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황교안 대표의 딜레마
강남훈 칼럼-황교안 대표의 딜레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8.01 15:29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황교안 대표의 딜레마

지난 2008년 4월9일에 실시된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는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전체 299석중 153석을 차지해 과반수를 넘었다. 수치상으로 보면 한나라당의 ‘총선 압승’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지만 집권당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대학살’에 반발해 이 당을 박차고 나갔던 친박연대나 무소속 후보의 약진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친박연대는 지역구 6석, 비례대표 8석 등 모두 14석을 차지했고, 부산 경북 등에선 무소속 당선자가 25명이나 나왔다.

MB정권이 들어 선지 불과 두 달도 채 안된 시점에서 실시된 18대 총선은 한나라당의 당선 가능의석이 200석까지 거론될 정도로 집권여당의 낙승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17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을 계기로 불거진 ‘친이(親李)’계와 ‘친박(親朴)’계 사이의 갈등은 친이 핵심이 주도한 친박계의 공천대학살로 이어졌고, 이에 반발한 서청원, 홍사덕 등은 당을 뛰쳐나와 친박연대를 결성했다. 또 경선당시 친박계의 좌장 역할을 한 김무성 의원 등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부산 경북에서 각각 5명이 당선되는 등 무소속 돌풍을 몰고 왔다.

친박연대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자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는 당을 탈당해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라고 격려(?)했다. 총선 후 친박연대와 무소속 당선자들은 대부분 한나라당으로 복당하거나 입당했지만, 친이계 핵심인사들은 선거의 여왕 ‘박근혜의 위력’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핵심인사는 “영남을 중심으로 한 박근혜의 위력이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그 당시를 회고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둔 지금 자유한국당이 ‘우리공화당 딜레마’에 빠져있다. 태극기 부대를 앞세운 우리공화당을 내치자니 이들이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앞세워 선거마케팅을 펼칠 경우 지지층이 겹치면서 일부 지역에서 보수표가 분산돼 한국당 후보가 크게 고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이 당을 껴안자니 ‘도로친박당’이라는 프레임에 걸려 총선 참패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비박계가 앞장서서 반대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미 2008년 총선에서 ‘박근혜 위력’에 쓴맛을 본 한국당 지도부는 또다시 화(禍)를 부를 수 있다고 걱정한다.

한국당의 또 하나의 딜레마는 당지지율 하락이다. 황교안호(號)가 출범한 후 30%대를 상회하던 지지율은 최근 당 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20% 중반대로 하락했다. 일부에서는 ‘현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그러다보니 황 대표의 리더십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황교안이라는 정치신인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고조됐다가 잇단 실언과 당내 의원들의 막말 논란, 정국 현안에 대한 대응 미숙 등이 겹쳐 기성정치인과 다를 게 없다는 실망감이 당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선거가 녹록하진 않다. 가능하면 많이 (의석을)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재영입은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도 경남 거제 저도를 방문해 “9월에 저도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고향에 큰 선물을 안겼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는 이번주 휴가를 내고 정국구상에 몰두했다. “계파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그가 휴가가 끝난 뒤 현재 안고 있는 딜레마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묘책을 내 놓을지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그의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국민감동’의 획기적인 정책, 인재영입 등 ‘개혁공천’을 단행할 수 있는 묘안을 국민앞에 제시해야만 민심은 움직인다. 추석 전까지를 골든타임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그가 야당대표로서 얼마나 근성(根性)을 가지고 이 난제를 돌파할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