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양은냄비와 무쇠 솥
도민칼럼-양은냄비와 무쇠 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25 16:4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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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양은냄비와 무쇠 솥

동전파스 카레 기침약 소화제 조미료 화과자 드라이기 이어폰 카메라…나도 놀랬다. 우리 집에 이렇게 많은 일본산 제품이 있다니 미소된장 맛간장 한없이 나오는 일본산을 보며 반성을 넘어 자괴감이 들었다. 대체할 제품이 없는 경우도 있다. 분명 더 효과가 좋아서 맛이 좋아서 사놓기도 했다. 아마도 나는 글로벌한 세계시민이 되고 싶었던 걸까? 중국산은 ‘짜가’가 많다고 하면서 일본산은 진품이라고 말하는 버릇도 곁들여서 매우 일본제품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다 뒤통수를 세게 맞고 나니 얼얼하다. 2007년 중국인 강제징용피해자가 일본기업 니시마쓰건설에 배상을 청구한 사건의 판결에서 중국이 배상받기를 포기한 중일공동성명으로 국가 간 배상문제는 끝났지만 개인의 청구권이 실제적으로 소멸한 것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일본최고재판소가 판결한 바 있다. 판결에서 니시마쓰건설은 승소했지만 강제징용 피해자와 화해에 응했다. 미쓰비시도 초기에 개인청구를 받아들일 생각이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일본정부가 막고 나선 것이다. 얼마 전 뉴스를 들으니 일본에는 ‘일본회의’라는 모임이 있다고 한다. 대일본제국은 신국이며 대일본천황은 절대적인 신, 대일본민족은 그 적자, 라는 믿음으로 다니구치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는데 종교심에 바탕을 둔 이모임에 일본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한다고 한다. 아베는 그 모임의 특별고문이라는데 자국을 사랑하는 것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마는 자기의 나라를 신국으로 떠받치면 그 이외 나라는 무엇이 되는가? 패전 이전의 나라가 진짜 일본이라 믿고 다른 나라를 침략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픈 이들이 정치인으로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정치인 말처럼 구한말 쇄국을 하는 건 문제라는데 일본은 자유주의 시장 경제를 무너트려 가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 했다고 거꾸로 우리의 뒤통수를 후려치는데 우리는 일본과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 게 맞는 처세인가? 우리의 대통령이 아베를 만나겠다고 하면 만나지는가? G20정상회의 때부터 우리를 세계인 앞에서 보이콧한 아베다. 우리가 일본에 머리를 조아리면 만나주겠지. 그렇게 만나서 대일본제국은 신국이 맞다고 천황도 신이라고 일본만이 그 적자라고 패전 이전의 나라, 한반도를 종으로 부렸던 그 시기가 우리도 그립다고 잘 먹고 잘 살게만 해준다면 그리 하겠다고 말해야하는가? 우리는 일제강점기에 잘 먹고 잘 살았던가? 일본인과 아무런 차별 없이 일본인이 누리는 경제와 자유를 누렸던가?

구한말 우리는 힘이 없으니 일본과 잘 어울리고 잘 다독여서 우리의 이익을 찾자던 사람들이 이완용이고 당시 내각의 책임자들이고 글이나 슬 줄 알았던 지식인들이었다. 그들을 우리는 지금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라고 한다. 대다수의 백성들은 타국의 천황을 받들고 우리말을 쓰지 않는 것이 기가 막혔으나 많이 배우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안다는 이들은 그렇게 주창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이렇게 국론이 분열되고 제1야당이라고 하는 힘 있는 사람들이 합리론을 내세웠다.

우리가 뭉친다면 우리도 예전처럼 그렇게 힘없는 나라가 아니고 당당히 OECD국가에서 GDP10위를 차지하는 나라로 경쟁력이 있는데 자국의 우수성을 신처럼 떠받들고 주변 국가를 굴종시키려는 아베내각과 ‘일본회의’ 정치인들에게 어떻게 합리를 요구하겠는가? 그 와중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 항의는 불매운동 밖에 없는데 아직도 일본산 제품 판매율이 고작 20프로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합리적으로 잘 가고 있는 것인가?

어쩌면 지금이 일제36년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해 줄 적기일지 모른다. 한국인들은 냄비근성이 있어서 팔팔 끓다가 식는다는 말을 한다. 양은냄비야 그럴지 모르지만 우리는 예로부터 무쇠 솥을 쓰던 민족이다. 한 두 달의 불매운동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최소 6개월 이상이 되어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일본회의’가 가고픈 나라는 실상 세계인에 대한 선전포고다. 어쩌다 21세기에 우리는 정치에 관심 없는 일본인과 무서운 세계관을 가진 정치인들을 이웃으로 두었는지 우리 주변에도 그런 이가 있는지 정신 바짝 차리고 둘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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