단들’을 사용하여 “이 행성에 다시는 소생하지 못하게 재 가루로 만들어 놓을 것”이라 큰소리쳤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 5월 6~7일 노동당 7차 대회에서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공식 천명했다.

그러더니 2017년 4월 미국이 칼빈슨호를 한반도 인근해역에 배치하자 미국에게 선제핵공격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핵무기의 선제불사용(NFU)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무엇인가?

적의 선제핵공격에 대해 보복 응징할 수 있다면 적의 공격을 억지할 수 있다는 상호확증파괴(MAD)는 핵전략의 기본 개념이다. 북한의 핵전략이 보복응징인지 선제공격인지 살피려면, 북한의 핵무장력으로 보복공격이 가능한지 또는 선제공격이 억지 효과가 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경제·외교·군사적으로 약소국이며, 핵무장력도 초강대국이나 중위국보다 열세이다.

미국의 선제핵공격을 전제할 경우, ① 북한의 보복공격력은 선제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될 수도 있다. ② 북한 스스로도 미국 본토를 2차 타격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③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보복응징을 상정함으로써 미국을 억지한다는 개념을 세울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미국 본토를 ‘확증파괴’할 수 없다면 보복에 의한 억지 효과는 없다.

그렇다면 미국에 대한 선제공격은 가능한가? ① 북한이 미국 본토에 치명적일 수 있는 규모와 성능의 핵탄두장착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확증은 아직 없다. ② 설령 그렇다 해도 미국이 보유한 조기경보시스템과 고고도 요격기술로 선제공격의 파괴력은 반감 또는 무력화될 수 있다. ③ 더구나 선제공격이 성공한다 해도 미국의 생잔 응징보복력은 북한을 초토화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에 선제핵공격을 위협함으로써 억지 효과를 얻는다는 핵전략은 성립할 수 없다.

핵전략은 적을 특정하면서 시작된다. 북한은 입버릇처럼 미국숙적론을 내세우지만, 미국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너무 많다. 물론 이판사판 벼랑끝 선제공격을 상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자멸의 길이기에 현실적이지 않다. 결국 북한의 핵전략 대상은 한국뿐이다. 한국은 핵무기가 없으니 보복용이 아니라, 당연히 선제공격 및 그 위협용이다. 일본도 대상이나 이차적이다. 핵과 생화학무기는 비대칭전력이다. 북핵은 정치·경제적으로 열세에 있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하기 위한 것이다.

핵대국 입장에서 북핵은 자신에 대한 선제공격 위협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이 지난 사반세기동안 쟁점이 되어온 까닭은 북핵이 NPT 체제의 붕괴와 세계적 핵확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핵독점 시대는 끝나고 패권은 변화한다. 서로의 선제핵공격 전략이 얽히고 상호불신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핵전쟁 가능성은 높아진다. 패권국 입장에서는 막아야만 할 시나리오이다. ‘종말시계’(Doomsday clock)를 운영하는 미국 핵과학자회는 지난 6월 24일 미국인의 3분의 1이 설령 백만명이 죽더라도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하는데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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