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돌을 이고 성을 밟는 여인들
진주성-돌을 이고 성을 밟는 여인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8.01 18:24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
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돌을 이고 성을 밟는 여인들

서해안을 넘나들며 노략질을 일삼던 왜구들이 상륙해 왔을 때 고창사람들은 이 들판을 피로 적셨다. 모든 사람들이 수만개의 돌덩이로 모양성을 쌓았다. 언제 쌓았는지는 확실치 않은 그날의 대역사가 오늘까지 고창의 삶을 묵묵하게 지켜오고 있다. 고창의 옛 이름을 따라 모양성이라 불리는 이 성곽은 시가지와 바로 접해 있으며 노령산맥과 잇닿아 있다. 고려 말 왜구들의 약탈이 끊이질 않자 법성포 진성과 정읍의 입암산성을 잇는 방어선을 구축하고 이곳에 1.680m에 이르는 성을 쌓아 호남평야를 지키고자 했다.

이러한 까닭으로 모양성은 읍성이면서도 읍을 둘러싸지 않고 산성처럼 축성되었고 성문마다 옹성이 딸려 요새화 되어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성은 부녀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고창읍에서 서북방 8km 지점에 고서산성이 있는데 그 성은 남자가 쌓고 모양성은 여자가 쌓으면서 서로 경쟁하였는데 남자들은 부녀자들을 무시하고 술과 노래로 시간을 보내다 부녀자들에게 졌다고 한다. 축성연대는 자료가 없지만 전라도 각 고을이 참여하여 성을 쌓으면서 성벽에 각자를 새겨두었는데 그것을 추정하여 각자 중에 “계유소축”이라는 기록이 새겨져 있어 계유년에 쌓은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계유년은 단종 원년인 1453년으로 잡는다. 고창읍성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 “동국여지승람”인데 이 책이 발간된 시기가 성종 17년이므로 그 전의 계유년은 단종의 원년이 되기 때문이다.

모양성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답성놀이가 전승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모양성을 밟으면 무병장수하고 극락 승천한다는 전설이 전해져 지금도 저승 문이 열린다는 윤달이 되면 많은 사람이 순례길 에 오른다. 소복단장을 한 부녀자들이 머리에 돌을 이고 성을 3바퀴 도는 이 답성놀이 수백 년을 이어온 고창 사람들의 축제이다. 한줌의 흙 돌 한 개도 부녀자들이 운반하여 구축하였다.

전설처럼 당시의 대역사를 재현하고 있는 성밟기는 겨우내 얼어 부푼 성터를 다지고 유사시 석전을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풍습이다. 오늘날 성을 밟는 사람들은 애잔하게 늙어버린 할머니들 뿐 새로 수확한 오곡을 가지고 와 성돌 위에 쌓아두고 소원을 비는 모습은 간절하기 그지없다. 거기에는 오랫동안 이 땅에 살아온 사람들의 애원성이 있다. 윤달이 끼지 않은 해에는 삼월 삼짇날 사월 초파일, 구월 중구일에 성을 밟는데 고창군에서는 답성 민속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모양성제를 개최하여 답성놀이를 재현하고 있다.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제도 유명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