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우탁 선생의 탄로가(嘆老歌)
시론-우탁 선생의 탄로가(嘆老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28 14:49
  • 15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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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김달호/시조시인·경제학박사·(사)사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우탁 선생의 탄로가(嘆老歌)


지금 우리나라는 사면초가의 위기다. 6·25이후 국토방위가 문제된 적이 없었다. 버팀목인 미국과의 혈맹이 금이 가고 있고 일본과는 무역전쟁의 기운이 돌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에 따른 유엔제재는 일촉즉발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고 중국과 전략적동반자협정은 깨진지 오래인 것 같다. 소련 비행기는 독도를 가로질러 헤집고 다닌다. 이런 때에 옳은 일에 목숨을 걸고 진언하는 고려 충선왕때의 성리학자인 우탁 선생 같은 선비가 필요한 때라고 믿는다.

역동(易東) 우탁(禹倬) 선생(1262~1342)은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목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곡(李穀 1298~1351)이 지은<송우좨주출수진주(送禹際酒出水晋州)>에서“진주풍류관영남(晋邑風流冠嶺南 진주고을의 풍류는 영남에서 으뜸이요)…” 라고 읊었으니, 이미 좨주직(際酒職)을 역임한 이후에 진주목사에 부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선생은 행동하는 관료요 지식인이었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향공진사로 뽑혔으며, 1290년 충열왕 16년 29세에 문과에 급제 영해사록(寧海司錄)으로 임명되었다. 영해군은 경북 영덕군 북부에 있던 옛 행정구역이다. 이 곳에 요망스러운 귀신이 있어서 성대한 제사를 지내곤 하였는데, 부임하자마자 그 신사(神祠)를 불태워 버리며 미신을 타파하였다. 지나친 불사(佛事)또한 금하는 강직한 관료였다.

1308년 8월 충선왕이 즉위하고 곧 부왕인 충열왕 후궁 淑昌院妃(숙창원비)를 범간하는 패륜을 저지르자 1308년 10월 24일 흰 옷을 입고 도끼와 거적때기를 들고가 왕에게 상소(持斧上疏)를 올렸다. 왕을 모시는 신하가 소장을 감히 읽지 못하였다고 한다. 임금의 잘못된 과오를 직간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다. 용의 비늘을 건드리는 일이다. 결국 우탁은 그의 신념은 지켰지만 파직당하고 낙향한다. 낙향 길에 탄로가를 쓴 것으로 추정해도 무리가 없다.

우탁은 한시(漢詩) 3편과 시조 3편이 전해지고 있다. 더 많은 작품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화(史禍)를 거치며 모두 소실 된 것일 것이다. 시조 탄로가(嘆老歌)를 다시 음미해보자.

‘한 손에 가시 쥐고 또 한 손에 막대들이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백발은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첫째는 <탄로가>란 이름도 가인들이 경노잔치에서 부르던 이름으로 불리던 것이지 우탁선생 본인이 이름 한 것이 아니다. 이 시조를 그 시대 상황에 비추어 보면 가시는 도끼요 막대는 상소문을 의미하는 은밀한 암유(暗喩)다. 이름부터 우국가(憂國歌)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둘째는 우탁선생이 죽을 각오로 상소를 올렸을 때의 나이가 마흔 여섯이다. 늙음을 한탄할 나이가 아니라 인생의 절정에 서 있었던 나이다. 나라가 어지럽고 국기가 서지 않으니 나라가 늙어간다고 본 것이다. 즉 망해간다고 한탄하는 것이다. 단양우씨대종회 우희원 명예회장의 의견도 맥을 같이한다.

마지막으로는 역동선생의 시조에는 시의 생명인 은유와 비유가 뛰어난 시인이다. 한시 <잔월(殘月)>은 조각달로 번역되고 있다. 조각 달 하나를 두고도 낫, 빗, 낚시 바늘 등 비유에서 비유로 끝나고 있다. 시 일부를 옮겨본다.

“푸른 저 하늘 저 멀리에 낫을 걸어 놓았는가?/ 푸른 산 높은 절벽에 빗을 달아 놓았는가?/활시위를 당겼는가?/ 산새들은 두려워하고 낚시바늘 굽었는가?”
영국 속담에 “사람이 무엇을 말하는지 보지 말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라”는 말처럼 나라를 위하여 무엇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탁 선생 같은 진실을 말하고 신념에 따라 실천하는 지식인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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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종 2019-08-01 14:51:54
김달호박사좋은글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