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각종 자살의 방법들을 보면… 끓는 물을 마시고 죽는 사람, 바늘을 뱃속에 넣어 죽는 사람, 굶어죽는 사람, 불타는 석탄을 삼키고 죽는 사람,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목을 맨 사람, 얇은 옷차림으로 눈보라 속으로 뛰어들어 죽는 사람, 폭격기를 타고 산중으로 돌진하여 죽는 사람, 독거미를 피부에 갖다 대어 물려죽는 사람, 맥주나 식초 통에 빠져 죽는 사람, 냉장고 안에 들어가 죽는 사람, 일부러 에이즈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죽는 사람, 머리에 비닐봉지를 쓰고 봉지 끝을 묶어 죽는 사람, 가스를 틀어 놓고 자살하는 사람. 그리스 철학자였던 엠페도클레스(BC493∼BC433)는 에트나 산 정상에 있는 분화구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숲 근처에는 목매어 자살하는 사람이 많고, 도시 한 가운데에서는 투신자살하는 사람이 많고, 일명 ‘커플 자살’이라 하여 연인이 함께 죽는 자살에는 ‘정사(情死)’라는 특별한 이름까지 붙어 있기도 하다.
성별로 보면…남성은 총기 같은 절대적으로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여성은 독약이나 독을 선호하지만 목을 매거나 물에 뛰어들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난폭한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또한 자살률이 가장 낮은 것은 기혼여성이고, 반대로 가장 높은 것은 미망인, 그리고 이혼여성, 별거의 순이다.
민족적 특성을 보면…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에서는 익사하는 사람이 적고,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질식사가 많고, 독일과 프랑스와 아프리카에서는 목매어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현대에도 자살자의 반가량은 이 방법을 쓴다). 반면 영국에서는 칼의 사용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자살이 사람들의 의식구조 속에 확고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으며 오랫동안 형법조항에도 규정되어 있었다. 고위관리가 사형선고를 받으면 황제는 그 사람에게 광장에서의 참수(斬首)나 자살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일본에서는 12세기부터 칼로 배를 가르는 ‘할복(割腹)’이라는 자살 방법이 있었는데 15세기에는 사법기관의 승인을 얻기도 했었다. 즉 사형집행관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죽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여성에게는 단도로 목을 찔러 동맥을 끊는 ‘자해(自害)’가 허용되기도 했었다.
목을 매어 죽는 교사(絞死)의 방법들을 보면…넥타이, 손수건, 천 조각, 신발 끈, 허리띠, 철사, 멜빵 등이 주로 이용되지만 전기공은 전선으로 목을 매는 경우가 많고, 마부(馬夫)는 자기가 쓰던 채찍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목매어 자살하는 장소는 침대, 계단, 기둥, 천장, 공원, 울타리, 옷걸이 등이다.
물에 몸을 던져 죽는 익사(溺死)의 장소와 방법들을 보면…장소는 큰 강과 호수, 바다와 저수지, 풀장, 욕조로 나눌 수 있다. 방법들은 무릎과 발을 묶고 손은 등 뒤로 묶은 채 물로 뛰어드는 사람도 있고 주머니 속에 돌멩이를 잔뜩 집어넣고 머리에 무거운 돌을 매달아 뛰어들기도 하며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익사하려고 몸을 서로 묶고 뛰어드는 경우도 있고, 자전거나 자동차에 타고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도검(刀劍)즉 칼을 사용하는 방법들을 보면…면도칼, 단도, 육절포, 메스, 가위, 총검, 환도(還刀), 각종 금속을 연만한 것, 유리 파편, 그리고 직접 만든 칼 모양의 도구 등이다.
총포류에 의한 경우를 보면…총기의 종류나 모양에는 관계가 없다. 이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총구가 향하는 곳은 머리, 입, 턱 밑, 가슴, 배, 입속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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