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밥상머리 교육과 잔반
진주성-밥상머리 교육과 잔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30 14: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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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밥상머리 교육과 잔반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각자 제몫이 있다. 그래서 남의 것을 탐내도 안 되고 자기 것을 지키지 못해도 안 된다고 밥상머리에서 할아버지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어린 동생들이 연이어 태어나다보니 어머니의 품에서 할머니의 무릎으로 옮긴지 2년만에 할머니의 무릎마저 동생에게 물러주고 사랑채의 할아버지 방으로 거처가 옮겨졌으니 당연히 침식도 함께했다.

동생들의 출생년도로 봐서 다섯 살 들고부터다. 세수하고 천자문을 읽고 있으면 할아버지 아침 진짓상에 나의 밥도 얹혀 조손의 겸상이 들어온다. 안채 큰방에서 가족들과 같이 먹고 싶어서 지정분량의 글을 얼른 읽고 아침밥을 준비하는 부엌으로 가면 어머니는 얼른 사랑방으로 가라고 나를 내쫓는다.

식구들의 밥은 보리밥이고 할아버지 밥은 하얀 쌀밥이어서 따라서 나의 밥도 쌀밥인데다 계란찜도 있고 생선까지 올렸으니 어머니가 나를 내쫓은 까닭은 철이 들어서야 깨달았다. 눈치 없는 꼬맹이는 간간히 떼쓴 보람으로 식구들과 같이 큰방에 밥을 먹기도 했었는데 언제나 할머니와 겸상을 했다.

문제는 숟가락질을 하다가 밥알을 떨어뜨리고 부터였다. 방바닥에 떨어뜨리면 할머니께서 얼른 주워서 당신의 입에 넣으시는데 밥상 위에 떨어뜨린 것은 나더러 주워 먹으랬다. 밥알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긴 설명이 시작되고 끄트머리는 귀한 줄 알고 흘리지 말 것과 흘렸으면 주워서 먹으라셨다. 문제는 큰방 법도와 사랑방의 법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조그마케 발라서 나의 밥숟가락 위에 얹어주신 생선을 떨어뜨려도 주워서 먹으면 야단을 치신다. 어쩌다 먹어보는 생선인데 주워서 먹지 못하게 하시니 아까워서 눈물이 나려는데 야단까지 맞으니 눈물이 뚝 떨어진다. ‘지금 네가 떨어뜨린 생선은 네 몫이 아니기 때문에 떨어졌거나 네 것을 네가 지키지 못하여 떨어진 것이니 아무리 아까워도 네 것이 될 수 없다. 그 임자는 돼지다.

구정물로 들어가서 돼지가 먹으라고 떨어진 것이다. 안 그러면 돼지는 밥이나 생선을 언제 먹어보겠나?’ 어른의 말씀에 토를 달 시대도 나이도 아닌 때라 어명처럼 귀담아 듣고 할머니 앞에서는 얼른 주워 먹고 할아버지 앞에서는 미련 없이 버렸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창궐하고 있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물을 먹여서라니 가축사료로도 쓸 수 없다는 넘쳐나는 잔반들을 할머니가 보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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