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말재주? 말센스를 키워라
도민칼럼-말재주? 말센스를 키워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28 14: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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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정/(주)휴먼앤비즈 대표
최효정/(주)휴먼앤비즈 대표-말재주? 말센스를 키워라

말재주가 좋은 사람은 어느 자리에서든 눈에 띄고 호감의 대상이 된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자리에서도 인사말이나 축사를 멋있게 할 줄 아는 사람, 위트 있고 멋들어진 건배제의 한번으로 서먹한 분위기를 단번에 바꿔 놓을 줄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을 사람들이 싫어할 리 없다.

한마디로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분위기와 상황에 맞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 항상 적절한 화두와 즐거운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 우리는 ‘임기응변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중국 당나라때 관리를 등용하는 인물평가에서 기준으로 삼았다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의 말씨와 판단이 바로 이런 부류의 사람을 가리키는 말 아니겠는가.

그러나 최근 우리사회에서 인재를 등용한다던가 중요한 인사를 할 때, ‘말재주’만으로 사람을 뽑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대기업 면접과 공공기관 면접의 추이를 보면, 2차 면접에서 단골 질문으로 나왔던‘지원동기’나 ‘성격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유형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2017~2018 JOB코리아 자료) 대신, ‘위기상황에서의 대처방법’, 혹은 ‘동료와의 갈등 시 해결방안’등을 묻는 질문유형이 늘어나고 있다.

혹은 실제 상황에서 있을법한 시뮬레이션 상황 하나를 배치해 두고 지원자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를 살피는 ‘적극적 면접형태’들이 도입되고 있다. 이는 사전에 자기소개만 달달 외워 면접장에 나타나는 일명, ‘말재주’만 있는 지원자를 가려내겠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직장 내 ‘말재주’꾼들이 되려 신뢰 받지 못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말재주’만 부렸지,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그래서 ‘말재주’만 가지고 있는 것은 차라리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좋은 연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자신에게 주어진 셈이지만 이를 잘못 사용하면 자신과 타인을 위험으로 빠뜨릴 수도 있다.

필자는 지난 십 수 년간 지역 내 스피치아카데미를 운영해 오며 이 아슬아슬한 경계위에 있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해 왔다. 필자 스스로도 매일 ‘말’의 수행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독자여러분들께 ‘말의 수행’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을 권고한다.

당장, ‘말’을 못해서 걱정인 독자가 있다면 필자의 다음 말을 주목해 보길 바란다. ‘말재주는 아무것도 아니다. 말 센스를 키워라!’ 첫째, 말을 잘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말 하고 싶은 욕구’를 먼저 참아내는 것이다. 그러면 누구보다 상대를 존중하며 경청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게 될 것이다. 둘째, 설득을 잘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논리적인 설득’이 아니라, ‘감성적인 설득’이다. 사람들은 이성적인 판단력이 좋고 논변이 좋은 사람보다 친절하게 감성적으로 공감해주는 사람에게 훨씬 더 설득 당한다. 셋째, 말재주가 뛰어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말의 ‘재주’보다 ‘센스’를 먼저 키워야 한다. 셀레스트 헤들리는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말 센스란, 무엇보다 분위기를 읽어내는 능력이라고. 경청하고, 질문하고, 배려함으로써 상대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끌어내는 사람이 진정, 말 센스가 있는 사람이다. 필자는 그동안 수많은 학습자들을 연단 위에서 지도해 왔다. 그들의 언변을 키우기 위한 노력에 열정을 쏟아왔지만, 새삼 깨닫는 것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말재주를 이기는 것은 역시 행동이 뒷받침된 말 센스! 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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