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한국은 교육에 미래 희망을 건다
아침을 열며-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한국은 교육에 미래 희망을 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7.31 16:2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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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한국은 교육에 미래 희망을 건다

6월 30일 한국 출국. 한 달 전에 난 이곳 나이지리아 아부자에 개교한 나이지리아-한국시범학교를 위해 7번째 방문을 했다. 흑진주. 미래 희망을 간직한 흑인 꼬마들이 있는 곳. 나이지리아의 미래를 위해 이틀 동안 22시간의 비행 시간이 걸리는 이곳으로 다시 날아왔다. 이번은 정말 마지막 마무리를 하러 왔다. 아니, 내 눈으로 개교한 학교 모습을 확인하러 왔다.

책걸상을 포함하여 기자재 입찰이 늦어지면서 학교는 작년 부분적인 개교를 한 상태라 조금은 아쉽지만 선생님들의 열의는 여전하다. 지난해에 벌써 갖추어졌어야 할 기자재가 이제 들어와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몇 주 전부터 컨테이너가 부두에 도착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래도 이번에 같이 온 한국 전문가들이 출국 전에는 제대로 운영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는 학생 안전을 위해 2층으로, 중학교는 3층으로 지어올린 건축물이 이곳 아프리카 나이지리아-한국 시범학교 모습이다. 주민들의 말을 빌리면 입학을 하는 것이 로또 당첨과 같다고 한다. 최고의 사립학교 수준으로 공립학교를 지어달라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최신의 컴퓨터와 과학 실험 장비, 음악실, 방송 장비를 갖춘 스마트 학교로 건축 디자인에서부터 기자재 설치, 선생님들의 자질 교육까지가 우리가 할 일이었다.

건축은 한국의 업체가 맡아서 해서 그런지 나이지리아 건축물의 허술함을 많이 본 탓도 있겠지만, 날씨 탓에 게으름과 우기와 건기의 반복 속에서도 한국의 부실 공사 보다는 조금 나은 건축물로, 그럴싸하게 지어졌다. 6월부터 시작된 우기로 벌써 창문 틈 사이와 지붕의 사이로 스며드는 빗물을 과연 장비가 습함을 견딜 수 있을까 걱정도 들긴 한다.

지난주부터 도착한 컨테이너 화물은 하나둘씩 자기 자리를 찾아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내가 가진 노트북보다도 더 좋은 노트북을 선생님들에게 나누어 주고, 컴퓨터실에는 일체형 컴퓨터가 설치가 된다. 컴퓨터가 없어서 작업을 못했다는 핑계는 이제 못 할 것 같다. 지금 선생님들이 가진 노트북은 어떻게 저런 사양에 이런 프로그램이 돌아갈 수 있지?라고 의문을 가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배워보겠다는 열의는 대단하다. 멀티미디어 기반의 수업 부교재 개발을 위해 컴퓨터를 켜는 것부터 다양한 문서 작성용 소프트웨어, 영상 제작 소프트웨어들을 가르쳤다. 능숙해지려면 아직 많은 실습을 스스로 해 보아야 하지만 6년 전 처음 만났을 때 보다는 제법 역량을 갖추었다.

서로 부족해도 잘 하는 몇몇 선생님들이 가르쳐 주고 이끌어 가면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들을 더 많이 가르쳐 주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학교는 하나씩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적은 급여 때문에 교사 자격증이 있음에도 급여가 나은 다른 직종을 택한다고 하지만, 이곳 학교에 오신 교사들은 나름 자긍심을 갖고 계신다.
학교운영계획서라는 것조차 처음 만들어 본다는 교장과 교감, 부장 선생님들. 학교의 1년 운영에 필요한 방향과 고려 상황들을 잡아주고자 시작되었던 운영 문서도 나이지리아 실정에 맞추어 고쳐야 할 점도 있고 놓친 부분도 있겠지만 학교 운영 전문가의 도움으로 완성을 했고, 지금 그에 따라 3학기째 운영을 하고 있다.

한국의 학교와 다른 점은 매주 수요일이면 운동을 하는 날이란다. 그리고 35분씩 수업을 하고, 매 시간마다 쉬는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고 2교시와 3교시 사이에 5분의 쉬는 시간, 10시쯤에 35분의 긴 휴식 시간 동안 아침도 점심도 아닌 밥을 꼭 챙겨 먹고, 8시30분에 시작해서 1시 5분이면 1학년과 2학년은 7교시로 하루 수업이 끝난다. 3학년은 8교시를 하고 집으로 간다. 점심시간은 따로 없다. 아쉬운 점은 한국에서 사라진 체벌이 이곳에는 아직 있다는 것.

해맑고 궁금한 것도 많은 검은 피부에 곱슬머리인 아이들은 생머리의 흰 피부가 신기한지 몰래 만져본다. 한 달을 머무는 동안 매일 봐서 그런지 이제는 한국말로 공손한 인사말을 건넨다. 국제개발협력국가로서 이곳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 학교에는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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